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장서윤 기자]‘#squid game 140억개’

전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열풍에 최근 열흘간 모바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올라온 오징어 게임 영문 해시태그인 ‘squid game’의 숫자다. 틱톡을 비롯해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뿐 아니라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Metaverse, 가상현실) 플랫폼에도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게임이 만들어지며 최고 인기 단어로 등극했다.

즉각적인 표현과 댓글 문화에 익숙한 전세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패러디 공유에도 불이 붙었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이를 놓칠세라 오징어 게임 마케팅을 주목하고 있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을 패러디한 렉솔 혼다 레이싱팀 공식 트위터. 사진=렉솔 혼다 공식 트위터 캡처.
‘오징어 게임 쿠키’로 뜬 ‘달고나’ 챌린지 등 등장 게임 대유행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작품 속에 등장한 달고나 뽑기 과자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달고나를 처음 접한 글로벌 시청자들은 SNS에서 달고나를 ‘오징어 게임 쿠키’(Squid game cookie)라고 부르며 레시피 공유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서는 달고나에 모양을 찍는 틀과 설탕, 베이킹소다 등의 재료를 구비한 ‘달고나 키트’를 33달러(약 3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SNS를 통한 ‘달고나 챌린지’가 유행이다. 직접 달고나를 만들어 찍힌 모양대로 뽑기를 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오징어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도전하는 것이 규칙이다. 또 달고나를 만들고 난 후 식기에 눌러 붙은 설탕을 깨끗이 제거하는 방법도 절찬리에 공유되고 있다. 가는 선과 미세한 문양으로 이뤄진 스타벅스 로고나 거미같은 ‘극한 뽑기’ 패러디 게시물도 인기다.

글로벌 기업도 달고나 열풍에 동참했다. 스페인 에너지 회사 렙솔과 일본의 모터사이클 제조사 혼다가 합작한 레이싱팀인 렙솔 혼다는 공식 SNS 계정에 달고나에 팀 로고를 찍은 게시물을 올렸다. 달고나 위에 렙솔과 혼다의 기업 로고를 찍고 “두 번째 게임, 당신은 이걸 가질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작품 속 두 번째로 진행된 달고나 뽑기 게임을 인용한 문구로 재치가 넘치게 팀을 홍보한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게임을 재현한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사진=로블록스 화면 캡처.
메타버스도 인기몰이…로블록스, 관련 게임방만 수백여개 개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는 현재 오징어 게임 이 최고 인기 키워드다. 로블록스에는 오징어 게임 속 놀이를 고스란히 재현한 게임방 수백 개가 만들어졌다.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 맵과 아이템을 만들어 배포나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10대들 사이에서 메타버스 공간 내 오징어 게임 열풍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각 게임방에서는 “게임이 곧 시작됩니다. 참가자들은 모여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드라마와 똑같은 안내방송이 나오면 녹색 운동복을 입은 아바타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모여든다. 작품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게임 등도 똑같이 진행된다.

방탄소년단(BTS) 팬들은 굿즈 구매의 치열한 분위기를 오징어 게임에 빗대 표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해외 팬은 자신의 SNS에 ‘실제 오징어 게임 마지막 라운드’라는 제목 아래 BTS의 굿즈 판매 개시일 일정을 공유했다. 이 팬은 “진짜 오징어 게임은 BTS 굿즈 판매 시작일”이라며 “(구매를 못할까 봐) 정말 긴장되고 토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게시물은 1만 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팬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에 대한 트위터 반응. 사진=트위터.
기생충 ‘짜파구리’ 처럼…극중 등장한 ‘삼양라면’ 자체 이벤트 준비

뭉클한 패러디물도 여럿 공유되고 있다. 특히 극중 비뚤어진 언행을 보이던 지영(이유미 분)이 탈북자 새벽(정호연 분)에게 자신이 당한 가정폭력을 고백하는 장면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가장 많은 언급이 되고 있는 장면 중 하나다.

ID clarissaetc를 쓰는 해외 시청자는 트위터에 울고 있는 카메라맨 사진을 공유하며 “이 장면의 실제 촬영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외 시청자는 “이 에피소드는 내가 심리상담을 시작해야 할 이유를 알려줬다”고 했다. 극중 두 사람을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베스트 팀’이라고 언급한 게시물도 많은 ‘좋아요’를 얻었다. 오징어 게임 패러디 열풍이 작품의 진정성을 담은 정교한 완성도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엉겁결에 호재를 만난 기업도 있다. 삼양라면은 작품 속 간접광고(PPL)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극중 출연자들이 삼양라면을 과자처럼 부셔서 스프와 함께 술안주로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각 포털 사이트에서 삼양라면 검색량이 늘자 삼양라면은 자체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앞서 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로 톡톡히 재미를 본 농심은 자사 제품 오징어 짬뽕을 발빠르게 오징어 게임 포스터로 패러디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