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주택가격 2006년 이래 가장 빠른 급등세

미국 버지니아주 단독주택 매물( 사진=연합뉴스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긴축을 시사하는 ‘매파적’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공개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은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의 ‘통화정책 정상화’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의사록은 최근 주택가격에 대해 소득 등과 비교할 때 상당폭의 괴리된 움직임을 보이고 가계부채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통위는 주택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가격 상승과 늘어난 가계대출로 인해 금융불균형이 누적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계부채 증가세와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소비의 제약을 가져오고 자원배분의 효율성 저하와 성장잠재력이 약화된다는 점 등도 우려했다. 따라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부동산 과열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4월 캐나다 중앙은행은 선진국 중앙은행 중 최초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주간 자산매입규모를 30억 캐나나달러(약 2조7500억원)로 종전대비 10억 캐나나달러(약 9187억원)를 줄였다.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0.25%를 동결하고 양적완화 규모를 그대로 유지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캐나다의 경기회복이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지난 4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언급했듯이 부동산 시장을 신중하게 관찰할 것이다.

현재 캐나다 11개 도시를 포함한 전국 주택가격 지수는 전년대비 10%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토론토(13%)와 몬트리올(17%)은 전국 상승률을 웃돌고 벤쿠버의 상승률도 10%선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14일 캐나다 중앙은행이 재차 테이퍼링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영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주택가격은 10.9% 상승했다. 7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지난 12개월 기준 영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24만2832파운드(약 3억8000만원)로 약 2만3870파운드(약 3764만원)가 올랐다.

이와 대해 BBC는 “정원 등 여유로운 공간 확보를 노린 매수세가 집중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로버트 가드너 내이션와이드 분석가는 “지난해 4월 거래 절벽에 몰렸던 주택시장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으로 진단했다.

1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 주택 거래량은 4만2000건으로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그러나 지난해말 이후 회복 흐름으로 돌아선 영국 주택시장은 지난 3월 18만3000건으로 사상 최고 수준의 거래량을 경신했다.

이같은 호황은 영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한 몫 거들었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50만파운드 이하 주택을 거래할 때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세금감면 제도를 도입했다. 이 조치로 정원이 딸린 주택 수요가 늘어났다.

지난 3월에는 스코틀랜드만 세금감면 제도를 종료했고 웨일즈 등 나머지 3개 지역은 6월말까지 감면 제도를 적용해준다.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전액감면 기준을 25만파운드로 낮춰서 9월말까지 추가 연장해주기로 했다.

소비패턴 변화, 가처분 소득 증가가 부채질

지난 1분기 주요 선진국의 주택가격은 2006년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치솟았다. 데이터 분석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1개국 중 미국, 독일의 1분기 주택가격 상승률은 40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의 1분기 상승률은 40년 평균치를 웃돌았다.

특히 영국, 호주의 주택수익비율(PRR)은 1960년 이래 최고치까지 올라왔다. 미국은 2000년 중반이후 가장 높았다. 부동산 버블 지수로 활용하는 PRR은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 비율로 산출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급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19 초기 막대한 통화량 확대와 낮은 모기지 금리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대부분 진단하고 있다. 소비 선호의 변화도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전염병의 특성 때문에 레스토랑을 찾는 외출을 줄이는 등 소비 패턴의 변화가 주택 선호를 자극한 것으로 추측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도심 대신 교외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도 주택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했다.

두 번째는 가처분 소득의 증가로 인한 주택 수요 증가이다. 대부분의 연구 자료들은 금리 인하 보다 가처분 소득 증가가 주택 수요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정부의 팬데믹 재정 지원이 가계의 저축으로 쌓여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킨 것이다. 이는 주택 구매 시 계약금 인상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높여주었다.

레티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택 구매자의 담보대출 신용평가 파이코(FICO)를 보면 대부분 760점 이상의 우량 등급자들이었다. 이는 고소득자들이 은행에 쌓여 있는 저축을 소비하지 않고 주택 보증금으로 활용해 주택을 추가 구매했다는 뜻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급등한 주택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매수에 나서기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민간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의 지난 5월 조사에서 향후 6개월 내 주택구매 의향 비율은 8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신규 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5.9% 감소한 86만3000채(계절조정)를 기록했다. 신규 주택판매는 전달에 20% 이상 크게 증가했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는 연율 95만9000채였다. 한편 전미부동산협회(NAR)는 지난 4월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가 3월보다 2.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분석기관 팩트셋에 따르면 4월의 판매 속도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저조한 것이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