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병목현상 최악은 벗어나…하반기부터 해소될 듯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사진=삼성전자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장기적 호황을 뜻하는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세가 상반기에 이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올해 반도체업계의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완성차가 생산 차질을 빚는 최악의 시기도 6월을 지나면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예상 매출액이 5272억2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월 발표한 10.9% 성장률보다 두 배 가까이 상향 조정된 수치다. 또 글로벌 채권운용사인 핌코는 전반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이 하반기에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반도체 부족, 車 400만~600만 대 생산 차질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반도체 등 여러 분야의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 4월과 5월 삼성전자 등과 공급난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공급망 복원을 위해 협력키로 하는 등 상당히 기민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부족 사태는 업계의 수요 예측 실패에 기인한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피해를 입고 파격적인 감산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상황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구입량도 함께 줄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반도체기업들도 자동차 분야보다는 비대면 활성화로 수요가 보장된 IT 등의 분야에 생산력을 집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갑자기 신차, 특히 전기차 주문이 급증하면서 결국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그렇다고 수요가 급증해버린 IT 분야 등의 반도체 수급이 원활한 상황도 아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자동차 반도체의 병목현상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악을 벗어나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속에 가장 부족했던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대만 TSMC 증산 물량이 이번 달 말에 공급되는 등 생산 부족 물량을 만회할 수 있는 흐름은 포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반도체 수요 증가 폭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가전제품 등 기존 전통적 수요와 함께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용 반도체 등 새로운 부문의 수요까지 증가하면서 반도체 수급 문제는 장기화될 것”이라며 “공급 부족은 반도체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에게는 호재지만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제조업 기업들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경영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부족 사태로 연간 차량 생산 감소분이 400만∼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1분기 반도체 품귀에 따른 지역별 차량 생산 감소분은 유럽 약 42만대, 북아메리카 약 35만대, 중국 약 36만대, 한국과 일본 약 14만대 등 총 140만대 수준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산업에 ‘올인’

전반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단기간에 정상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올해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WSTS는 내년 반도체 시장 매출을 올해보다 8.8% 늘어난 5734억4000만 달러로 예상했다. 그 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는 17.4%의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반도체 시장 호황을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반도체기업들도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부문 투자금액을 171조 원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가 되겠다는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한다.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 평택캠퍼스 3라인을 내년 하반기까지 완공해 메모리 반도체 부문 초격차 전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평택 3라인을 구성할 예정이다. 평택 3라인의 클린룸(반도체 공장 내부) 규모는 축구장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공장이다. 극자외선(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미터 D램과 5나노 연산가능 제품을 양산하고 있고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으로 전자동 관리된다.

전체 매출 가운데 98%를 메모리 반도체가 책임지고 있는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예고했다. SK하이닉스는 8인치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현재보다 2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로 국내 설비를 증설하고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종합 반도체 강국 실현을 위한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면서 9년째 수출 1위를 유지 중인 반도체 산업의 경쟁은 민간에서 국가 간 경쟁으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때 민·관이 고삐를 더욱 조일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엄중한 시기에 대응키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이번 K-반도체 전략을 만들었다”며 “대규모 민간투자에 화답해 정부도 투자세액공제 5배 이상 상향, 1조 원 규모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정부는 지난 10일 제11차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를 개최하고 지난달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의 후속조치로 ‘K-반도체 대규모 예타사업 본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내년부터 반도체 신(新)성장을 위해 첨단 센서, 인공지능 등 새로운 분야의 기술역량 강화를 본격 추진한다. 다음으로 ▲소부장 양산형 테스트베드 ▲첨단 패키징 플랫폼 ▲대규모 인력양성 사업은 추가적인 사업 기획 후 2023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