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이색 행보 큰 인기…톡톡 튀는 행보가 자칫 갈등 유발하기도

편의점은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최근 소매유통업계 체감경기전망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계절적인 요인과 함께 지난 2월말 시작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소매유통업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편의점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올라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비수기인 동절기에서 벗어났고 식당·카페 등 수도권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 저녁 9시에서 10시로 연장돼 매출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편의점들은 금기를 깨고 편의점 영역을 벗어난 이색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로 ‘5만 점포’ 눈앞에 둔 편의점

국내 편의점이 ‘5만 점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상위 5개사 점포수는 지난해 말 기준 4만8094개로 집계됐다. GS25와 CU의 점포는 각각 1만5000개로 집계됐고 세븐일레븐은 1만486개, 이마트24는 5301개였다. 미니스톱의 점포수도 2607개로 집계됐다.

이처럼 편의점업계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급변하는 사회적 트렌드에 맞게 편의점이 꾸준히 진화한 결과다. 대신증권의 ‘2021년 하반기 산업전망’ 보고서를 살펴봐도 1~2인 가구수 증가 등으로 인해 온라인 채널과의 경쟁이 없는 편의점 채널은 전체 유통산업의 업황과 무관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단 편의점업계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GS25와 CU가 지속적으로 업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예전 편의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상품을 꾸준히 출시하는 등의 이색 행보를 통해 온라인 중심으로 기울어져 가는 유통업계에서 오프라인 영역을 확실하게 지켜내고 있다.

특히 편의점의 친환경 경영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편의점은 당연히 ‘편리함’이 가장 중요했다. 연중무휴, 24시간 심야영업, 주거지 근처 인접성, 식료품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상품의 취급 등이 편의점의 대표적인 특징들이다. 이런 편의점들이 친환경 경영을 한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다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사회적으로 환경을 위해 다소의 불편함은 감수하겠다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위해 친환경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됐다”고 진단했다.

편의점,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담아내다

기본적으로 편의점은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 등의 신선식품이나 와인 주문도 가능해져 전날 주문한 상품을 편의점 냉장 택배 보관함에서 찾아갈 수 있다. 또 출퇴근하면서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 세탁물을 맡기거나 찾을 수도 있다.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내거나 한 끼 식사를 때우는 정도는 이제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편의점 드라이브 스루 시대도 개막됐다. CU가 지난해 12월 모바일 앱에서 미리 주문한 상품을 자동차 안에서 받아볼 수 있는 ‘CU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서울 및 수도권 점포에서 우선 선보인 것이다. 결제 후 앱에서 점포까지 길안내가 자동으로 제공된다. 이와 동시에 점포 판매관리시스템(POS)에는 실시간 교통상황이 반영된 주문자 도착예정 시간이 전달돼 근무자가 해당 시간에 맞춰 주문한 상품을 준비하게 된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로봇이 편의점 상품을 배송해 주는 시대도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과 LG전자는 소비자가 주문한 GS25 상품을 로봇을 통해 배송하는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GS리테일은 로봇 배송 서비스를 고층 오피스 건물 내 입점한 GS25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바쁜 직장인들이 도시락, 샌드위치, 음료 등을 점심시간에 주문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차원이다.

심지어 편의점에서 수십만 원 대의 순금 골드바부터 수천만 원 대의 캠핑카까지 파격적인 상품 판매가 시작됐다. 세븐일레븐은 캠핑족들을 위해 배이런알브이그룹의 에프에프캠핑카와 손잡고 이번 달 말까지 판매에 나선다.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캠핑카는 ‘레이밴’(2900만원대)과 ‘배이런640’(7600만원대) 두 종류다.

한국금거래소와의 협의를 마친 이마트24는 지난 3일까지 순금카네이션(1·2돈), 순금골프공(5돈), 소 문양 골드바(10돈) 등을 예약 판매한 바 있다. 판매 기간 동안에는 금 시세와 관계없이 고정된 할인가격으로 판매를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벤트성 판매였지만 향후에도 투자가치가 있는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MZ세대 겨냥 부작용도…GS25 남혐 로고로 곤욕치러

편의점의 톡톡 튀는 이색 행보는 확실히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편의점 라이프’가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도 충분히 참고할만한 아이템이 많이 탄생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일부 포착되고 있어 향후 더 신중한 상품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GS25 이벤트로 촉발된 ‘남혐(남성혐오) 이슈’가 대표적이다. 광고 포스터에 남혐을 상징하는 손가락 로고가 들어갔다는 의혹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GS리테일 사장까지 나서며 진화에 나섰지만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과거 홍보물 등이 재점증을 받고 있다.

당장 ‘GS리테일 50주년 기념주화’ 이벤트 안내 포스터가 표적이 됐다. 이 포스터에 역시 남혐 상징 손가락 로고가 표현됐다는 것이다. 급기야 일부 커뮤니티에서 GS25 편의점 일부 상품을 대상으로 불매운동까지 독려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젠더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업계는 내부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업계의 창의적인 아이템이 재미를 추구하다 보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사전에 차단키 위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논란이 된 GS25의 홍보물에서도 노출된 문제지만 여혐이나 남혐 등 MZ세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논란은 자칫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놀이문화에서 기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편의점업계가 예전에 시도하지 않던 트렌드를 상품과 홍보물에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앞으로도 이런 유사한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제로 문제가 된 GS25 캠핑 이벤트 이미지의 엄지와 검지로 소시지를 집는 모습이 일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인터넷 남혐 사이트의 상징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기업 입장에서도 내부 감사 절차를 지금보다 훨씬 혁신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