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1년 1월 25일. 2011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은 숙명의 한·일전으로 열린다. 전반 23분 기성용의 페널티킥골 이후 동점골을 허용한 한국은 연장전으로 갔고 연장전에서 PK골을 내준 후 패색이 짙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 터진 황재원의 동점골로 승부차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3명의 키커가 모두 실패하며 결승 진출이 무산된다. 당시 팀의 고참은 박지성-이영표-차두리였고, 핵심은 기성용-이청용-구자철-지동원 등 ‘런던세대’였다. 그리고 막내는 등번호 11번을 단 만 18세의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4강 한일전에서 후반 37분 이청용과 교체되며 경기장을 밟았고 연장전 포함 약 40분가량을 뛰었지만 끝내 일본에 패하는 것을 보고 경기장에서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AFP 2011 아시안컵 승부차기 당시 손흥민(오른쪽 셋째)과 축구대표팀의 모습. 연합뉴스

A매치 89경기를 뛴 손흥민에게 유일한 한·일전이었던 10년 전은 패배였다. 10년 전과 지금의 손흥민은 완전히 다르다. 당시엔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아시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다시 성사된 한일전에서 손흥민이 출전해 10년 전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한일전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한·일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갖기로 일본축구협회와 합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일본에서 친선전으로 한·일전이 열리는 것은 지난 2011년 8월 일본 삿포로에서 맞붙은(0-3 패) 이후 10년 만이다.

이후 한일전은 모두 동아시안컵 대회였다. 동아시안컵의 경우 정식 A매치 기간에 열리는 경기가 아니기에 해외파 선수들의 차출이 불가능했다.

손흥민은 A매치 89경기 중 한·일전은 딱 한 차례, 황의조는 34경기 중 0차례, 황희찬도 34경기중 0차례, 이강인도 5경기 중 0차례 등 대부분 경험이 없다.

손흥민 등 해외파 선수들 대부분이 한·일전 경험이 적거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유럽 원정 A매치에 차출된 사실상 축구대표팀 정예멤버 중 한·일전을 경험해본 선수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한때 빈번히 열렸던 한·일전이 귀해졌다.

문제는 해외팀 차출거부-집단감염 여파

한·일전이다 보니 양팀 모두 최정예 멤버를 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는 코로나19 시국이다. 차출이 여의치 않다. 그렇기에 대한축구협회는 발표 전 국내파에 한해서는 계획을 세웠다.

K리그 선수들은 귀국 직후 7일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공동 격리하고 나머지 7일은 소속팀에 복귀해 리그 경기 출전이 가능하도록 정부와 협의를 마쳤다. 원래 A매치 기간동안 2경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딱 한경기만 돌아와야 자가격리 기간까지 맞출 수 있기에 한번만 하는 이유다.

문제는 해외파 선수들이다. 해외파 선수들이 있는 나라별로 자가격리에 대한 규정이 모두 다르다.

나라뿐만 아니라 소속팀이 속한 주별로 다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피파에서는 원래는 A매치 데이 선수 차출 거부가 불가능하지만 코로나19 시국에는 감염 등의 이유로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줘 정말 해외파 합류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또한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원정 A매치를 떠났다가 일주일 만에 선수 7명, 대한축구협회 스태프 4명까지 무려 11명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당시 많은 국가의 대표팀이 모여 경기를 했지만 11명이나 집단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해외팀들에서 이미 이런 일을 겪은 한국대표팀을 얼마나 믿고 차출에 응할지 확신할 수 없다.

국내파 올림픽 대표팀+해외파 주축될 듯

2020년 11월 오스트리아 원정 A매치 카타르전 손흥민의 모습. 연합뉴스

이번 대표팀이 최정예로 모일 수 있다면 국내파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과 해외파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 황의조,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황인범 등 유럽파와 남태희, 정우영, 김진수 등 중동파, 김민재, 손준호 등 중국파, 엄원상, 원두재, 정태욱, 윤종규, 이동준 등 국내파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차출될 것을 보인다.

도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린다는 가정하에 올림픽대표팀은 아직 발표된 3월 경기가 없기에 축구대표팀 안에서 호흡을 맞춰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마지막 친선경기 패배가 2011년 8월로 0-3으로 졌는데 한·일전에서 3골차 이상이 나면서 진 것은 37년만의 일이었을 정도로 굴욕적이었다. 손흥민 역시 2011 아시안컵을 끝으로 역사적인 자신의 커리어에 한일전 복수를 진행한 적이 없다.

10년 전의 손흥민은 막내였지만 지금의 손흥민은 어엿한 주장이다. 과연 손흥민은 10년 만에 성사된 친선 한일전에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