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본회의 통과…발등에 불 떨어진 TK인사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거대 양당의 ‘담합’에 힘입어 국회 본회의 문턱을 ‘가뿐히’ 넘어섰다(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 졸속 입법이란 비판이 거세지만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무소불위의 특별법 통과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속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설령 부산에서 4·7 보궐선거를 이기더라도, 대구·경북(TK)에도 신공항을 지어 달라는 요구가 분출할 경우 어떻게 감당할지가 고심거리다. 다독이자니 표밭인 TK의 민심이 술렁이고, 승낙하자니 178석 집권여당의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논쟁은 정치권에서 지난 약 20년을 끌어온 사안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의 TK 의원들은 ‘1년짜리’ 보궐선거 때문에 이를 허무하게 매듭지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크다. 당의 생사가 사실상 TK 표심에 달린 국민의힘의 지도부로서는 이를 무시하기가 어렵다. 자칫 TK 민심이 이탈하는 현상이 불거지면, 보궐선거는 이겨도 정작 본선인 대선에서 승리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이후 TK의 반격이 국민의힘 내부를 휘젓게 될지 관심이 모이는 배경이다.
경제성 의구심…불안한 관료들
국토부 “가덕도 공항건설, 직무유기”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김해공항에서 직선거리로 약 21㎞에 위치한 가덕도. 남부지역 최대 도시인 부산에서도 지하철로는 갈 수가 없고, 하루 4대 오가는 버스 시간을 맞춰야만 간신히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다. 이 외진 섬이 문재인 정부에서 치를 마지막 지방선거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모처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행보는 일사천리였다.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의결, 이틀 뒤인 25일 법제사법위원회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다음 날인 26일 해당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속전속결로 통과했다. 특히 이 법은 가덕도 신공항 건립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도 면제하는 무소불위의 특별법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통과하는데 지장을 주지는 못했다.
그동안 이어진 영남권 신공항 논의의 본질은 경제적 효용성 등 국가 예산의 효율적 집행이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로 말미암아 ‘뚝딱’ 지어질 전망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립에 관한 논의가 가시화한 때는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막바지인 2002년 4월이다. 당시 김해공항 맞은편 돗대산에 중국 민간항공기가 충돌한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12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김해공항의 안전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졌다. 대구와 부산 등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신공항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요구를 수용했다. 2007년 3월 노 대통령 지시를 받은 건설교통부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타당성 조사 1차 용역’을 국토연구원에 발주했다. 이때부터 영남 지역의 내분이 불거졌다. 부산시가 “신공항은 부산 가덕도 신항만에 인접해 건설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대구·울산·경북·경남 등에서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들은 물론 정치권과 지방정부 사이에서도 유치전이 과열양상을 띄면서 결국 과제는 차기 정부의 몫이 됐다.
공을 넘겨받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영남권 신공항 건립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현실은 참여정부의 반복이었다. MB정부는 “2010년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이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밑에서 지속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고 알려졌다. 국토부는 국회 교통위 위원들에게 제출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검토 보고서’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안전·시공·운영·환경·경제·접근·수요 7개 부문이 모두 낙제점”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국토위에 “가덕도 신공항도 사전타당성 검토를 거친 후 예타를 거쳐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신공항 건설이라는 개별적 구체적 사건만을 규율한다”며 “이는 그 자체로 위헌은 아니지만 평등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국토위에 전했다.
무기력했던 TK, 반격 채비…홍준표도 거들어
(왼쪽부터)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지난달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단연 가장 다급해진 쪽은 TK 인사들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3일 한걸음에 상경했다.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리에는 TK가 지역구인 곽상도·이만희 국민의힘 의원도 함께 했다.
이들은 다만 선거를 고려해 발언수위는 낮췄다. 이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대구·경북 공항 건설도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또한 “여당 의원들에게 우리 목소리가 잘 전달돼야 한다”며 타깃이 더불어민주당임을 분명히 했다.
보궐선거가 끝난 이후의 여파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후폭풍이 TK로부터 거세게 일어 국민의힘 전체를 뒤덮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나아가 대구 수성구갑을 지역구로 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수순까지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벌써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이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그는 TK 정치인들에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라’고 주문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TK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뒤늦게 주장해 본들 버스는 이미 떠나가 버렸다”며 “대구시장, 경북지사, TK신공항 관련 정치인들은 이제 그 직(職)을 걸고 필사즉생의 각오로 대처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TK가 지역구인 국민의힘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TK 신공항 추진에 있어서 사실상 당 지도부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보궐선거 때문에 TK 인사들이 ‘톤다운’을 한다는 시각이 있긴 하나, 오히려 선거가 끝나면 TK신공항 추진이 당론은 커녕 흐지부지 될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이어 “물론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긴 한데, TK 신공항 건립에 관한 의원들 저마다의 생각이 천차만별인데다 여당의 협조를 얻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도 걸려 있다”며 “현재로서는 ‘딜레마’만 존재할 뿐, 구심점 없이 이합집산을 면치 못하는 상황도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