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백신 접종 개시와 함께 찾아온 공포

영국 런던 세인트판크라스역이 프랑스 파리행 마지막 기차 탑승을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70% 가량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종이 영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국 정부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변이 바이러스가 서로 다른 모델링 기법에 따라 평균 전파력을 약 57% 혹은 최대 70%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파력이 올라간다는 것은 같은 수준의 거리두기를 했을 때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백신 접종 본격화로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세계 각국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런던 전역과 남동부 지역에 4단계 긴급 봉쇄 조치를 내렸다.

세계 40여 개국 영국인 입국제한 실시

영국과 인접한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40여 개국이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입국 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도 이 변이 바이러스 국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연말까지 영국과의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3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며 “오는 31일까지 영국과의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하고 영국 내 우리 공관 격리면제서 발급도 중단해 모든 영국발 입국자에 대해 14일 격리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격리 해제 시에도 추가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이라는 단비가 내리고 있는 시점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악재가 시작됐다. 특히 이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로 퍼질 것이라는 과학계 경고도 나온 상황이라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변이 바이러스가 통제불능 상태가 아니고 현재 나온 백신으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코로나19가 독감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WHO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중국이 적절히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주장해 세계 각국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이번 WHO 주장이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점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모더나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백신 효능을 검증하는 테스트에 각각 착수했다는 것이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면역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코로나 면역력 보유자로부터 혈액 샘플을 채취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엔테크 우구르 사힌 CEO는 “코로나19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며 “백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2주 정도 연구와 데이터 수집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더나 측도 성명을 내고 “우리 코로나19 백신이 유발하는 면역력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보호 기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몇 주 동안 추가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 백신 추가 구매 임박…세계는 백신 전쟁 중

미국이 화이자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수천만 회 투여분을 내년에 추가로 구매하는 계약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외신들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화이자와 추가 계약까지 이뤄지면 내년 상반기 안에 접종 가능한 연령대 미국인 대다수가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내년 1분기까지 화이자 백신 1억 회분, 모더나 백신 1분기와 2분기 각각 1억 회분을 인도받기로 지난 7월 계약한 바 있다. 백신을 2회 맞아야 면역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두 제약사로부터 미국인 1억50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백신 확보로 인해 국가별 물량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가별 백신 접종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미국이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 발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이 적용되면 미국인에게 백신이 충분히 공급되기 전까지 미국 생산 백신 물량의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전 세계가 백신 확보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싱가포르가 화이자 백신을 들여와 주목을 받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현재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접종을 시작했고 일본, 이스라엘, 인도 등 아시아에서도 백신 물량을 확보한 국가가 많지만 실제로 아시아에 백신 물량이 들어온 것은 싱가포르가 처음이다. 다른 백신들도 수개월 내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백신 첫 공급 물량을 실은 비행기가 싱가포르에 도착해 고대하던 선물을 받게 된 기분”이라며 “백신 접종은 싱가포르인들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지만 가능하면 백신을 접종할 수 있기를 권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지난주에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현재 185개 국가·지역 가운데 캐나다·영국 등 39개국이 인구대비 100%가 넘는 물량의 백신을 확보했다. 특히 캐나다는 그동안 각국 제약사들과 사전 구매계약을 통해 전체 인구 대비 5배가 넘는 1억9187만명의 접종분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총 3658만명 접종분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돼 인구대비 약 70% 수준이다.

이 밖에 중국이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의 대량 생산 준비에 나서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공식 접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도 올해 연말 안에 백신 접종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