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승 후 세레머니를 펼치는 SK 와이번스 선수단. [연합뉴스]

새로운 기업이 야구계에 모습을 드러낸다. 매번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유통시장을 선도했던 신세계 이마트가 그 주인공이라 앞으로의 행보에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과거 탓에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신세계는 여자프로농구 출범 때부터 운영해오던 ‘부천 신세계 쿨캣’을 15년 만에 접었다. 이런 전력 탓에 SK와이번스 인수를 확정한 신세계 이마트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다.

신세계 이마트, ‘유통산업+스포츠산업’ 시너지 효과 기대

21년 만에 SK와이번스의 주인이 바뀐다. 1월 26일 신세계 이마트와 SK텔레콤은 1352억8000만 원에 SK 야구단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어도 기대 요소는 많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유통산업과 프로야구단이 지닌 스포츠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업무협약 당시 신세계그룹은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야구팬들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지역사회,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여 장기적으로 돔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미 신세계그룹은 유통산업과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큰 시너지 효과를 맛봤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필드’다.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필드를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가 맞물린 테마파크로 만들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랬던 신세계그룹이 비슷한 전략으로 이젠 야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엔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그룹의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목표로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진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미뤄봤을 때, 신세계 야구단의 홈 구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스타벅스’와 ‘노브랜드’ 등 신세계그룹과 연계된 브랜드들이 야구장에 ‘입점’하는 모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재 KBO리그 홈 구장 중 스타벅스가 입점한 구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최초이자 파격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또, 현재 신세계그룹이 추진 중인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청라점’ 건설도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돔구장’ 건립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스타필드와 신 돔구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4월 받은 건축허가 용도에 ‘운동시설’도 포함돼 돔구장 건립에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잘 나가던 농구팀 해체시켰던 신세계…과거 돌아봐야

하지만 신세계의 ‘흑역사’를 소환하면 기대는 우려로 바뀐다. 신세계의 프로스포츠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여자농구 명문구단이던 태평양농구단을 인수해, ‘부천 신세계 쿨캣’을 운영한 바 있는 신세계는 2012년 돌연 팀 해체를 선언했다.

가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1999년 겨울리그 우승과 2000·2001년 여름리그 우승, 2002년 겨울리그 우승으로 이름값이 있었던 팀이 해체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은 충격을 안기기 충분했다. 다행히 하나금융그룹이 팀을 인수하면서 해체는 면했다. 팀 해체를 선언하면서 신세계그룹은 “금융팀 위주로 리그가 구성되는 양상이라 업종이 다른 우리는 사실 운영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당시 보험·은행 팀 위주로 리그가 돌아가긴 했다.

하지만 무려 15년간 팀을 운영해 온 신세계인 터라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난만 자초했다. 연고지였던 부천시에서는 신세계와 이마트 불매 운동 바람이 한 차례 불기도 했다.

그 신세계가 이마트를 통해 9년 만에 다시 스포츠판에 뛰어든다. 단물만 빨아먹고 스포츠팀을 무참히 버린 전례가 있는 만큼, 다시 프로스포츠계에 뛰어든 신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고울리 없다. 다시금 되풀이되지 말란 보장도 없다.



노진주 스포츠한국 기자 jinju217@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