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5일 3%대 급등하며 3,000선을 하루 만에 회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4.71포인트(3.50%) 급등한 3,099.69에 장을 마쳤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시황판.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중순에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처음 1%를 넘었을 때 우려를 표명하는 얘기가 많았다. 금리 상승이 주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는 것인데 한달 사이에 미국 금리가 그때보다 30% 더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 영향으로 사람들이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연준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게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고, 의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금리가 오르자 사람들은 중앙은행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설지, 아니면 상승을 인정하고 시장에 맡겨 놓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초 미국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을 때 투자자들은 연준이 물가가 올라도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자산매입을 줄이지 않겠다고 확언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면 급등을 시작한 시장금리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준은 시장이 기대한 정책을 내놓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 일시적으로 물가가 높아질 수 있지만 그 수준이 꼭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물가가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연준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완화정책을 거둬들일 때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채권 매입 규모 유지를 포함해 시장의 바람에 부합하는 모든 정책을 사용하겠다고 답했지만 그 효과는 금리 상승을 잠깐 억제하는데 그쳤다.

앞으로 연준은 시장금리가 올라도 자산매입을 늘리지 않을 것이다. 4%대 성장이 예상되고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늘리는 게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 매입 확대보다 자산 가격이 높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긴축적인 메시지를 내놓아 가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게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정책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길이기 때문이다.

테이퍼링은 빨라도 4분기에나 시행될 듯

그렇다고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다. 2013년에 연준은 여러 번의 확인절차를 거쳐 테이퍼링을 시행했다. 2012년 9월 주택시장과 고용시장 회복이 분명해지자 다음해 5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속도조절 가능성을 명시했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도 수 차례 발표를 통해 테이퍼링 실시 가능성을 상기시켰다. 그 영향으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저점에서 1.4%포인트나 급등했다. 그해 6월에 조건부 테이퍼링 시나리오가 발표됐고, 12월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결정됐다. 테이퍼링을 처음 언급한 후 시행까지 1년 3개월이 넘게 걸린 것이다. 시행 이후 후속조치도 있었다. 금리가 급등하자 연준은 금융긴축을 경기 하방 위험으로 명시해 상황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지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작년 말에 연준은 테이퍼링을 위한 예비 조치에 들어갔다. 2020년 7월 이후 보고서에 명시해 왔던 경기 부진이란 문구를 빼는 대신 백신접종이 경기 하방 위험을 상쇄시켜줄 거란 언급을 새로 추가했다. 아직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빠르면 올해 4분기, 합리적으로는 내년 1분기쯤에 테이퍼링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연초에 미국의 장기금리가 오르자 연준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추가 조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대세를 거스르고 섣불리 나섰다 또 실패하면 연준의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심이 커지고, 그러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을 끌고 온 동력이 약해질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금리가 오를 때 주가가 떨어지는 게 맞지만 현실에서는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오르거나 떨어지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지난 2015~2018년이 그런 경우였다. 2015년에 연준이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2018년까지 9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해당 기간에 주가가 계속 상승했다. 경기가 좋아 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지금이 경기 회복 초기여서 앞으로 경기 회복의 힘이 점점 더 세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일리 있는 얘기지만 현재 주가가 너무 높아 기대하는 그림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작년 주가 상승은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의 역할이 컸다. 금융위기 때에도 하지 않았던 한 달 사이 1.5%포인트 금리인하가 이루어졌고, 석 달간 3조 달러의 돈이 시중에 공급됐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면서 우리 시장이 재평가 국면에 들어갔다거나, 4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다. 만약 우리 시장이 재평가에 들어갔다면 코스피가 다른 어떤 시장보다 두드러지게 상승했어야 하는데 작년 최저점 이후 상승률이 우리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이 거의 비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유동성장세가 주가상승의 공통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금리상승은 작년 주가 상승을 촉발했던 요인이 손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을 관성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금리 상승의 영향력이 가시화될 때까지 투자를 미루었으면 한다. 지금은 상승만을 생각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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