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헛발질'에 친문 '부글부글'…수면 위로 노출된 당내 갈등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면서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박빙 우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윤 후보가 당 내홍과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본인의 실언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나타난 '데드크로스'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대 후반에서 정체된 상황으로 자력에 의한 '골든크로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속에도 임기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선을 넘나들고 있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이 이에 못미치는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 후보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라며 "이재명도 정권교체"라는 발언을 해 당내 친문(친문재인) 인사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송 대표의 '이재명 정권교체론'은 다분히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과 행보에 도움을 주는 어시스트보다는 지지층 분열을 야기하는 헛발질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남부권경제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송영길 "이재명은 문재인 정부서 탄압받던 사람"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았던 사람'이라는 송영길 대표의 발언에 당내 친문계가 발끈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11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 후보가) 장관을 했나 뭘 했나, 기소돼서 죽을 뻔 했지 않느냐"면서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연대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와 문재인 정부의 차별화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송 대표는 "이재명 후보 역시 새로운 정권의 창출"이라며 "여야의 정권교체는 아니지만 정권교체에 상응할 만큼의 새로운 변화된 새로운 정권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여야 정권교체에 버금간다는 얘기로 정권교체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다.

사실 송 대표의 '이재명 정권교체론'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당선 경선에서 이 후보가 최종 확정된 후에도 '이 후보도 정권교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가 친문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또 송 대표는 지난달 28일 YTN 인터뷰에서도 "이 후보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총장 체제하에서 핍박을 받고 기소돼서 정치 생명이 끊어질 뻔했다. 야당 못지않게 여야를 넘어서 탄압을 받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의식해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혁신 비전회의 '기술 주도형 혁신경제 실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친문 반발…윤영찬 "아연실색”, 김종민 “분열적 사고 버려야"

송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이 즉각 반발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에서 이재명 후보를 탄압했다는 송영길 대표의 말씀에 아연실색"이라며 "내부를 분열시키는 이 같은 발언이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나도 대통령을 모셨지만 대통령님은 특정 누구를 탄압하는 성정이 아니다. 본인이 힘드셔도 전체를 위해 참고 견디시는 분"이라며 "사실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고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 국가비전o국민통합위원장도 "요즘 민주당에서 선거 기간이라 그렇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취까지도 사실과 다르게 평가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이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민주당이라면 모든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취와 과오를 공정하게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민 의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니, 도대체 이런 왜곡이 어디 있나"라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나 국민의힘이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도 어처구니가 없을텐데 민주당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를 분리해야 표가 된다는 잘못된 판단과 민주당을 친문, 비문으로 가르는 분열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뭘 해보겠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송 대표에게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노원구 더숲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선 앙금?...이낙연측 반발에 이 후보 진화 '진땀'

이낙연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 진영에서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인데, 이를 두고 경선 앙금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국민의힘 내홍을 지켜보며 안으로 웃었던 민주당에서도 내부 균열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 캠프에 몸담았던 신동근 의원은 "당의 단결을 저해하는 뜨악한 것이었다"며 "국민의힘이 이준석 리스크로 홍역을 치렀다. 민주당까지 당 대표 리스크를 걱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 어느 때보다 사적인 감정이 공적인 행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자제력을 발휘할 때다. 자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내부 진영간 불화가 발생할 경우 가뜩이나 박스권에 정체된 이 후보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칠 것이 뻔하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까지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즉각 수습에 나섰다. 이 후보는 "송 대표가 검찰의 수사권 남용 얘기를 하다가 약간 지나치신 것 같다. 약간 (도를) 넘으신 것 같다"며 "무슨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하신 말씀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적절히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