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경고음에도 3년 전과는 달라진 구체적 기대심리
‘투기수단’ 아닌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22일 오전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을 20%의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더니 가격 변동성이 매우 심해진 가운데 여기저기서 경고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의 ‘투기수단’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이 대안화폐의 기능을 획득하면서 안정적인 투자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은 지난해 3월 개당 4900달러대에서 지난달 16일엔 5만 달러를 기록, 무려 1000%에 달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9년 95%, 2020년에만 300%가 넘는 상승폭을 보이면서 거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올해들어 다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미국시장에서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5만74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2일에는 17% 폭락해 4만7000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후 다시 5만 달러대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 23일 비트코인 24시간 고가(6336만5000원)와 저가(5471만9000원)의 차이는 864만6000원이다. 하루 새 900만원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며 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가상화폐 원화 시장의 주요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대금은 지난 1년 사이 10배 이상 늘었다. 두 거래소의 비트코인 거래대금을 합하면 지난해 1월 2조9338억원에서 올해 1월에는 31조837억원으로 1059.5%가 증가했다.

일론 머스크 발언으로 가격 폭등…잇단 경고음에 변동성 폭발

최근 비트코인의 폭등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발언에 큰 영향을 받았다. 테슬라는 지난 달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한 보고서에서 자산 다각화와 현금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비트코인 15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또 앞으로 자산의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더 투자할 수 있으며 테슬라의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1일 머스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서의 토론을 통해 자신을 ‘비트코인 지지자’로 지칭했다. 머스크는 “8년 전에 한 친구가 나한테 비트코인에 대해 소개했는데 이해를 못한 게 아쉽다. 지금은 비트코인이 전통 금융투자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기 직전인 것 같다”고 자기 의견을 밝혔다. 글로벌 기업인 테슬라가 비트코인으로 차를 사고 팔 수 있게 하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자산의 한계를 넘어 실제 통화 구실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잇따른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비트코인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출렁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화상 간담회에서 “비트코인이 거래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법 금융에 자주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비트코인 거래는 매우 비효율적이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면서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기술 고문도 지난달 25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머스크는 엄청난 돈을 가지고 있고 매우 지적이기에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걱정하지 않는다”라며 “많은 여윳돈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이런 열풍에 매수당한다. 머스크보다 가진 돈이 적다면 비트코인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러 기준으로 볼 때 지금의 비트코인 가격은 이상급등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어 “암호자산(가상화폐)은 내재 가치가 없다”며 “앞으로도 가격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열풍, 3~4년 전과 다른 이유

이처럼 전문가들의 여러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번 비트코인 열풍은 3~4년 전과는 달라진 비트코인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말~2018년 초의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투기적 성격이 컸지만, 이번에는 비트코인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간편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은 올해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혀 ‘비트코인은 화폐’라는 주장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페이팔의 전세계 이용자 수는 3억 5000만명에 달한다. 비트코인이 처음 출시됐을 때 변동성이 커서 교환이나 가치저장의 수단 등 화폐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깨뜨린 방침이기도 하다.

미국 은행 규제 당국인 통화감독청(OCC)은 지난해 7월 미국 은행의 가상화폐 수탁 서비스를 허용했다. 이에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비트코인 투자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속속 진출하며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도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투자 자산으로 자리잡으려면 적정 투자가치 산정 필요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에는 화폐 가치를 유지할 가격안정 메커니즘인 화폐 공급량 조절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사전에 총발행량이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정해져 있다. 특정 주체에 의한 임의적인 통화량 조절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는 것이다.

임병효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투자자들은 위험성향이 높은 개인들과 일부 헤지펀드 중심으로 제한적”이라며 “비트코인이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장기자금인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비트코인의 적정 투자가치 산정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접근법이 나와야 한다”며 “기술과 제도 변화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장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 점도 잠재적 위험요소”라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