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창] 새로운 안보 동맹…호주에 핵잠 기술 허용한 美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기사입력 2021-09-17 15:59:04
한국 핵잠 허용까지 이어질까
  • 조 바이든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화상 회견을 통해 공동으로 오커스 출범 소식을 알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오커스(AUKUS)라는 미국, 영국, 호주가 참여하는 새로운 안보 동맹을 깜짝 선보이면서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공동으로 화상 회견을 통해 오커스 출범 소식을 알렸다.

미국은 첫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협의체) 대면 정상회담을 워싱턴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한 직후 오커스까지 연이어 선보였다. 오커스의 핵심은 단연 미국이 호주에 제공하기로 한 핵 잠수함 기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오커스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세 나라가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오커스 출범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오커스의 등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정책인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승계한 것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예다.

존슨 영국 총리도 오커스가 영어 사용 국가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인도·태평양지역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리슨 호주 총리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세 나라는 그간 비슷한 렌즈로 세상을 봐왔다”면서 세 국가가 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 아이즈 소속임을 강조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고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세 나라 협력체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비록 세 정상이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오커스의 최종 목표가 중국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환산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오커스를 통해 기존 쿼드 국가가 아닌 영국까지 끌어들여 중국에 대한 연쇄 견제를 시도 중이다.

영국은 올해 들어 항모 전단을 이례적으로 동북아 지역에 파견했다. 영국 항모는 우리 해군과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 사실상 중국의 앞마당에서 무력시위를 한 셈이다. 영국 해군의 움직임은 오커스 출범과 맞물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국의 군사적 개입이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에서 미국을 적극 지원해온 영국이 이제는 중국에 맞서는 연합 전선 구축을 위해 힘을 합친 셈이다.

호주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호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의 편에 서 중국을 압박한 대표적인 국가다. 호주 역시 해군 함정을 동북아 지역에 파견하고 한국과 합동 훈련을 실시하는 등 남반구 소재 국가임에도 미국 중심의 반중 연합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오커스 출범의 핵심 포인트다. 미국은 쿼드 국가이기도 한 일본의 핵잠수함 건조 대신 호주를 선택했다. 이미 인도가 핵잠수함을 보유 중인 만큼 쿼드 국가 중 일본을 제외한 3개국이 핵심 비대칭 전력인 핵잠수함 전력을 가질 전망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영국에만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공유했다. 영국과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기술 전수는 각각 소련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극도로 민감한 문제인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호주에 제공하는 것은 과거 정책에서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 것이며 중국에는 직접적인 도전이 될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직후 오커스 구성을 전격 발표하는 전략적 행보도 선택했다.

미국도 중국 해군력 견제를 위해 동맹국의 핵잠 보유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중국 해군은 6척의 공격형 핵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핵추진 잠수함 전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다만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는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국제 안보 환경에 큰 파장을 볼러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핵 정책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인 제임스 액튼은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가 매우 해로운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입장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에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전수하는 대응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미국도 동맹국에 추가적인 핵잠수함 기술 제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핵잠수함 기술 공유는 이번 한 번이라고 강조했지만 적대국의 행보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큰 대표적인 국가다. 일본은 오커스 출범 직후 핵잠수함 보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마침 한국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한 도산안창호함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핵잠수함 시대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비록 핵무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동북아 지역 안보의 균형을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이 때문에 우리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보유를 허용하지 않아왔다.

한국은 호주와 달리 미국이 핵연료에 대한 제한을 풀 경우 핵잠수함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기술 공여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은 한미원자력 협정만 개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고려하면 핵잠수함을 미중 갈등 확대 상황을 이용해 확보하는 전략이 우리 안보 상황에 긍정적인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 내려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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