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함 미국·영국·러시아·중국 등 70여종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중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중공업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최근 세계 주요 국가들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이 SMR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러시아도 이미 상용화에 성공해 건설 또는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상 위기로 탄소중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재생 에너지는 물론 원자력까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비용과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어 원전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탄소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안전성을 확보한 SMR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 등이 여전히 대립을 이루고 있지만 이미 세계의 방향성은 SMR 상용화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책적 뒷받침으로 SMR 사업화 성공

SMR은 작은 용기 안에 원자로와 냉각기를 일체형으로 넣은 발전 시스템이다.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4분의 1 크기로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모든 장비가 원자로 안에 들어가 기존 원전에 비해 안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70종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이다.

미국이 17기, 러시아가 17기, 중국이 8기, 일본이 7기로, 이들 국가가 세계 SMR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것은 한국 원자력연구원과 미국 뉴스케일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중소형 원전 ‘스마트’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SMR 연구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다. 2012년 7월 일체형 원자로 중 세계 처음으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했다. 뉴스케일은 지난해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설계인증심사를 승인받으면서 SMR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사실상 미국 SMR 사업화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미국 원자력 정책에 조 바이든 정부와 정치권의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원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던 미국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원자력을 청정에너지에 포함하는 공약’을 발표한 이후 원자력 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는 모양새다.

원자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SMR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지부터 선정해야 하는데 미국의 경우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있다”며 “뉴스케일 원전이 SMR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사업화에 접근하고 있는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도 이런 적극적인 정부 지원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스케일은 지난해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고 향후 빠르면 5년 안에 상용화 가능한 노형 개발을 목표로 SMR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기술성과 사업성 측면을 봤을 때 뉴스케일 노형이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SMR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미국 사례처럼 정부 주도의 강한 추진력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활용 가능한 모든 발전 에너지원을 고려해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산정한 결과 전체 발전원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 SMR 비중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며 “2031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3.8~7.9GW 규모 SMR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 절반 줄이려던 영국도 전력난 겪자 SMR 16개 건설

대형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만큼 향후 SMR 주도권 경쟁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기로 했던 영국의 경우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풍력발전 발전량이 급감하면서 방산업체 롤스로이스의 SMR 신규 건설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프로젝트 승인을 받으면 소형 원전 16개를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은 2024년까지 원전 비중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었지만 영국 제1의 전력 공급원인 천연가스 가격이 올해 들어 네 배 가까이 치솟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기준 전력 생산량의 24%를 차지하던 풍력발전량조차 올해 들어 바람의 양이 줄어들면서 최근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4일 열린 에너지 위기 대책회의에서 “영국의 미래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고 풍력과 태양력에만 의존할 순 없다”고 말했다. 또 영국 현지 외신들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총리와의 회의에서 최소 6개의 대형 원자로와 소형 원전 20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각료들은 이에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미 SMR을 적용한 부유식(물에 띄우는 방식) 원전을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SMR 기반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전으로 70㎿ 규모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동시베리아 페벡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한 러시아는 2028년까지 동시베리아 야쿠티아 지역에 육상 SMR을 건설해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경제 분야 국가최고계획인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과제 중 하나로 해상부유식 SMR을 선정하고 국유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공사를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에너지기업 닛키홀딩스는 일본 기업 최초로 SMR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5월 뉴스케일에 4000만 달러(약 450억 원)를 출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원자력협력재단이 발간한 ‘세계 SMR 개발 동향’에 따르면 캐나다 국립연구소가 SMR 핵연료 연구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SMR 건설 추진을 위한 협력체를 구성했다. 이 밖에도 에스토니아에서 SMR 연구가 시작됐고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센터는 지역난방에 사용 가능한 SMR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