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중구보건소에서 방역 관계자가 보관 중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확인하고 있다./연합

26일부터 접종에 들어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까. 백신 접종이 하루 이틀 다가오면서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의 백신 접종 의향이 71%에서 45.8%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국민이 백신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의 주범은 가짜뉴스와 정치권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근거가 없는 음모론과 가짜뉴스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도 여기에 편승하면서 공방전만 펼치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점을 감안할 때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할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백신에 대한 정치권의 비과학적인 논쟁도 이제 그만 멈춰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안면마비, 마루타...국회發 백신 불안감
지난 16~18일에 진행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1%는 ‘백신이 도입되면 접종을 받을 것인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접종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9%였다. 하지만 같은 달 19~20일에 실시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응답자의 45.8%만이 ‘순서가 오면 바로 접종하겠다’고 응답했고 50.8%는 접종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여론조사업체가 다르긴 하나 수치가 큰 폭으로 차이가 날 때는 유의미한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 의원은 “백신 관련 정치적 공방이 한창이던 때 실시된 여론조사”라며 “백신 불안감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에 따라 여론이 이리저리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백신 공포증을 유발한 책임은 정치권이 자유로울 수가 없다. 여야를 불문하고 외국의 백신 접종 상황을 자기 입맛에 따라 해석한 뒤 정치적 소재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백신 수급과 관련한 늑장 대응 논란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 여권은 백신 부작용을 언급하며 백신 확보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21일 "(미국은) 매일 신규 확진자 20만명씩 나오고, 백신 접종만이 유일한 방역 조치인 나라인데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나 안면마비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장경태 의원도 ‘코로나 마루타’를 거론하며 코로나19 백신을 ‘코로나 백신 추정주사’라고 폄하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장 의원은 지난 1월 자신의 SNS에서 “현재의 코로나 백신은 완성품 아닌 백신 추정 주사일 뿐”이라며 “국민의힘은 완벽하게 검증받지 못한 백신 추정 주사를 국민에게 주입하자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상 국민을 ‘코로나 마루타’로 삼자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국민의힘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민의 노력을 고작 실험용으로 폄하하는 불순한 사고부터 반성하고 사과하라”며 “의료 목적이라 주장했던 일본 731부대의 망령이 현재의 대한민국에 부활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문 대통령 1호 접종 논란까지 번져
야당도 백신을 정치적 공세의 소재로 활용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백신 관련 게시글을 SNS에 올리자 정치권은 요동쳤다. 이날 유 전 의원은 “뉴스에 나온 요양병원의 한 간호사는 (백신) 접종을 강요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한다”라며 “접종 거부는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표현이다. 이 불신은 문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이 자초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공언한대로 백신 접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백신 불안감이 높아지면 먼저 맞는 것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아스트라제네카 1번 접종을 대통령부터 하시라. 그래야만 국민들이 믿고 접종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이 대통령까지 거론하자 정청래ㆍ고민정 민주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가세했다. 정 의원은 유 전 의원에게 "그렇게 국민건강이 걱정되면 당신과 내가 먼저 백신접종을 하자"고 맞받아쳤다. 의사 출신인 안 대표는 정부의 허락이 있다면 백신을 먼저 맞겠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이 제기한 문 대통령의 1호 접종 논란을 의식해 본인의 솔선수범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로 읽혔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 의원은 "대통령을 끌어들여 마치 불안감에 접종하지 못하는 것처럼 정쟁화시켜선 안 된다"며 "끝내 백신을 믿지 못하겠다면 저라도 먼저 맞겠다"고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보다 못해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정치권의 백신 공포증 조장 공방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정 총리는 백신 접종 개시를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 "정치와 돈, 이해득실의 논리로 백신을 바라보면 사회적 불신과 갈등을 가져올 뿐 일상 회복의 희망은 점점 더 멀어진다"며 "국민들이 백신을 불신하고 접종을 기피하면 집단 면역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WHO, "가짜뉴스 차단, 백신 접종보다 중요할 수도"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정부가 중국에서 백신을 수입해 놓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 “백신이 유전자를 조작하고 있다” 등 수많은 가짜뉴스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골칫거리다. 지난해 7~10월 사이 백신 유전자 조작설이 제기됐을 때 일본의 백신 수용 의사는 70%에서 50%로, 프랑스는 51%에서 38%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각종 가짜 뉴스를 차단하는 것이 백신 접종보다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 정확한 정보, 진단 검사, 효과적 백신 접종 장려 캠페인이 없다면 바이러스는 백신 출시 후에도 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신 의원 역시 가짜뉴스에 강력하게 대응할 시스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으려면 시스템을 시의성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심의위원 구성 등 관련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