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의견 엇갈리며 활발한 논쟁
케이팝 팬들 강점인 선순환 추구하는 팬 문화 필요한 시점

박시원(한류 전문 국제 마케팅 컨설턴트)

과거와 달리 한국 엔터테인먼트 관련 이슈는 이제 거의 실시간으로 해외 팬들에게 전달되고 토론의 중심에 서는 시대가 됐다. 청와대 청원으로 20만이 넘는 서명을 받은 알페스라는 뜨거운 감자는 한국을 넘어 해외 팬들에게도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의 랜드마크 빌딩이 방탄소년단의 상징색깔인 보랏빛으로 물들고 여러 기록을 빠르게 갈아치우는 저력을 보여주는 케이팝(K-pop)이지만 아직도 성장을 지켜봐야 할 날이 더 많기에 한류의 해외 시장 자리매김과 장기적 성장을 위해 이번 화두가 안겨주는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해봤다. 아래 언급된 해외 팬들의 반응은 케이팝 해외 팬들의 가장 큰 커뮤니티인 레딧(Reddit), 사이파이(Syfy), 리얼런다운(reelrundown) 등에 게시된 글을 참조했다.

찬성: “알페스는 오래된 장르에서 파생된 팬들의 판타지 소비 형식”

미리 답을 이야기하자면 해외 팬들의 반응 또한 한국처럼 둘로 나뉘어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알페스를 두둔하는 의견은 알페스가 소속된 팬픽션이나 알페스의 상위장르인 알피에프(RPF, Real person fiction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허구의 이야기)라는 장르는 셰익스피어부터 브론테조차 자신의 작품에 도입한 유서 깊은 장르로 팬들의 판타지를 소비하기 위한 표현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지 작품의 내용이 픽션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알페스라는 장르를 옹호하는 온라인 그룹 안에서만 소비하면 된다는 의견도 많은 동의를 받고 있었다. 알페스 자체를 장르의 하나로 이해한다면 거기서 얻어지는 아이돌 그룹의 지지도나 인기유지라는 혜택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을 알고 이 현상을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는 소속사와, 더 나아가 ‘(소속사가) 오히려 멤버들에게 알페스 지지자들이 환호할만한 행동을 부추기는 일도 다반사’라는 견해 또한 많은 해외 팬들의 ‘좋아요’를 받고 있었다.

박시원 한류 전문 국제 마케팅 컨설턴트
해외 알페스 사례는? 영국·아일랜드 밴드 원 디렉션 ‘래리 커플’로 인기

실제로 이런 소속사의 묵인된 지지는 비단 한국 케이팝 그룹에게만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다. 영국·아일랜드의 팝 보이 밴드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인기 멤버였던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와 루이 톰린슨(Louis Tomlinson)의 예가 대표적이다. 이 두 멤버는 둘의 이름을 합해 ‘래리(Larry) 커플’이라 불리며 전 세계 알페스를 지지하는 팬들의 지대한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이 두 사람의 관계의 사실성을 맹신하는 팬들은 자신들이 찾아낸 숨겨진 힌트를 수없이 제시하며 팬덤의 열기에 화력을 더했다.

찬·반대에 앞서 한국에서 시작된 청원의 의도를 심도 있게 살펴보는 팬들도 보였다. 이번 청원이 미성년자 아이돌의 안녕과 인권을 위하는 행동인지 의심을 갖는 의견도 많았다. 그 이유는 ‘알페스를 N번 방이나 딥페이크같은 이슈와 같은 선상에 놓고 남성들이 자신의 여성 혐오행위를 정당화시키려고 알페스를 추궁하는 의도로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옹호자들은 N번방이나 딥페이크와 같은 범죄와 알페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에선 범죄행위가 조작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속이는 것이고 그와 반대로 알페스는 소설이라는 배경이 제시돼 있어 속이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많이 보이는, 알페스로 인해 팬들이 동성애를 지지하게 되고 그릇된 성지식을 갖게 되는 점을 염려한다는 의견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한국과 달리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온도나 성문화에 대한 교육 또한 다르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반대: ‘미성년자 아이돌 고려·존중 없는 그릇된 관심의 표현’

팬으로서 알페스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 또한 많이 보였는데, ‘미성년자 아이돌이나 자신의 성적 취향을 존중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동성적인 성적 묘사에 등장시키는 것은 팬으로서 그릇된 관심의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들이 팬들의 지지와 사랑, 그에 따른 경제적인 혜택을 받는 대상이지만 소설 속 캐릭터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동의 없이 공개된 공간에서 성적인 묘사에 사용되는 것은 선을 넘는 일이라는 의견이 이를 뒷받침해주었다. 또한 ‘알페스를 옹호하는 커뮤니티 안에서만 소비하고 공유하자’는 제안은 공공이 접했을 때 떳떳하지 못한 내용이라면 과연 그것이 건전하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는 팬들도 다수 보였다. 나아가 알페스에서 다뤄지는 성적 묘사나 행위가 성희롱과 성적 추행을 옹호하는 암묵적 동의가 된다면 동성애라는 포맷에 관계없이 지지받아선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많은 동의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알페스 관련 청원과 온라인상의 뜨거운 논쟁은 본질을 넘어 방향을 잃고 증오 성격의 사이버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알페스와 관계없이 아이돌의 사진이나 움짤, 소식을 교환하는 온라인 플랫폼 팬들이 자신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 혹시 모를 사이버 공격을 우려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온라인 해외 팬들 또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된다면 케이팝의 인기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순환적인 팬 문화, 케이팝의 가장 큰 원동력

아티스트가 직접 팬들과 소통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언어, 문화의 경계를 넘어 팬들과 소통하고 하나가 되는 것이 성공적으로 인기를 유지하고 키워나가는 방법이라는 것은 방탄소년단의 검증된 사례를 통해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넘치게 흘린 땀의 댓가로 손색없는 퍼포먼스와 매력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는 많다. 그러나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지지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팬들을 아낀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은 단연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세계 최고라고 자신한다.

그런 자신의 아티스트가 팬덤 안에서만의 인기가 아닌 사회적 지지와 존재감을 쌓고 장기적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성숙한 팬들은 힘을 모아 기부나 봉사활동으로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줄 안다. 이런 선순환적인 팬 문화가 빠르게 돌아가는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폭포 속에서도 한류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해외 팬들이 떠나지 않도록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데 일조했다고 확신한다.

국내와 해외 팬덤을 가르던 경계선과 거리는 이제 손끝 탭 하나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들을 모으고 유지하려면 그만큼 섬세하고 진실되며 지속적인 소속사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많은 브랜드들이 전략으로 애용하는 열성적인 슈퍼팬 그룹을 각 국가나 언어별로 도입시켜 소속사 각자의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정체성이나 메지지의 방향 그리고 함께 키워나가고 싶은 팬덤의 프레임을 제시하고면 어떨까? 이런 대화를 꾸준히 이어가며 신뢰가 쌓이는 관계를 맺는다면 알페스를 비롯한 여러 팬덤의 소비 형태나 행동이 자연스레 아티스트 맞춤으로 자리잡아 가지 않을까?

열린 마음으로 케이팝 아티스트에게 다가오려는 팬들이 두려움에 떠는 일 없이 건강하고 성숙하게 케이팝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날이 오기를 같은 케이팝의 팬이자 해외에서 일하는 마케터로서 희망한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서 ‘다름’과 ‘틀림’의 차이점을 매번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일하는 15년 경력의 국제 마케팅 컨설턴트. 미국 메리어트 호텔 마케팅 매니저를 시작으로 아모레 퍼시픽 라네즈의 북미 시장 론칭 및 다수 미국기업의 온·오프라인 마케팅 업무를 진행했다. 2019년부터는 방탄소년단의 뉴욕 전시회 프로듀서 및 한국 브랜드의 미주 지역 공략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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