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카콜라’처럼…음식, 패션, 한국어 등 한국 문화 영향력 확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 KOFICE 통계의 지난해 ‘최선호 한국 드라마 순위’를 살펴보면 1위 ‘사랑의 불시착’부터 6위 ‘더 킹’까지 모두 넷플릭스가 유통했거나 제작한 콘텐츠다. (사진=tvN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K팝 열풍으로 시작한 ‘한류’가 영상 콘텐츠와 음식 등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한국의 영상(드라마, 예능), 웹툰 등 한국형 콘텐츠가 새삼 부각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타고 기존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인기를 끌며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시장에 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넷플릭스의 해외 시장 투자액 중 가장 큰 규모로, 한국 진출 첫해인 2016년에 비해 불과 5년 만에 3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쓸고 방탄소년단(BTS)이 ‘버터’로 빌보드 차트를 장악한 것은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해 ‘제4차 한류 붐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류가 곧 시들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더 거센 기류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까지 점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코카콜라, 리바이스 청바지, 헐리우드 영화, 팝송 등으로 전 세계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해 온 길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들어가는 순간 ‘한드 개미지옥’ 갇힌다

비대면 소비 확산은 OTT의 영상콘텐츠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증폭시켰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한류트렌드 2021’ 보고서의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한국 영상콘텐츠를 이용하는 해외 소비자 비율’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드라마는 2016년 47.4%에서 지난해 76.9%로 급증했고 2019년과 비교해도 8% 포인트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예능, 영화, 애니메이션 역시 2016년 대비 30% 포인트 내외, 전년 대비 5~7% 포인트 증가해 OTT의 한류 영상콘텐츠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OTT 중에서도 넷플릭스 점유율 증가폭이 두드러지는데 유튜브는 2019년 대비 장르별로 각각 2~8% 포인트 가량 이용률이 감소한 반면 넷플릭스는 같은 기간 평균 15%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할 경우 넷플릭스 이용률은 약 63~64%를 기록해 예능(56.8%), 애니메이션(53.2%) 보다 그 비중이 컸다. 확실히 글로벌 OTT 서비스는 다국적 유통망과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 제작을 통해 해외 한류 소비자의 한국 영상콘텐츠에 대한 접근성과 이용률을 대폭 확장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KOFICE 통계의 지난해 ‘최선호 한국 드라마 순위’를 살펴보면 1위 ‘사랑의 불시착’부터 6위 ‘더 킹’까지 모두 넷플릭스가 유통했거나 제작한 콘텐츠다. 이는 2019년 조사한 세 작품 ‘호텔 델루나’, ‘킹덤’, ‘도깨비’보다 두 배 늘어난 수치로 넷플릭스의 영향력 확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한 편의 한국 드라마를 본 이후 다른 드라마를 찾아보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소위 한국 드라마의 ‘개미지옥’에 빠지는 상황이 중독성을 더욱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최선호 한국 영화 순위’ 역시 마찬가지로 1위 ‘기생충’을 제외한 모든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최초 공개됐거나 유통된 콘텐츠다. 이런 추세는 배우 순위에도 반영돼 송혜교를 제외한 상위권 배우 다섯 명 모두 넷플릭스에서 유통된 작품에 출연한 이력이 있다. 특히 현빈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사랑의 불시착’ 인기에 힘입어 2019년 14위에서 지난해 2위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런! 코리안 위드 BTS’ 패키지.(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정부 ‘신한류 르네상스’에 1조 178억 원 투입

외신들은 K팝에 빠진 세계인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이제는 한국 음식을 먹고 있다며 ‘K콘텐츠 르네상스’가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ABC뉴스도 지난달 21일(현지시간) “K팝과 마찬가지로 한국 TV 프로그램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한국 드라마에 들어가는 영어 자막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이색 문화 콘텐츠를 넘어 이제는 거대한 산업 콘텐츠로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산업의 한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는 웰메이드 콘텐츠로 인정을 받고 있다”면서 “제작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스토리라인과 배우들 연기력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어 드라마 외에도 예능 등의 한국 영상 콘텐츠들을 세계인들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31개국에서 리메이크된 한국 유명 음악 방송 ‘복면가왕’의 경우 최근 브라질 안방에도 진출했다. 지난달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복면가왕’의 브라질판 ‘마스크 싱어 브라질’(The Masked Singer Brasil)은 올림픽을 능가하는 시청률을 보이는 등 브라질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효정 KOFICE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은 “방영 전부터 브라질 내에서 ‘복면가왕’의 해외 성공 사례들과 유명인 출연이 언급되면서 브라질판에 대한 기대가 컸다”며 “영국판에 출연한 스파이스걸스의 멜라니 브라운, 미국판에 출연한 백스트리트보이즈의 닉 카터, 오리지널 한국판에 출연한 블랙핑크의 로제와 BTS의 정국을 예로 들기도 했고 멕시코판에서 브라질 팝스타 아니타가 출연해 콜라보 무대를 선보인 것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고 한국 콘텐츠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년 문체부 예산안이 올해 대비 2893억 원 증액된 7조 1530억 원으로 편성됐다고 발표했다. 이 중 ‘신한류 진흥과 문화·체육·관광 산업 미래 시장 육성’에 1조 178억 원이 투입된다. 전년보다 21.3%가 늘어난 금액이다.

다만 특정 가수와 배우에 국한된 한류 콘텐츠의 편중된 인기 현상이 오히려 새로운 한류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것이다.

KOFICE 통계에 따르면 해외 한류 팬들이 투표한 ‘최선호 가수 순위’에서 BTS와 블랙핑크가 포진한 1~2위 그룹과 그 이하 그룹 간 인기 격차가 매해 심화되고 있다. 배우를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 순위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