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GPS부터 비행기·배·오지에서도 가능한 인터넷망 공급

발사대에 선 누리호 인증모델.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1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발사키 위해 신규로 구축한 제2발사대의 인증시험에 착수했다. 오는 10월 실제 발사에 활용될 누리호 인증모델은 과거 러시아 기술로 발사체 엔진을 제작한 나로호와 달리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우주발사체다. 누리호 완전체 공개는 2010년 3월 개발을 시작한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우주산업 시장이 1조1000억 달러(약 12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우주산업이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분야로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우주개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항공우주산업이 한 단계 더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韓, 10번째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국 되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양한 미래 기술과 관련해 양국 간의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일단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완전히 종료됐다.

미사일 주권을 찾아왔다는 안보 측면의 성과는 물론 우주로켓 개발의 족쇄가 풀렸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사거리 제한이 사라지면서 우주 발사체와 추진체 기술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와 미국 항공우주청(NASA)은 지난달 27일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달 기지 운영과 달 자원 개발 협력 등을 담은 협정) 추가 참여를 위한 서명을 실시했다. 미국은 1970년대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50여년 만에 달에 우주인을 보내기 위한 유인 달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현재 미국은 이를 위한 국제협력 원칙으로서 아르테미스 약정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NASA와 일본·영국·이탈리아·호주·캐나다·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 등 7개국 기관장이 서명했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가 참여해 총 9개국이 서명한 이후 한국이 10번째 참여국이 됐다.

이번 서명은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이뤄졌고 이를 계기로 한미 양국 간 우주 분야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및 후속 우주탐사 프로그램에서 참여 범위가 확대되고 우주 분야 연구자들의 국제 공동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우주개발 연구현장 간담회에서 “아르테미스 약정 가입을 계기로 도전적인 우주탐사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이 주도적으로 우주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NASA의 유인 달탐사선 ‘아르테미스’의 상상도. (사진=NASA 제공)
한국형 달궤도선 NASA와 협력 개발…내년 8월 발사

본격적인 우주탐사를 성공적으로 추진키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우주개발이 중요한 상황이다. 일단 이번 아르테미스 약정 추가 참여를 통해 약정 참여 국가들과의 우주탐사 협력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는 만들어졌다.

이미 내년 8월에 발사 예정인 한국 달궤도선(KPLO)도 NASA와 협력을 통해 개발 중이다. 우선 아르테미스 미션의 착륙 후보지 탐색을 위한 작업을 같이 한다. 달 극지방 영구음영지역 촬영을 담당할 NASA 섀도캠(ShadowCam)을 탑재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예정이다. 또 한국은 달 표면 관측을 위한 과학탑재체를 개발해 미국 민간 달착륙선에 실어 보내는 상업용 달착륙선 서비스(CLPS) 프로그램에도 참여 중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달 27일 위성항법 협력 공동성명 서명식도 실시했다. 그동안 과기정통부와 외교부는 미국과 위성항법 협력을 성사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에 대한 양국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번 한미 위성항법 협력 공동성명에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과 위치확인시스템(GPS)의 공존성 확보를 위한 신호설계 협력 ▲위치확인시스템 및 다른 위성항법시스템과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사이의 상호운용성 강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관련 논의를 위한 양자회의 촉진 등 한미 간 위성항법 협력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류학석 외교부 에너지과학외교과장은 “이번 서명은 우주 분야에서 한미 협력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며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개발 과정에서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사업은 예비 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며 예비 타당성조사를 통과한다면 당장 내년부터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또 이번 한미 협력 강화를 통해 향후 한국에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과 위치확인시스템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다 향상된 위성항법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전망이다.

한화 ‘스페이스 허브’와 KAIST 손잡고 상용화 기술 개발

한국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과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를 발판으로 우주산업 관련 민관 협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우주산업은 정부와 산업계가 협업을 하지 않고서는 추진되기 어려운 분야기 때문에 민관 태스크포스(TF) 등의 발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우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기업들 간 태스크포스 등의 발족이 거론되고 있고 이런 자리를 통해 정부와 산업계가 우주산업과 관련한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화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항공우주 주력 기업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발사체 개발의 완전한 자율성을 확보하고 우주산업에서 선두권을 이루는 국가·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우주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의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Space Hub)가 최근 KAIST와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민간 기업과 대학이 함께 만든 우주 분야 연구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한화는 KAIST 연구부총장 직속으로 설립되는 연구센터에 100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스페이스 허브는 지난 3월 출범한 우주 사업 총괄 본부격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와 쎄트렉아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스페이스 허브와 KAIST의 첫 연구 프로젝트는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인 위성 간 통신기술(ISL) 개발이다. ISL은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필수 기술로 위성 간 데이터를 레이저로 주고받는 게 핵심이다.

저궤도 위성은 기존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ISL 기술을 적용하면 여러 대 위성이 레이저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또 운항 중인 비행기와 배에서, 또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오지에서도 인터넷 공급이 가능해진다. 한화시스템이 추진하는 위성통신·에어모빌리티 사업에 곧바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스페이스X 등도 ISL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우주산업에서 당장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간 우주 개발 부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ISL 개발 경쟁이 뜨거운 이유다.

우주연구센터는 ISL 프로젝트와 더불어 민간 우주 개발과 위성 상용화에 속도를 높일 다양한 기술을 함께 연구할 계획이다. 발사체 기술, 위성 자세 제어, 관측 기술, 우주 에너지 기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재 육성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KAIST 관계자는 “스페이스 허브와 KAIST의 우주연구센터 설립은 단순한 산학 협력을 넘어선 실질적인 상용화 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ISL 프로젝트 론칭 등을 비롯한 여러 협력을 통해 국내 우주산업이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저 발진기 적용 레이저 무기 개념도. (사진=㈜한화 제공)
드론 잡는 ‘한국형 스타워즈’ 개발

한화는 우주 관련 계열 3사의 핵심 기술을 모아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켰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스페이스 허브는 ㈜한화가 위성추력기 기술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등 위성제작 기술을, 한화시스템이 위성통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강력한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한화는 레이저 무기의 원천 기술 국산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드론과 같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스타워즈 무기’ 개발이 더욱 속도를 내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레이저 발진기 시제 제작 계약을 수주했다. 사업 주관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이며 4년 개발 기간에 계약규모는 총 243억 원이다.

레이저 발진기는 레이저 빔을 발생시키는 장비로 레이저가 수 ㎞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멀리’, ‘세게’ 나갈 수 있게 한다. 레이저 무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인 셈이다. 레이저 무기는 하늘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목표물을 빛의 속도로 정확하게 격추시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무기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드론 등 소형 무인기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미 미국, 이스라엘 등 방위산업 선진국들은 레이저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군은 이미 실전에 적용했다. 관련 기술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레이저 무기의 크기는 더 작아지고 출력은 더 높아지는 것이다. 전투기나 인공위성 등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개발하는 레이저 발진기 역시 첨단 광원 기술을 적용했다. 여러 레이저 빔을 한데 모아 레이저 출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화는 지난 20년 간 고출력 레이저 광원과 레이저 기반 센서 시스템 연구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2019년에는 방위사업청 주관 레이저 대공무기 체계개발 사업을 국내 최초로 수주한 바 있다.

㈜한화 관계자는 “기존 레이저 대공무기 체계개발 사업 등에 이번 사업까지 수주하면서 레이저 무기 분야 핵심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됐다”며 “현재 한화는 ADD 주관 레이저 대공무기 시제품 개발에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데 고출력 레이저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R&D를 통해 미래형 무기 전력화에 기여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