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종로구 KB국민카드 본사에서 열린 '데이터 융합 플랫폼 활성화 업무제휴 협약식'에서 남성필 AB180 대표(왼쪽부터), 박영훈 GS샵 부사장, 이상민 LG유플러스 부사장, 이해정 KB국민카드 전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카드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데이터를 잡아라.”

카드업계가 데이터 확보를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플랫폼 기업 등 타사업군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신규 시장과 맞춤형 고객 데이터 확보에 나서는 등 사활을 건 ‘빅데이터 전쟁’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환경이 가속화되자 잠재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카드업계와 타업종과의 합종연횡이 크게 늘고 있다.

KB국민카드, LG유플러스 등 7개 기업과 빅데이터 동맹

KB국민카드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KB국민카드 본사에서 GS샵·LG유플러스와 ‘이업종 데이터 융합 플랫폼’ 참여 등 데이터 부문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이업종과의 빅데이터 동맹 확대에 나섰다. GS샵과 LG유플러스가 참여하는 ‘이업종 데이터 융합 플랫폼’은 지난해 5월 KB국민카드와 △AB180 △롯데백화점 △다나와 △중고나라 △티머니 △토파스여행정보 등 7개 기업이 제휴해 만든 고객 동의 기반의 데이터 융합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현재 데이터 인프라 전문기업인 AB180이 운영 중으로 각 참여 기업들이 보유한 소비·쇼핑·검색·교통 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빅데이터를 결합해 초개인화 마케팅과 신사업 발굴 등에 활용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GS샵과 LG유플러스의 플랫폼 참여로 유통·통신 관련 빅데이터 확보와 참여 기업간 다양한 데이터 융합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이와 함께 소비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 등 다양한 영역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개방형 데이터 통합 비즈니스 플랫폼 ‘데이터루트(Dataroot)’를 지난 2월 선보이는 등 데이터 사업 혁신과 시장 선도를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플랫폼 참여 제휴사를 계속 확대하고 데이터 기반 신사업 발굴 노력을 이어가 이 플랫폼이 고객에게 초개인화 서비스 등 수준 높은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부문 대표 데이터 융합 플랫폼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지난 7일 코리아센터와 전략적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코리아센터는 2000년에 설립된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빅데이터와 가격비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에누리 플랫폼이 유명하다. 양사는 고객 대상 공동 마케팅, 플랫폼 기반 마케팅 채널 공유, 제휴카드 출시와 양사 신규 상품 및 비즈니스 기회 발굴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신규 창업자 인큐베이팅 교육과 삼성카드의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 지원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로 외국인 등 금융소외계층 서비스 개발

신한카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2021년 데이터 플래그십 사업’ 지원기관에 선정됐다. ‘데이터 플래그십’ 사업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회 현안 해결 및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과기부 주관으로 시행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내·외국인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데이터 기반 금융포용 방안’이라는 주제로 데이터 보유사인 와이더플래닛과 전문개인신용평가업(비금융 CB) 1호 예비허가를 신청한 크레파스솔루션과 컨소시엄으로 공모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금융 거래 이력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신용평가체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금융 소외계층도 적절한 금융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서비스다.

금융 이력이 부족한 내국인과 금융 정보가 단절된 외국인들에게 각각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은 취업 등 국가 간 거주 이동으로 금융정보가 단절돼 적절한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내에 거주하는 동안 발생한 금융거래 데이터를 축적·가공·평가해 국가간 거주 이동 시에도 연속성 있는 신용평가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간 신용정보 교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신한카드는 민간 데이터 댐을 구축하고 있는 다양한 이종 사업자와의 제휴로 확보한 데이터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신용평가 항목들을 지속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댐은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로, 데이터 수집·가공·거래·활용기반을 강화해 데이터 경제를 가속화하자는 취지의 사업이다.

이같은 카드사들의 업종을 넘어선 협업은 실제 실적 개선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가입자 확보를 위한 기존의 대면 영업비용은 줄이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타겟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보다 진화한 방식을 택한 데 따른 결과다.

NH투자증권 최성종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카드 사용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했지만 오프라인 결제 감소를 상쇄한 온라인 결제 확산과 함께 카드사들이 적극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라며 “카드 부가서비스 및 수수료, 회원모집 비용 등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 대응하면서 2020년 국내 카드사들의 세전수익은 전년대비 1.3% 증가했고 세전비용은 2.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