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공매도 금지
정치권 “개인 투자자 보호 위해 금지” vs 증권가 “추세에 큰 영향 없어”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로 장을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참석자들이 코스피 3,000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코스피 지수가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공매도 금지 해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3월16일 공매도 금지 해제를 앞두고 증권가와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므로 유례없이 긴 공매도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개인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매도란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으로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서 갚는 투자기법이다.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발표…역대 최장 기간

정부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6개월간 공매도 금지를 발표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공매도 재개 주장이 계속되자 6개월을 추가 연장했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금지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두번째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있었던 2011년이었다. 첫 번째 공매도 금지는 2008년 10월 코스피 지수 1439에서 시작해 938포인트 하락했다가 1400대를 회복한 2009년 5월 해제됐다. 두 번째는 2011년 8월 코스피 지수가 2170선에서 17%포인트 하락하자 공매도가 금지됐고 3개월 후 1900선을 회복하자 해제됐다. 두 차례 모두 공매도 금지를 시작한 시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 이후 공매도 금지가 풀린 것이다. 반면 지난해 3월 1714선에서 6개월간 금지된 공매도는 코스피 지수가 2400선을 넘어섰지만 지난해 9월에 6개월 추가 연장됐다.

실제로 공매도 금지는 개인 투자자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면서 ‘동학개미운동’을 부추겨 코스피 3000 시대를 여는 동력이 됐다. 그러나 오는 3월 재개를 앞둔 공매도가 이같은 코스피 상승세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로 외국인, 기관투자자들과 증권사 사이에 이뤄지는 공매도는 주가하락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해서 이끄는 상승장에 영향을 미치고 시장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용진 의원 “주식시장 불공정 시정 위해 공매도 제도 검토해야”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금융위원회에 공매도 재개를 재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공매도 금지 상황에서도 불법공매도가 성행하는 상황에서 오는 3월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투자자들이 위험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서 “주식시장에서 불공정은 공매도 제도에 대한 확실한 차단 아니면 공매도 재개 연기 등이 반드시 있어야 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3월 16일부터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시장 조성자 자격을 부여한 증권회사들은 공매도를 할 수 있게 열어놨는데, 시장 조성자라고 하는 증권사들이 불법 공매도를 공매도 금지 기간에 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개인 투자자 권익보호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금융위가 공매도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공매도를 재개하면 공매도 폐지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이번 공매도 제한은 앞선 두 번의 공매도 제한 기간을 합친 것 보다 오랜 기간 지속됐다며 추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 지난 3월 1714선에서 금지된 공매도는 3000선을 돌파한 현재도 해제되지 않고 있다”며 “다수의 개인투자자의 막대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현 상황에서 공매도는 정치적 이슈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 공기업인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12월 개최한 토론회를 통해 “공매도 금지 조치 시행 이후 코스피 지수는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했으며 2021년 3월 공매도 금지 종료를 앞두고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과 비교하면, 공매도 금지 이전 코스피는 금융위기보다 하락폭이 컸으나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큰 조정 없이 빠르게 반등을 실현했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조치의 추가 연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해 11월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부별심사에서 “내년 3월15일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움직임과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 당국의 입장 변화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공매도 제도가 외국인·기관투자자 위주를 벗어나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