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연 낙마’로 선대위 쇄신 암초 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선거캠프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20대 대통령선거가 3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연일 낮은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대당 후보 지지자에 대한 비하발언이 역풍을 맞고 영입 인재에 대한 부실 검증 논란까지 더해지며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선대위 쇄신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던 기세가 영입 인재 1호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의 사의 표명 사태로 암초를 만났다. 게다가 이 후보의 '조국 사태' 사과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반발하는 난맥상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말 선거대책위원회 전권을 위임받은 후 인적 쇄신을 시작으로 연일 공개석상에서 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그 어려움을 더 예민하고 신속하게 책임지지 못한 점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죄의 절'을 했다. 또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조국 사태와 관련해 "여전히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고 공개 사과했다.

이 후보의 '낮은 포복'은 상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 만회를 위한 절박함으로 보이지만 당 내부적으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면서 당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조국 사태' 공개 사과에 추미애 "인간 존엄 짓밟아" 반발

'영입 인재 1호' 조동연 사생활 논란속 사퇴에 부실 검증 비판 도마

특히 조국 사태 사과와 관련해 추 전 장관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추 전 장관은 이 후보의 사과가 있던 날 밤 페이스북에 "'조국 사태'는 '검찰의 난'이었고, 정치검찰 '윤석열의 난'이었다"며 "언론과 야당이 '조국 사태'라 부풀리고 과장했지만 주요 혐의인 사모펀드 의혹은 대법원의 무죄 선고로 오히려 기소권 남용인 것"이라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와중에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조 교수가 사생활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퇴 의사를 밝혀 부실 검증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입 1호' 인사의 사생활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즉각 허위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3일 당에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의 '1호 영입인재'로 파격적으로 임명된 지 사흘 만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위원장이 아침에 전화를 통해 제게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제발 자기 아이들, 가족들에 대해 공격을 멈춰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자신의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전날 페이스북에 "죄 없는 가족들은 그만 힘들게 해달라"며 "그간 진심으로 감사했고 죄송하다. 안녕히 계시라"는 글을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이후 휴대전화를 끄고 연락이 두절돼 민주당에서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하는 등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동연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운하 "윤석열 지지자, 저학력 빈곤층 고령층"에 야당 "국민 비하"

이준한 "실언·막말·비하 발언, 부메랑 돼 판세 바꿔…정치 혐오 확산"

앞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안대응 TF 부단장을 맡고 있는 황운하 의원이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에 대해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그리고 고령층"이라고 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황 의원은 지난달 2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조차 그가 어떤 국정 운영 철학을 가졌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실제로 지지자들은 1% 안팎의 기득권 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그리고 고령층이다. 수구 언론의 거짓과 선동이 강력히 효과를 발휘한다"고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오자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황 의원은 다음날 해당 표현을 삭제·수정하면서 "초고의 글이 퇴고 과정에서 수정된 것이지만, 마음의 불편을 겪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 글에서도 "보수 성향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일반론적 해석에 근거한 표현이었을 뿐, 특정 계층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 아니었음을 밝힌다"는 부분이 논란을 키웠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거짓과 선동에 기반한 국민 비하"라고 날을 세웠다.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제1야당 대선 후보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넘어 윤 후보 지지자들에 대한 비하, 나아가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며 "도대체 문재인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국민 갈라치기에 무슨 경쟁이라도 벌이고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황 의원이 '보수성향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일반론적 해석에 근거한 표현'이라고 설명한 것을 두고도 "국민을 또다시 능멸한 것"이라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 선대위 기본사회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배근 건국대 교수도 도마에 올랐다. 최 교수는 지난달 29일 밤 페이스북에 조 위원장과 비슷한 시기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사진을 나란히 올린 뒤 "차이는?"이라고 적었다가 때아닌 '외모 비교'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 30대 젊은 여성인 조 교수와 50대 여성인 이 교수의 외모를 대조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이에 앞서 한준호 의원도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출산 유무로 여성을 차별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 의원은 "결코 여성을 출산 여부로 구분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표현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막말과 설화는 부메랑이 돼 비호감을 가중시키고 정치 혐오를 확산시킨다. 이와 관련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부 인사들이 통찰력이 있고 신선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국민을 계몽한다든지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반대의 효과, 비호감을 살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게 하나씩 쌓여서 이대남이 마음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매번 선거마다 실언, 막말, 상대비하 발언들이 선거 판세를 바꿨다"며 "이는 단순히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 뿐 아니라 정치 혐오를 확산시킨다"고 진단했다.

잠잠해질만 하면 터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30일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 것은 우리 민주당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며 "윤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비판하고 훈계하려는 자세는 매우 오만하고 위험한 태도"라며 자세를 낮췄다. 송 대표는 이어 "민주당 의원과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국민을 가르치려는 자세가 아니라 겸손하게 경청하고 우리를 돌아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은 후보 개인에 대한 인물적합도, 정책과 공약 뿐아니라 정당에 대한 호감도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인사의 설화(舌禍)와 당내 불협화음은 정당 지지도 뿐 아니라 후보에 대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당이 내부적으로 '원팀'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