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내 대표 한류 행사인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 행사에서 슈퍼주니어가 공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만에 열리는 올해 축제는 대부분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도 한류는 승승장구할까.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지만 한류 산업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연초부터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전세계 영화상에서 85개 트로피를 거머쥔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1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서 4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로 세계 음반 시장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음반 수출액은 지난해 1억 7000만 달러로 2019년보다 94.9% 늘었다. 2017년과 비교하면 3년만에 네 배 성장했다. 드라마 시청률과 수출액도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북미 미디어·방송 전문 매체 바이스(vice)에 따르면, 지난해 3?7월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시청량 월평균은 전년에 비해 아시아 전역에서 150%, 북미와 유럽권 지역에서 250% 증가했다.

이처럼 객관적인 수치가 보여주듯 코로나19 이후의 한류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한국 콘텐츠의 생산·유통·소비를 재난·문화·인간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탐색하는 ‘코로나19 이후의 한류’를 발간했다. 자료에 따르면 대중과의 현장 교감을 전제로 했던 문화 생산과 소비는 팬데믹 이후 비대면 형태로 모여들었고, 한류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 역시 바이러스를 피해 디지털이 연결하는 온라인으로 더 쏠린 것으로 분석됐다.

BTS, 한층 업그레이드 된 온라인 콘서트 선보이기도

코로나19 이후에도 한류가 성공적인 이유로는 한류 콘텐츠에 내재돼 있는 ‘위로·희망·연대’의 메시지에 있다고 꼽았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누적 사망자가 340만명을 넘어서는 등 전 세계인이 걱정과 우울감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류는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방탄소년단은 이러한 비교우위를 전 세계의 시대적 상황과 연계시켜 노래 가사와 퍼포먼스 등을 통해 진보적 가치로 전환시켰다. 한국형 팬덤 공동체는 재난 속에서도 스스로를 즐겁게 만드는 능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IT 강국’의 면모답게 한류 산업에서 발빠르게 디지털 혁신을 이뤄낸 것도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게 했다. 오프라인 공연이 모두 취소되자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유료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를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연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은 세계 191개 국가 및 지역에서 99만3000명이 관람했다. 이 공연에서는 증강현실(AR)과 확장현실(XR) 등을 동원한 최첨단 무대를 선보였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 한류 대중화 뚜렷

이 같은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과 IT 기술이 더해지면서 한류는 코로나19 이후 특히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큰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한류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 문화콘텐츠 상품 수출은 65억 5400만 달러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에 비해 10.8% 증가했다.

이 연구에서는 각국에서 한류의 인기를 수치화해 현재 한류의 대중화 정도를 나타내는 ‘한류지수’를 내놨다. 한류의 현재 인기와 대중화 정도를 나타내는 ‘한류현황지수’는 5점 만점으로 측정해 3.5 이상인 경우 한류대중화단계, 2.5 이상 3.5 미만은 한류확산단계, 2.5 미만은 소수관심단계로 분류했다. 한류의 성장 또는 쇠퇴 정도를 나타내는 ‘한류심리지수’는 100점을 기준으로 그 이하는 한류쇠퇴, 그 이상은 한류성장으로 해석해 100~129점은 중간성장, 130점 이상은 고성장그룹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2019년 대비 한류현황지수가 상승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6.2%), 중국(6.1%), 인도(5.0%), 러시아(4.4%), 인도네시아(4.1%), 대만(4.0%), 말레이시아(3.6%), 아랍에미리트(UAE) (3.4%), 일본(2.0%), 터키(1.8%) 등이다.

한류콘텐츠에 대한 이용다양성과 이용집중도를 국가별로 분석한 결과로는 크게 3개의 국가 그룹이 발견됐다. 상위 그룹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중국 등이다. 이들 국가는 이용다양성과 이용 집중도가 모두 높고 국가간 차이도 크지 않았다. UAE, 인도, 터키는 중간 그룹을 형성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한류 인기가 높은 국가들과 터키의 경우 여성들이 한류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함께 한류콘텐츠 소비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분석 결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한류대중화국가의 열성적 이용자들은 한국 드라마, 예능, 음악, 영화의 소비비중이 유난히 높았지만, 웹툰, 도서, 게임, 한식 등은 오히려 소비비중이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한류소비점유율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의 순서로 높았던 반면 이용다양성과 한류콘텐츠 평균소비비중이 모두 낮은 일본, 러시아, 영국 등에서 가장 낮았다.

SBS 인도네시아 채널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10~30대 인구비율이 상당히 높아 한류를 즐기는 젊은층이 많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편이라 앞으로도 가장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한류 대중화가 뚜렷한 이들 국가에서 다양한 문화 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각화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