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팝 팬들, 기후변화·인권 문제 등에 자발적 활동
전문가들 ”놀랍지 않다”…K팝 팬들 열린 소통 수단으로 진단

케이팝 팬들과 기후 정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케이팝포플래닛. 사진=케이팝포플래닛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케이팝(K팝) 팬들의 자발적인 ESG 활동이 외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 등 환경 관련 활동은 물론 인권과 민주주의 보호 운동까지 사회 변화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글로벌 K팝 팬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숲 조성 등 환경 관련 활동 나선 K팝 팬들

우선 이들은 지구 살리기 행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 나라 K팝 팬들이 숲 조성, 홍수 피해지역 지원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는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이달 초 주요 외신들은 그동안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글로벌 K팝 팬들이 이제는 기후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K팝 팬들은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거나 기후 재난 피해자들을 돕는 성금을 모으는 등 기후 및 환경 관련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파푸아 숲 보호 캠페인이나 인도 아쌈 지방의 홍수 피해지원 모금 등이 그 예다.

최근 인도네시아 지역 16개 K팝 팬클럽은 자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과 홍수 피해지역을 돕기 위해 약 1억원 규모의 성금을 조성했다.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서부 술라웨시 주에서 발생한 규모 6.2 강도의 지진과 칼리만탄 섬 남부지역 홍수로 80명 이상이 숨지고 3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방탄소년단(BTS), 엑소, NCT, 슈퍼주니어, 블랙핑크 등의 현지 팬클럽 회원 4만5000여명은 최소 1000루피아(한화 약 80원)부터 가능한 온라인 모금 플랫폼을 통해 불과 10일만에 1억원을 모아 기부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의 환율과 물가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약 10억원에 달하는 액수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팬들의 이같은 활동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린 대학생 누룰 샤리파는 “숲 파괴는 이번 재해가 발생한 이유 중 하나”라면서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와 관계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일같이 오염과 폭염, 홍수, 산불 등을 경험하고 있다. 아이돌들이 하는 것처럼 팬들의 선행이 변화를 만든다면 살기 좋은 지구에서 K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아이돌그룹 엑소의 팬이기도 한 그는 현재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이라는 계정을 운영하며 전세계 K팝 팬들에게 기후변화 문제를 알리고 기후 행동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블랙핑크,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적극 홍보

팬들의 이같은 자발적인 움직임에 화답하듯 아이돌 그룹들도 환경·사회관련 이슈에 이전보다 한층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지난해 12월 주한 영국대사관과 협업해 기후변화 대응에 팬들의 동참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현재 5720만명으로 전세계 여성 아티스트 중 1위다. 블랙핑크는 공식 SNS 채널에 게재한 영상을 통해 “기후 변화는 범지구적 과제다. 우리 모두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문가는 아니어서 모든 문제를 인식하고 있진 못하지만 지구를 사랑하기에 기후변화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연 서식지가 사라져 가는 상황을 언급하며 올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소개했다.

BTS, 인종차별·폭력 반대 ‘블랙 라이브즈 매터’ 캠페인 참여

그룹 BTS가 지난해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Lives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캠페인에 동참하자 팬들도 이 운동에 가세했다. 당시 BTS는 공식 SNS를 통해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글을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작성해 게재했다. 해당 글과 함께 ‘BlackLivesMatter’를 해시태그로 덧붙이며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BTS의 이 같은 캠페인 참여는 미국에서 발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확산된 인종차별 반대 운동과 궤를 같이 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난 13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K팝 팬들이 SNS를 중심으로 왕권체제와 군부정권에 반대하는 태국 민주화 시위, 흑인 인권 운동을 의미하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 기후변화 등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BTS의 팬클럽 ‘아미’는 각종 기부 활동은 물론 유니세프와 협력해 아동 폭력 근절을 홍보하는 영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K팝 팬들의 이 같은 사회참여 운동을 열린 소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K팝 팬 문화 연구자인 미국 인디애나대학 블루밍턴의 씨더보우 세지 교수는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K팝 팬들은 대부분 열린 마음을 갖고 바깥 세상을 향해 소통한다”면서 “이들이 정치 사회 환경 이슈에 대해 자신의 시각을 공유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