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랜드 정정용 감독과 이상민 인터뷰

이상민 (왼쪽)과 정정용 감독.

이런 사제 관계가 또 있을까. 계속 선수로 키울지 말지 고민하는 대목에서 감독은 아예 대표팀에 뽑아 계속 축구를 시켰고, 선수는 프로 1년만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감독님의 많은 흰머리에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2019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의 대업을 이루고 프로 세계에 발을 디딘지 2년째가 되는 서울 이랜드의 정정용(52) 감독과 유소년 시절부터 정 감독이 항상 주장을 맡겼던 ‘제자’ 이상민(23)은 서로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제주도 서귀포 훈련장을 누비고 있었다.

정정용 감독-이상민, 유소년부터 이어진 인연

두 사람의 인연은 이상민이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1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있던 정 감독은 부산 신라중학교 감독으로부터 이상민을 지켜보라는 말을 듣는다. 축구를 다소 늦게 시작해 기술이 부족할 뿐 가진 재능이 남다랐던 이상민을 눈여겨본 정 감독은 과감하게 유소년 대표팀에 이상민을 발탁한다.

정 감독에 따르면 당시 이상민의 부모는 이상민을 계속 축구선수로 키울지, 아니면 운동을 포기시키고 공부를 시킬지 고민하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제가 보기엔 충분히 대표팀에 뽑힐만한 선수였어요. 책임감도 있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주장까지 맡기기에도 충분했죠.” 이상민도 당시를 똑똑히 기억한다. “당시 중국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는데 감독님께서 ‘일본에게만큼은 이기자’라고 하셨고 정말 골을 자주 못넣는데 일본전에 제가 결승골을 넣어 이겼죠”라며 “이상하게 감독님이랑 함께 할때면 골을 넣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상민은 “당시에는 정말 긴장을 많이해서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고 군기가 바짝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칠 정도”라고 말하자 정 감독은 “이 녀석이 요즘 군기가 빠졌어요”라며 농담을 하며 웃었다.

“이상민은 성장하는 선수”,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아는 감독님”

정 감독이 ‘콕’ 집은 이상민은 그의 예상대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선수를 계속할지 말지 걱정하던 이상민은 2015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는 유망주가 됐고 모든 연령별 대표팀에 소집됐다.

지난해까지 이상민이 연령별 대표팀에서 뛴 횟수만 해도 무려 65회. 이상민 나이대에 항상 이상민은 주장이며 핵심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끈 올림픽 대표팀의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승 때도 주장으로 우승컵을 들기도 했다.

정 감독은 “이상민은 4백이든 3백이든 이해도가 매우 높은 선수다. 그리고 예민하다. 나 역시 선수시절 예민했다. 그렇기에 이상민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랬기에 연령별 대표팀을 맡았을 때 항상 이상민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항상 모범적이고 솔선수범한 모습은 선수들이 스스로 따라오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상민만 아는 정정용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묻자 “쭉 함께 해오다보니 정 감독님을 잘 안다. 몇몇 선수들은 ‘이 정도는 이해해 주시겠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전 ‘그건 안 될 거다’라고 했는데 정말 안 되더라. 감독님은 주변에서 뭐라해도 자신의 판단 그대로 우직하게 밀고 가신다. 결정을 하시고 나서는 굉장히 냉정하다”며 “그런 감독님의 스타일을 말하지 않아도 미리 알기에 감독님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로에게 중요한 2년차

정 감독은 이강인 등과 함께 만든 2019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이후 지난해 서울 이랜드를 통해 처음으로 프로 무대 지휘봉을 잡았다. 2018, 2019시즌 2년 연속 K리그2 꼴찌였던 이랜드는 정 감독 부임 이후 5위까지 뛰어올랐다. 승점 동률시 다득점을 따지는 K리그만의 룰이 아니었다면 대전 하나시티즌 대신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팀은 이랜드였다.

정 감독은 “첫해는 멋모르고 덤볐지만 두 번째 해는 해보고 싶은걸 다해볼 예정”이라며 “많은 팀들이 동계훈련때는 체력훈련 위주로 하는데 전 무조건적인 힘든 체력훈련보다 ‘효율’이 중요하다고 봤다. 여기서부터 다른팀과 차이가 있다고 본다. 성적을 낼 것이다. 내야 한다. 나와 함께하며 선수들이 ‘축구란 무엇인가’를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역시 지난 시즌은 임대로 이랜드에서 뛰었지만 활약을 인정받아 완전이적을 하면서 이랜드에서의 2년차가 중요하다. “지난해 운좋게 영플레이어상 후보까지 들었지만 올해는 베스트11에도 들고 싶다”면서 “도쿄 올림픽도 있다. 나에겐 중요한 2021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프로 감독 첫해에 (이)상민이가 수비에서 다해줬어요. 수비 리더를 맡아줬죠. 올해는 형들도 들어와서 조금은 부담을 덜고 할겁니다. 가끔씩 집중력이 무너지는데 항상 강조하고 있죠. 두고보세요. 상민이는 더 성장해서 국가대표 수비수가 될 재목입니다.”(정정용 감독)

“항상 감독님과 함께했을 때 좋은 기억이 많아요. 진심으로 감독님과 K리그1 승격을 하고 싶어요. 그동안 쭉 감독님을 봐왔지만 프로 첫해였던 지난해 유독 흰머리가 많아지셨더라고요. 꼭 감독님께서 마음 편하게, 흰머리가 더 안 나게 해드리고 싶어요.” (이상민)



서귀포=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