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전북현대 어드바이저 위촉…업무 전반 조언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40)이 ‘축구 행정가’로 인생 제2막을 연다. K리그1 전북현대는 최근 박지성에게 구단 총괄 보좌역(이하 어드바이저)을 맡겼다. 박지성은 프로와 유소년의 선수 선발, 육성 및 스카우팅, 훈련 시스템 제시 등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된다. 첫 K리그 입성이다. 현역시절 해외 리그에서만 줄곧 뛴 박지성은 한국 프로무대와 연이 닿지 않았다. 선수도, 지도자도 아닌 어드바이저로 한국 프로축구판에 발을 내디딘 박지성에게 시선이 쏠린다.

박지성. 전북현대

이렇게나 대단했던 박지성…그가 K리그로 돌아왔다

전북현대는 지난 19일 박지성을 구단 ‘어드바이저’로 공식 위촉했다. 박지성은 일본, 영국, 네덜란드 등 빅클럽에서 선수시절 보고 배웠던 노하우와 선진제도를 접목시켜 K리그에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박지성은 영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비상근 어드바이저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박지성. 연합뉴스

박지성의 이력을 살펴보면 어드바이저로서 기대를 드높인다. 박지성은 한 번도 힘들다는 월드컵에 2002년, 2006년, 2010년 세 차례나 출전, 대회마다 골을 기록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천금 같은 결승골을 뽑아내며 ‘4강 신화’에 크게 일조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후 네덜란드 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름까지 받으며 2005~2012년 잉글랜드 무대를 누볐다.

2009년 5월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스널의 경기에서 박지성이 첫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굵직한 커리어를 남긴 박지성은 오늘날 한국 선수들의 유럽 무대 진출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로 ‘해외 축구의 아버지(해버지)’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누가 박지성을 전북현대로 이끌었나

‘축구 종가’ 영국에서 커리어 정점을 찍은 박지성은 지난 2014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자국 리그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케이스는 아니었다. 한국 프로축구와 단 한 번의 접점 없이 현역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축구팬들 입장에선 못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런 박지성이 드디어 K리그와 맞닿았다. 과거 박지성과 대표팀에서 함께 뛴 경험이 있는 김상식 신임 전북 감독의 역할이 컸다. 김 감독은 취임 후 박지성을 어드바이저로 합류시키자고 구단 측에 제안했고, 구단도 같은 뜻을 보이며 박지성을 꾸준히 설득했다. 허병길 대표이사, 백승권 단장 등 구단 수뇌부까지 나서는 노력 끝에 전북현대는 ‘대어’ 박지성 품기에 성공했다. ‘빅네임’ 박지성과 동행하게 된 전북현대는 구단의 현 프로·유소년 체제에 선진 시스템이 가미돼 한 단계 더 나아가길 기대하고 있다.

해외 시스템에 익숙한 박지성, K리그 적응이 관건

우려되는 부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박지성이 K리그에 첫발을 내디딘다는 것은 K리그 경험이 전무한 것과 같은 의미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해외 무대만 누볐던 박지성에게 K리그가 생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박지성은 “맨유 유소년 정책과 육성 시스템을 공부하는 중이다. 네덜란드 아약스나 에인트호번을 방문해 어떻게 유소년을 키우고, 발굴하고, 스카우트하는지 구단에 직접 들어가서 코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했다. 해외 시스템에 더 익숙해져 있는 박지성이다.

한국 프로축구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면 해외 시스템 이론과 연결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거리를 좁혀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박지성에게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집중된다.

모든 일에 양면이 존재하듯, K리그 경험이 없다는 점은 장점도 된다. 잘못 뿌리내려진 관행, 시스템 등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때 바라는 새로운 시선과 냉정하고 과감한 평가도 박지성에게 기대할 수 있다.

선수단과 상견례 마친 박지성…기대되는 미래

전북현대에 합류하게 된 박지성은 “K리그에 처음으로 입성하게 돼 상당히 기쁘다”며 “이런 기회를 제공해준 구단에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 전북현대와 함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지성은 또 “일본, 네덜란드, 영국까지 다양한 리그를 경험하면서 유럽의 선진 시스템들을 많이 보고 배웠고 은퇴 후 공부를 많이 해왔다. 그동안 보고 배웠던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전북현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클럽이 더 튼튼하고 건강하게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지성을 어드바이저로 맞이한 전북현대는 “전반적인 부분에서 세계적인 시스템을 접목, 발전시키고자 이뤄졌다”며 “명문구단으로 가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지성은 전북현대의 동계전지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남해를 찾아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와 상견례를 가졌다. 선수 시절을 ‘레전드’로 마친 박지성이 ‘축구 행정가’로도 명성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노진주 스포츠한국 기자 jinju217@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