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부정투표 의혹 제기한 사전투표 대대적 독려
민주당, 네거티브 안 먹히자 “미워도 다시 한 번” 읍소 전략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ㆍ7 재보궐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4·7 재보궐선거가 막바지에 다가갈수록 여야의 선거전략이 완전히 뒤바뀐 채 진행되고 있다. 각자에게 유리했던 기존의 선거전략을 내던지고 상대방의 선거전략을 펼치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슈퍼 여당을 탄생시킨 지난해 4ㆍ15총선 때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유리한 선거국면이 전개되자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했던 사전투표를 오히려 독려하고 나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친문(친문재인) 독재를 막아달라”며 읍소전략을 펼쳤던 것처럼 국민을 향해 부동산 실책에 대한 사과와 읍소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막말로 인한 후폭풍을 크게 겪었던 국민의힘은 선거 막판 ‘부자 몸조심’에 들어갔지만 막말과 네거티브 공세에 주력했던 민주당은 민심 회복이 여의치 않자 이처럼 선거전략을 선회해 읍소에 매달리는 형국이다.

2030세대 타깃으로 사전투표 독려하는 국민의힘
일반적으로 사전투표는 2030세대 참여율이 높아 진보 정당에 유리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몰표를 얻은 것도 역대 최고치를 찍은 사전투표율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도 2030세대의 높은 사전투표 의지가 판세를 좌우할 수도 있다.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29, 30일 서울시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0.1%가 사전투표 의사를 밝혔다. 이중 20대(18,19세 포함)의 절반 가량인 49.3%가 30대의 45.2%가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여야는 각자의 셈법으로 사전투표 독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정이 급해진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최대한 사전투표 총력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지난해 총선 이후 높은 사전투표율이 참패의 원인이 됐다고 인식해 부정투표 의혹까지 제기한 국민의힘은 되레 자신감을 갖고 이번에는 사전투표 독려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노원구 유세에서 “사전투표에 대해 절대 의심하지 마시고 모두가 다 사전투표를 할 수 있으면 참여해달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정선거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전투표 독려에 나섰다.

국민의힘이 보궐선거 승기를 잡기 위한 2030세대의 표심을 공략하는 차원에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것과는 달리 민주당은 급박한 위기감에 집토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사전투표 독려에 치중하고 있다. 등을 돌린 2030세대는 물론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4050세대까지 타깃으로 한 전략이다. 급기야 민주당은 ‘샤이 진보’의 존재를 거론하면서 실제 투표에서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로 사전투표 독려를 앞세운다. 과거 보수야당이 주장했던 ‘샤이 보수’에 대한 기대감 전략을 따라서 하는 셈이다. 불과 1년만에 여야의 사전투표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상반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보였던 막말과 읍소전략으로 선회한 민주당
선거판세가 불리한 민주당은 처음부터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해왔다. 그 와중에 흑색선전과 막말 논란이 이어졌고 부동산을 이슈로 한 프레임 전략도 짜여졌다. 국민의힘 오 후보에 대해서는 ‘내곡동 특혜 의혹’을,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관련해서는 ‘엘시티(LCT) 의혹’을 부각시켜 집중 공세를 펼쳤다. 그 와중에 도가 넘는 막말 논란을 유발시켰다.

하지만 네거티브 전략이 먹히지 않는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은 전략을 수정했다. 갑자기 ‘사과’와 ‘읍소’가 이어졌다. 민주당의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는 읍소전략은 사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시절의 단골 전략이었다. 민심 이반 현상이 호전되지 않자 사실상 마지막으로 꺼내든 카드인 셈이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여러분, 도와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잘못은 통렬히 반성하고 혁신하며, 미래를 다부지게 개척하겠다.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사태 한 달 만에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일에도 페이스북에 “LH사태, 부동산 문제에 대해 거듭 사과드린다”며 거듭 사과를 하면서 민주당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야당이 주로 여당을 공격할 때 사용한 ‘내로남불’ 용어를 동원해 고개를 숙였다. 김 직무대행은 지난 1일 국회에서 대국민성명을 발표하고 “민주당이 부족했다”면서 “(민주당의)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고 했다.

여당의 읍소전략을 놓고 김종인 위원장은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이낙연 선대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어제와 그제 여당 선대위원장이 부동산 정책이 여당의 실패라고 자인하고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정치에서 후회라는 건 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사과 쇼’에 불과하다는 것에 이어 여당 지도부가 사실상 선거패배를 자인한 것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민주당의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는 읍소전략은 사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시절의 단골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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