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왔다. ‘학교 폭력(학폭)’ 전력으로 배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쌍둥이 자매’ 이다영·이재영(이상 26·흥국생명)에 대한 폭로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엔 “기숙사에서 일어난 일은 모른다. 오히려 쌍둥이 자매가 숙소 생활을 힘들어했다”고 말한 이다영·이재영의 중학교 시절 스승의 말이 추가 폭로의 불씨가 됐다. 이미 경악스러운 과거로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이 자매를 향한 ‘영구 퇴출’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영·이다영. 연합뉴스

“항상 피 머금고 살았다”…또 나온 쌍둥이 자매의 ‘학폭’ 폭로글

지난 1일 인터넷에는 ‘쌍둥이 배구선수의 또 다른 피해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한 글쓴이는 이다영·이재영이 나온 근영 중학교 배구부 이력을 공개하며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

글쓴이를 키보드 잡게 만든 건 과거 근영 중학교 배구부를 이끌었던 감독이었다. ‘학폭’이 벌어지던 약 10년여 전 근영 중학교 배구부를 이끌었던 감독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쌍둥이 선수들이 숙소 생활을 힘들어했다”며 감쌌다.

이 부분이 글쓴이의 분노를 샀다. 글쓴이는 “모른다고요? 당시 선생님과 제자들이 모두 증인”이라면서 “그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가해자 중 한 명의 지갑이 없어졌단 이유로 집합을 당했을 때 감독님도 내 뺨을 때렸다. 양쪽 뺨을 무자비하게 40대 가까이 때렸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구타를 피하고자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충격적인 폭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글쓴이는 ‘쌍둥이 자매’의 눈치를 보느라 학교에 방문한 부모님도 몰래 만나야 했다고 말했다. 들키면 ‘집합’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기 때문.

걸렸던 날을 회상한 글쓴이는 “만나는 게 걸리면 (쌍둥이 자매는) 땀수건과 옷걸이로 저의 몸을 구타했다. 교정기를 한 제 입을 수차례 때려 항상 입에 피를 머금고 살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 외에도 속옷 심부름은 기본이었고, 부상을 입을 때면 ‘꾀병’으로 비춰져 욕을 듣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이다.

이다영·이재영은 이미 지난달 10일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언어·신체적 폭력·금품 갈취 등을 일삼고, 칼로 피해자를 협박한 과거까지 들춰지며 충격을 안겼다.

어머니인 김경희 전 배구선수가 관중석에서 전화로 코치까지 했다는 피해자 학부모 폭로까지 나오면서 쌍둥이 자매의 학창시절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리고 이번에 또 과거가 폭로됐다.

현재 두 선수는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장 정지를 받은 상태다.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2019년 1월 열린 ‘V리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다영(왼쪽)과 이재영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발 방지 위해 큰 결단 있어야

이번 추가 폭로자는 글 말미에 “무기한 출전 금지요? 국대 선발 제외요? 여론 잠잠해지면 다시 풀릴 거 알고 있습니다”며 솜방망이 징계로 전락할 것을 지적했다. 이해 가는 분노다. ‘이상열 감독 사태’를 떠올리면 쉽게 답이 나온다.

2009년 국가대표 선수였던 박철우(36·한국전력)는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이상열 현 KB손해보험 감독(56)에게 폭행을 당했다.

박철우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자처해 자신의 상처를 공개, 스포츠계에 만연하게 뻗어 있는 폭력이 근절돼야 한다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냈다.

이 사건으로 이상열 감독은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상열 감독은 슬그머니 일선으로 복귀했다. 2년이 조금 지난 2012년, 징계가 풀려 경기대 감독으로 복귀했다. 2013년부터는 SBS 해설위원을 맡을 정도로 잘 나갔다. 그리고 2020년엔 KB손해보험의 감독으로 선임됐다.

쌍둥이 자매 ‘학폭’ 논란으로 폭행 전력이 소환되며 올 시즌 잔여 경기를 포기한 이상열 감독이지만, 어찌 됐든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지우고 쉽게 복귀한 경험이 있다.

이는 이다영·이재영의 복귀 가능성을 낳는 선례다. 구단과 대한배구협회만 징계를 내렸을 뿐,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두 선수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소속팀 자체 징계만 풀리면 두 선수는 언제든 복귀가 가능하다. 선례가 있는 만큼 복귀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쌍둥이 자매의 부친도 한 언론을 통해 “요즘은 누구나 과거 잘못했던 일이 나오면 전부 내려놔야 한다. 그래도 당사자가 진심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한다면 한 번 정도는 용서하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며 딸들의 복귀 기회를 바랐다.

하지만 정작 ‘학폭’ 가해자인 이다영·이재영은 시간 속에 과거가 묻히길 바라는 행보다. 단 한 차례 사과문만 남겼을 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지만, 재차 사과는 아직이다. 한마디로 ‘학폭’ 가해 선수들은 침묵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폭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과거의 ‘학폭 방관’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피해자들은 쌍둥이 자매를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채 그대로 두면 더 나은 상황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기한 출전 정지’가 최선의 징계인지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노진주 스포츠한국 기자 jinju217@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