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硏 “규제 프로세스 개선·범부처 간 협력 필요”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아프기 전에 몸 관리를 철저히 하자.” 최근 건강과 관련한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민의 86.8%가 원격의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는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중 81.9%는 ‘개인 건강 상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가장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응답자의 과반이 만성질환자(66.7%)를 꼽았다. 다음은 고령자(19.7%), 급성 질환자(10.6%), 임산부(1.0%) 등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일반 국민의 인식과 경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3일부터 8일까지 온라인으로 설문이 진행됐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원격의료와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 AI 헬스케어까지 포함한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이용 경험과 관련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61.3%로 나타났다. 만족도는 66.7%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 신체의 일부처럼 착용하거나 부착해 편리함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기기 이용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2.8%이고, 만족도는 70.1%로 집계됐다. 반면 DTC 유전자 검사는 4.9%만이 경험했다고 답했고, AI 헬스케어 이용 경험도 3.4%로 나타났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수요가 '향후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무려 86.8%에 달했다.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12.1%, 현재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1.1%에 그쳤다.

다만 디지털 헬스케어의 세부 분야별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의 경우 5점 만점에 4.3점으로 ‘의료 접근성 향상’을 가장 기대되는 점으로 평가했다. 다음은 대기시간·비용 감소(4.1점),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강화(3.9점), 충분한 상담 가능(3.4점) 등이다.

원격의료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은 사고 시 책임소재 불분명이 지적됐는데 이는 5점 만점에 3.82점을 기록했다. 부정확한 진단·진료(3.81점)도 거의 비슷하게 우려되는 점으로 평가됐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3.5점), 지방·중소병원 도산 우려(3.4점) 등이 뒤를 이었다.

DTC 유전자 검사 시 기대되는 점은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와 유전적 질환에 대한 사전 예측이란 응답이 각각 3.8점으로 나왔다. 그 다음은 생활 습관 개선 등 국민 건강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다만 응답자들은 상업적으로 활용될 가능성, 개인 유전자 정보 유출, 검사 결과에 대한 잘못된 해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AI 헬스케어의 경우 기대되는 점은 진료 프로세스의 효율성 향상, 개인별 질병 예측 및 예방, 정밀한 진단 및 치료 등이다. 우려되는 점은 환자와 정서적 교감의 어려움, 오작동으로 인한 의료사고 위험, 결과(진단)에 대한 신뢰성 부족 등을 꼽았다.

또한 일반 국민의 대다수는 개인 보건의료 데이터 공유와 활용이 ‘중요하다’(71.5%)고 인식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53.6%는 개인정보 남용·유출 등 부작용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개인 보건의료 데이터의 소유권은 ‘개인’(77.0%)에게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별적인 데이터 제공 의향도 높게 나타났다. 개인 보건의료 데이터를 ‘정밀한 진단 및 진료’(87.0%), ‘개인별 맞춤 서비스 이용’(83.7%), ‘학술·연구 목적’(75.1%) 등을 위해 제공하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민간 헬스케어 기업의 의료 상품·서비스 개발’(45.3%)의 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설문 조사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신뢰성 있는 보건의료 데이터 기반 구축과 함께 개인정보의 보안 강화와 기술적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대책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디지컬 헬스케어에 대해 기존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병원, 제약·의료기기 업체, 보험회사, 환자 등이 주요 이해관계자였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건강관리 전문 서비스사, 통신사, 바이오센서를 포함해 웨어러블 기기 제조업체, 헬스케어 솔루션 제공자 등 신규 이해관계자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KISDI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생산자-소비자’ 구도가 다른 산업과 달리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다. 솔루션 서비스나 의료기기 생산자는 개발 기업, 지급 주체는 보험사와 소비자, 서비스의 사용자는 개인, 그리고 의료진이 서비스 사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된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현장에서 표준적 치료 수단으로 사용되기까지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거나 제도적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따라서 우선적 도입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시범 사례 및 성공 사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KISDI는 강조했다.

심리적 치료 및 정신적 치료의 활용 분야나 의료교육 분야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도입 지원책 활성화도 필요하다. 특히 KISDI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특성이 반영된 규제 프로세스의 개선과 이를 위한 범부처 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치료 중심의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질병 관리와 예방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진료비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디지털 헬스 보험 급여를 위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디지털 헬스 의료기술 특성을 반영한 보험적용방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KISDI는 첨단 의료기술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해 임상적 유용성, 안전성, 경제성 등에 대한 입증을 업계에만 맡기기보다는 규제기관의 임시적 허가와 함께 시장 진입 및 재심사의 새로운 편입과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출처=연합뉴스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