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것이 곧 건강의 기본’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실제로도 이 세 가지 생리작용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건강 위험 요소가 적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잘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잘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민 고민을 해도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없고 건강 문제는 점점 더 꼬여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사람은 그냥 건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잘 자는 것만큼 노화를 예방해주는 것이 없다.

뇌에 휴식을 주는 잠

깨어 활동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뇌는 잠시도 쉬지 않고 활동한다. 느끼고, 생각하고, 갈등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동안 뇌는 과열 상태에 놓이게 된다. 잠을 자는 것은 이러한 상태에 놓인 뇌를 쉬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 몸도 피곤할 때 휴식이 필요한 것 같이, 사람의 뇌 또한 낮 동안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황금같은 휴식 시간이 필요하며, 이것이 곧 수면 시간이다.

신체 면역을 증강시키는 잠

잠을 자기 시작하면 얕은 잠을 자면서 꿈을 꾸게 되는데, 꿈꾸는 잠은 정신적 갈등을 해소하는 시간이다. 이때에 뇌혈류가 증가되고 신경발달이 촉진된다. 좀 더 잠이 깊어지게 되면 꿈을 꾸지 않는 상태가 되는데 이 꿈꾸지 않는 잠 상태는 신체적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동안 신체는 근육 이완이 이루어지고, ‘뮤라일 펩타이드’라는 면역증강 물질이 분비된다. 실제로, 주위를 보면 잠을 충분히 자는 사람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잠을 자는 것은 단순한 휴식 차원을 넘어서서 정신적인 갈등 해소와 체력을 축적할 수 있는 에너지의 공급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과정이다.

언제, 얼마나 자야 하느냐는 사람마다 달라

몇 시간을 자느냐보다는 수면의 질이 중요하다. 의학적으로 이야기하는 좋은 수면은 아침에 눈을 떠서 5분쯤 후에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두통이나 근육통도 없어야 한다. 낮에 졸립거나 집중력 장애, 기억력 장애 등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이런 수면이 되려면 잠자리에 누워 5-10분 내에 잠들 수 있어야 하며 자주 깨지 않아야 한다. 잠을 자는 시간이 흔히들 말하는 하루 8시간이 적당한 걸까? 아니다. 정답은 ‘각자가 필요한 만큼’이다.

4시간을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다면 4시간이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이다(이런 사람들은 대개 능률적이고 활동적인 사람들이다). 마찬가지로 10시간을 자야 피로가 회복된다면 그만큼 자야 한다. 8시간 안팎이 현대 성인들의 평균 수면 시간이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양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잠 부족이 쌓이면 자율신경 균형이 깨어져

아침 인사가 "안녕히 주무셨어요?"였던 우리 조상들은 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현명한 분들이었다. 의사들이 진료를 하면서 처음으로 하는 질문 중의 하나도 '잠을 잘 자느냐'이다. 잠을 잘 못 잔다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이 잘못되어 간다는 첫 신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깊은 잠을 못자는 사람은 낮에 활동할 때 항상 피곤하고, 수면을 통해 뇌가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집중력 곤란, 무력감, 만성두통, 어지러움 같은 증상들을 동반한다. 이런 상태가 만성이 되면, 신체적으로 극심한 피로는 물론이고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어지고, 결국 신경쇠약이나 불안, 우울증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잠을 잘 자는 비결

잠을 잘 자는 비결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저녁에 과식하지 않고, 반대로 너무 굶은 상태로도 잠을 자지 않는다. 둘째, 저녁 식후에는 커피, 홍차 같은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대신 따뜻한 우유나 둥글레차는 쉽게 잠 드는데 도움이 된다. 술은 쉽게 잠들게 하지만 깊은 잠이 드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술을 먹고 잠을 청하는 것은 양질의 잠을 포기하는 것이다.

셋째, 저녁 식사 이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거나 목욕을 하면 쉽게 깊은 잠을 이룰 수 있다. 넷째, 1주일에 3~5회, 1회에 30~40분씩 저녁 시간에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면 잠이 잘 온다. 다섯째, 침실 주위의 가전제품을 모두 치우고, 오직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잠자리 바로 옆에 배치되는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숙면을 방해하며 건강에도 좋지 않다. 또한, 바로 잠들 수 없을 때 잠자리에 누워서 TV를 보거나 하게 되면 잠들기는 더욱 어렵게 된다.

여섯째, 환경이 바뀌어서 잠자기 시작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해지는 경우가 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한다. 늦게 자게 되었으니 다음날 늦게 일어나기를 며칠 계속하게 되면, 수면 리듬이 완전히 깨어져 버려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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