많은 골프선수들은 시즌이 끝나고 나면 휴식보다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한 동계 훈련에 매진한다. 무한 경쟁의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수들에게 있어 겨울은 결코 휴식의 시간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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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면 스윙코치들도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보인다. 수만 명의 PGA Class A 티칭 프로들 가운데 PGA, LPGA 선수를 단 한명이라도 지도할 수 있는 영예(?)를 갖게 되는 골프지도자는 몇 안 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유명한 코치는 이미 유명한 선수가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명한 코치에게 사사를 받았다고 다음 시즌 경기력이 보장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윙을 바꾸고 천길 나락으로 추락한 사례도 있고 코칭받은 내용이 1, 2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경기에서 발휘되는 경우도 있다.

선수의 경기력을 높일 수 있는 ‘보다 진화된 훈련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훈련 프로그램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우선해야 하는 것은 지난 시즌 자신의 경기결과에 대한 철저한 고찰일 것이다. 실수가 많은 부분과 자신의 경기력을 좌우하는 메인 요인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타이거 우즈가 전성기 시절 미국의 한 골프전문 채널에서 공개한 자신의 훈련 프로그램은 오전 6시부터 무려 12시간 동안 하루의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었다.

크게, 피지컬 트레이닝(피트니스, 교정, 재활, 유산소 훈련 등), 스윙(구질, 거리 등), 라운딩(9홀), 퍼팅, 어프로치(그린사이드) 등으로 구성됐다. 식단 관리도 철저한 편이고, 그 시절에 우즈처럼 규칙적인 훈련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선수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그의 훈련은 지극히 ‘자기주도의 훈련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단점을 이해하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훈련을 끈질기게 스스로 반복했다. 또한,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졌음에도 매일 강도 높고 반복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것에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이 우즈의 골프 기술적인 능력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최근 IT 기술과 결합한 다양한 측정·분석 도구들과 함께 훈련 방법들이 진화하고 있지만 첨단의 도구를 활용한다고 해서 경기력이 무조건 향상되지는 않는다. 골프 경기력을 정의할 수 있는 요소들 가운데 한 가지인 ‘샷의 기술적 역량’에만 집중된 것이기 때문이다.

진화된 훈련 프로그램이라면 창의적인 의사결정 능력이나 멘탈, 집중력, 자신감 등에 관한 내적역량과 캐디나 경기장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 외적역량에 대한 문제점들 가운데 무엇이 선수 자신의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가를 분석적으로 판단하고 설계돼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 경기력 향상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 준비하고 완성해 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PGA에서는 미래 티칭의 방향으로 골프에 ADM (American Development Model)을 도입하고 있다.

ADM은 스포츠 과학자들이 운동선수가 가진 최대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이것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선수의 신체적, 심리적 발달의 성장 시점에 맞는 적절한 기술과 운동 방법을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골프선수의 잠재력이나 발달 상태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도구에 대한 연구는 별도로 필요할 것이다.

한국골프의 발전을 위해서는 골프지도자들이 대부분 골프의 문제점을 스윙에서 찾으려 하고, 스윙의 교정에 집착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훈련방법을 뒤돌아보면서 선수와 골프 경기력의 상관관계로부터 훈련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골프 지도자가 가르치는 것을 배우는 단계에서 벗어나 선수 스스로 배우고, 무한경쟁의 고된 여정에서 견딜 수 있는 내적 역량을 키워 가야 한다.

얼마 전 우즈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며 우연히 인터넷에서 읽었던 내용 중, 어린 시절부터 우즈가 골프를 하며 스스로에게 다짐한 내용은 모든 골프선수의 내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이 될 것도 같아 아래에 소개한다.

“나는 나를 믿고 내 운명을 믿는다. 장애물이 나를 가로막더라도 미소를 짓는다. 내 결심은 산도 움직일 만큼 굳건하고, 내 힘은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만사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



전순용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