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자율신경은 여자를 힘들게 한다는 내용으로 칼럼을 다뤘습니다. 그랬더니 그 칼럼을 보신 많은 분들이 남자는 괜찮은 건지 궁금해하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남자의 자율신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동의보감 내경 편에 ‘열 명의 남자보다 한 명의 여자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기록이 있고, 그만큼 여성은 호르몬 변화가 복잡해서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는 이야기는 지난주에 말씀드렸지요.

진료 예약으로 연락 주시는 분들이 여자만 진료 가능한지 묻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요, 치료는 당연히 남녀 구분 없이 합니다. 여자만큼은 아니지만, 남자도 자율신경에 문제가 있는 분은 상당히 고질적이고 그 정도가 심합니다. 오늘은 온 몸이 보내오는 다양한 이상 증상들의 총합이라고도 불리는 자율신경실조가 어떻게 남성도 힘들게 하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남자는 이럴 때 자율신경 깨진다

여성이 월경, 임신, 출산, 완경 등의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쉬운 반면, 남성은 여성만큼의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는 크게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아무 문제가 없고 안전한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남성이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 중에 으뜸은 불규칙한 생활리듬입니다. 일하느라 밤낮이 바뀐 것이든, 야행성 습관이 배어있는 것이든 상관없이 여하튼 생체리듬이 엉망이 되어있으면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깁니다.

스스로 챙겨먹지 못하는 남자가 위험해

또 다른 원인은 식사입니다. 우리나라 남성이 혼자서 식사를 잘 챙겨먹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어려서는 어머니가, 결혼해서는 아내가, 노년이 되어서는 딸 며느리가 챙겨주기 ㄸㅒ문에 그런걸까요? 이유야 어떻든간에 우리나라는 혼자서는 식사를 제대로 차리지도, 그리고 식당에서 사먹지도 못하는 남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직장 때문에, 취업 준비 때문에, 부모를 떠나 부득이하게 혼자 지내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지요. 이럴 때 식사 챙길 능력이 없는 남자들은 대개 세 끼를 모두 사 먹거나, 집에서 먹더라도 편의점 식사,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여성보다 훨씬 많습니다.

자율신경기능은 가공식품, 트랜스 지방 많은 튀긴 음식, 질 낮은 식재료로 만드는 간편식 등을 오래동안 섭취할 때 안 좋아집니다. 남자도 스스로 먹을 식사를 제대로 차릴 수 있고, 제대로 챙겨먹을 수 있다면 자율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겁니다.

남성에게 흔한 번아웃증후군

경마장의 경주마처럼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어지럽고 맥이 빠져서 기운을 못 차린다면, ‘번아웃’ 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으로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생겨 내원하는 경우는 여성보다 남성이 많습니다. 체력만 믿고 에너지를 계속 방출만 하다가 어느 순간 불탄 집처럼 폭삭 내려앉는 느낌을 받는 겁니다. 그래서 몸도 챙기고 마음도 챙겨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데, 환경이 그러질 못하지요.

번아웃 증후군은 오랜 시간 쌓여온 교감신경 항진 과정의 결과입니다. 검사를 해보면 영락없이 심한 스트레스 뇌파가 나옵니다. 그리고 온몸의 긴장, 수면 불량, 뇌의 각성, 기력탈진, 원인 모를 어지러움과 두통 등의 다양한 증상들이 갑자기 시작되어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율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호흡이 불편하고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면서 극심한 공포 불안감이 닥쳐오는 공황증이나 공황발작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자율신경 고장 나기 쉬운 남성 직업군

모든 직업이 장단점이 있지만, 특히 자율신경의 균형을 깨뜨리기 쉬운 직업군은 따로 있는데요.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있는 남성들의 직업군 중에 가장 많은 경우는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직업입니다. 2교대나 3교대 근무 업종, 밤새워 일하는 직업, 특히 IT, 방송 쪽은 밤에 일을 많이 하지요. 이렇게 일하는 직업은 생체리듬에 문제가 생기고, 자율신경기능이 차차 무너집니다. 또 꼭 직업이 아니더라도 야행성 습관을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다음으로 취업 준비생이 많습니다. 특히 남자 취업 준비생들은 졸업 후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압박감과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해서 자율신경기능에 문제가 쉽게 생기는 편입니다. 취업이 안되어 생활도 불안한데, 건강까지 흔들거리면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셈이지요. 특히 취업 준비를 하면서 부모를 떠나 혼자 생활하는 남성은 질 낮은 음식섭취와 간편식 위주의 식사로 건강도 해치고 자율신경에 문제도 유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적 스트레스를 반복해서 받거나, 매출 스트레스, 직원관리 스트레스가 심한 중간관리자나 CEO에게서는 번아웃 증후군으로 인한 자율신경기능이상이나 공황증이 많습니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