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전체를 통틀어 역대 최대의 TV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있다.”(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지난달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단숨에 미국을 비롯해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83개국 중 대부분의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작품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전세계 톱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오징어 게임은 10일째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미국 CNN,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유력 언론도 연일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열풍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코드 컨퍼런스에서 “오징어 게임은 확실히 비영어권 콘텐츠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비영어권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전체에서 역대 최대의 TV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출연 배우들은 단숨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 수가 100만 이상 늘어나는 등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글로벌 스타’가 됐다. 상상을 초월한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인기의 요인은 뭘까.

부의 불평등 문제 극명하게 건드려…“‘기생충’과 비견될 작품”

외신들은 입을 모아 오징어 게임이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갈등을 시의적절하게 건드린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이 작품을 지난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과 비교하며, 한국 사회를 비롯한 전세계 부의 불평등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샀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빈부격차 문제에 집중한 것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켰을 것”이라며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영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주제의식이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지난달 28일 “오징어 게임의 배경은 오늘날 한국의 매우 실질적인 ‘부의 불평등’”이라며 “오스카상을 수상하며 시대 정신을 다룬 영화 ‘기생충’과 비슷하게 비교할 만하다”라고 했다. 미국 CNN도 “이번 흥행은 ‘기생충’에서 보여진 것과 매우 비슷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또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 하는 생존게임을 담은 서사가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살인을 소재로 한 디스토피아 시리즈 영화인 ‘헝거게임’과 ‘배틀로얄’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두 작품은 모두 생존을 위한 게임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 시장 돌풍 이유는 아이들 놀이를 접목시킨 단순함 살아남기 위해 어린아이들이 하는 놀이에서 이겨야 한다는 단순한 법칙도 큰 몫을 했다. 문화권이 다르고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도 없이도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황동혁 감독은 지난단 28일 언론 화상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의 인기 비결과 관련해 “아이들이나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놀이가 지닌 단순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작품에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등 한국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봤던 놀이가 등장한다. 황 감독은 “(작품에 나오는) 제가 어릴 때 직접 했던 놀이가 모두 간단해서 감정이입이나 몰입을 쉽게 만드는 점이 전세계인이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했고, 이 게임이 단순한 한국의 옛날 놀이이지만 세계적으로 어떤 소구력이 있을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고 제작사와 작업하게 됐다”고 전했다.

10여 년 넘게 가다듬은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흥행 비결

단순함이 매력이지만 작품 자체는 단순하지 않다. 영화·드라마에 대한 신랄한 평가로 높은 신뢰도를 쌓고 있는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에서 오징어 게임은 만점인 신선도 100%를 받았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구조에 각기 다른 캐릭터별 서사와 인간 심리의 다면성을 보여주면서 높은 완성도를 구현해낸 점이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이 작품은 황 감독이 데뷔 전부터 준비해온 시나리오로 10여년 넘게 구상과 수정을 반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에 참여한 한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오징어 게임 시나리오를 봐왔는데 감독님이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다듬으면서 점점 더 좋은 작품으로 진화하는 걸 지켜볼 수 있었다”며 “작품 콘셉트와 분위기에 맞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심의기준이 있는 지상파 드라마가 아닌 넷플릭스에서 방송한 것도 성공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