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춘선숲길은 아날로그 감성의 ‘동네 철길’이다. 옛 경춘선이 오가던 철로를 단장해 낭만과 향수로 채웠다. 폐선 철로는 뉴트로 명소로 변신하며 산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화랑대폐역과 증기기관차.

‘청춘’을 실어 나르던 경춘선은 2010년 복선전철이 개통되며 광운대역(옛 성북역)~서울시계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녹슨 철로는 2015년부터 도시재생을 통해 숲길로 새 단장됐고, 2019년 공릉동 일대 구간이 개통되며 총 6km의 경춘선숲길이 완성됐다.

경춘선 숲길 푯말.

서울 경춘선숲길은 서울시와 구리시의 경계인 담터마을에서 월계동 녹천중학교까지 이르는 길로, 걸어서 2시간 남짓 소요된다.

옛 건널목 흔적.

증기기관차 전시된 화랑대폐역

경춘선숲길은 완주를 목표로 하는 도보 코스는 아니다. 공원과 골목을 기웃거리고, 철로가 보이는 찻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삶과 그리움을 반추하는 길이다. 침목과 자갈로 채워진 철길에서는 투박한 벽화, 기차 건널목 이정표가 동행이 된다. 옛 기차역과 탁 트인 경치가 펼쳐지는 곳은 화랑대폐역(화랑대역사관)에서 구리시 경계까지 이어지는 2.5km길(3구간)이다.

화랑대폐역은 예전 서울여대생들이 강촌, 대성리 일대로 MT를 갈 때 이용했던 추억의 공간이다.

등록문화재 300호인 역사 주변에는 증기기관차, 협궤 열차 등이 전시돼 운치를 더한다. 철길 좌우로는 도심 빌딩 대신 시원한 풍광과 태릉, 강릉, 육군사관학교 등이 나란히 흐른다. 코스 중간까지 나무데크길이 이어져 사색을 즐기며 걷기에 좋다.

공트럴 파크 카페.

공트럴파크의 철로 카페

화랑대폐역에서 도심방면으로 향하면 육사 삼거리에서 행복주택공릉지구까지 2구간 코스가 이어진다. 2구간 1.9km 코스는 경춘선 숲길을 화제의 반열에 오르게 한 공트럴파크가 담긴 길이다. 2구간의 철길 담장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주민들이 직접 가꾼 도심 정원도 곳곳에 자리했다.

공릉동 도깨비 시장 입구.

공트럴파크는 공릉동과 뉴욕 센트럴파크를 묶은 신조어로 숲길과 인근 골목 사이사이 카페, 베이커리, 책방 등 수십여 곳이 들어서 있다. 공트럴파크 인근은 옛 경춘선이 서던 신공덕역이 자리했던 곳이다. 곳곳에서 만나는 열차 건널목의 흔적은 이곳이 카페촌이 아니라 기찻길이었음을 묵묵히 대변한다.

경춘선숲길 1구간(1.2km)은 아파트가 솟은 일상의 서울의 삶과 경춘철교를 담아낸 길이다.

침목과 자갈로 채워진 철로는 미루나무와 잣나무가 나란히 도열해 아늑한 숲을 만들어낸다. 1구간 중간에는 무궁화호 객차 2량으로 꾸민 경춘선숲길방문자센터가 숲길 산책을 돕는다. 1구간 산책의 하이라이트는 경춘철교다. 1939년 설치돼 72년간 중랑천을 연결하는 철길로 사용됐던 경춘철교는 보행자 전용 다리로 재탄생했다. 경춘철교에서 바라보는 서울 풍광이 멋스러우며, 원형이 복원된 철로 바닥에서 흐르는 중랑천을 감상할 수 있다.

공릉동 국수.

여행 메모
가는 길 경춘선숲길은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져 있으며 녹천중학교에서 1호선 월계역, 화랑대폐역에서는 6호선 화랑대역이 가깝다. 인적이 드물고, 대중교통 연결이 쉽지 않은 서울~구리 경계선에서 일몰 이후 산책을 마무리하는 것은 삼가는게 좋다.
숙소 태릉입구역 1번 출구에서 공릉 초등학교 뒷길 따라 공릉역 일대까지 국수거리가 형성돼 있다. 식당에서는 추억의 멸치국수 외에 비빔국수, 김치국수 등을 내놓는다. 공릉동 도깨비시장 역시 족발, 닭강정 등 주전부리의 성지로 통한다.
기타 경춘선숲길 인근에는 함께 둘러볼 관광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삼육대 입구의 강릉은 조선 명종과 인순황후를 모신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릉이다. 명종은 12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어머니 문정왕후의 수렴청정을 받았다. 인근 태릉이 문정왕후의 능이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서 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