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만 했다 하면 흥행이다. 배우 조병규(25)가 OCN ‘경이로운 소문’으로 대세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여지나 김새봄 극본, 유선동 연출)은 국수도 팔고 악귀도 잡는 ‘현대판 저승사자’라는 독특한 소재와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한국형 히어로물의 탄생을 알린 드라마다. 시청률 2.7%로 시작해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평균 11%, 최고 11.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역대 OCN 오리지널 중 최고치라는 새 역사를 썼다.

배우 조병규. HB엔터테인먼트

“처음 감독님이랑 세 시간 정도 미팅을 하면서 서로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렇게 좋은 분이라면 믿고 모든 걸 쏟아부을 각오가 됐다는 확신이 들었고요. ‘경이로운 소문’이 판타지 장르를 표방하는데 초인적인 힘이나 악귀 같은 소재는 대중들도 이미 적응이 됐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다만 소문이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 조금 걱정이었죠. 만화적인 설정이나 어투 때문에 어떻게 표현해야 보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죠.”

“소문이의 근성은 실제 저랑 비슷해요. 시행착오를 겪어도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 성격이거든요.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그렇게 정의롭지도 않고 겁도 많은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소문이를 연기하면서 부끄럽기도 했어요. 앞으로 나도 누군가를 위해 나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경이로운 소문’이 표현한 악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이다.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을법한 가정 폭력, 아동 학대, 사내 갑질, 각종 권력형 비리 등 ‘카운터즈’는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악을 상대로 싸우는 생활밀착형 히어로를 제대로 보여줬고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경이로운 소문’의 영웅들은 초인적인 힘을 가졌는데도 평소엔 동네에서 국수를 팔고 평범하게 살잖아요.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초능력자인 게 큰 매력이었다고 생각해요. 국수도 팔고 악귀도 잡는 히어로들의 모습이 소소한 재미를 줬고 큰 카타르시스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문이도 성장 과정에서 장애물이 없었다면 이렇게 사랑받지 못했을 거예요. 초반에 힘을 엉뚱한 곳에 써서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촘촘하게 그려져서 시청자들 모두 소문이의 부모님이 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것 같아요.”

2015년 KBS 2TV ‘후아유 학교 2015’로 데뷔한 조병규에게 ‘경이로운 소문’은 생애 첫 주연작이었다. 안양예술고등학교 출신인 그는 16세에 연기를 시작해 단역, 보조출연 등 경험이 될 만한 기회라면 작은 것이라도 무조건 잡았다. 최근엔 데뷔 이후 5~6년간 출연작이 무려 80여 편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연기를 대하는 진심은 똑같아요.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내가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은 불안감도 여전히 존재해요. 고등학교 때 연기를 시작하면서 제가 주인공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단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이 없다고 느꼈거든요. 늘 열등감, 자격지심, 시기, 질투 안에서 살았고 경쟁에서도 매번 지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연기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연습하고 또 공부했어요. 부정적인 감정들이 동력이 된 셈이죠. 물론 포지션이 조금씩 커지면서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지금 제게 온 기회들이 더 소중하고 기적처럼 느껴져요. 스쳐가는 한 장면이라도 정성을 다하게 돼요.”

흥행작들이 쌓여가는 가운데 최근에는 연기 외의 활로도 찾았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꼽은 예능 유망주로 화제를 모았고,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시즌3’에서 카메오로 활약하며 주목받았다. 조병규는 “예능인에 대한 동경이 있다”며 남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집에서 쉴 때 드라마나 영화보다 많이 보는 게 예능 프로그램이에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정말 MBC ‘무한도전’ 키즈였어요. 사람들한테 웃음을 주는 일은 굉장히 값진 초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연기 중에서도 코미디 장르의 연기가 제일 어렵거든요. 이렇게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크다보니 오히려 섣불리 도전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한데 나름대로 꿈은 있어요. 언젠가 인간 조병규로서 좋은 메시지가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어요. 대단한 웃음까진 아니어도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해줄 소소한 재미를 드리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오겠죠?”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