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연세대 2학년 이원석(206.5cm·센터)이 전체 1순위로 서울 삼성에 지명된 것. ‘빅3’로 함께 언급됐던 하윤기(2순위·수원 kt), 이정현(3순위·고양 오리온)보다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선수라는 점에서 1순위는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하는 분석도 있었으나 이를 깨고 1순위로 지명돼 화제가 됐다. 여기에 이원석이 전 국가대표 센터이자 현재 KBL 경기감독관인 이창수(52)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더 흥미를 끌었다.

이원석(왼쪽)과 이창수 부자.

아버지와 아들 모두 “삼성행 원했다”

먼저 의미 있는 신인 드래프트 1순위에 뽑힌 소감에 대해 이원석은 “3순위 안에는 뽑혔으면 했는데 1순위로 뽑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정말 꿈 같다. 1라운드 지명이 다 끝나고 나니 그때야 조금 정신이 돌아오더라”라며 환하게 웃었다.

아버지 이창수는 “내심 삼성에 갔으면 했다. 제가 거기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지 않나. 아들이 삼성에서 시작해도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러면 1순위가 되어야 하니 쉽지 않겠다 생각은 했는데 바람이 이뤄졌다”며 행복해했다.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가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곳에서 저 역시 시작했으면 하고 소망을 했다”며 “이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에 기대도 되지만 부담도 된다”고 했다. 당장 이원석은 팀에 곧바로 합류해 오는 9일부터 개막하는 2021~2022 KBL시즌을 준비한다. 부자간의 대화가 필요한 순간, 농구가 해답이었다

이창수-이원석 부자는 여느 부자지간처럼 그리 대화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원석이 기억하는 어린시절 아버지는 늘 집에 없고 여름에만 집에 있는 아빠였다. “다른 애들은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에 아버지랑 손잡고 놀러가잖아요. 근데 저는 그런 추억이 없어요. 아버지는 항상 경기 때문에 바쁘셨으니까요”라고 말하는 이원석의 말에 아버지는 고개를 숙였다.

“은퇴하고 집에 있으니까 원석이는 매일 학교갔다 학원가고 밤에 들어오면 저는 조용하게 TV 보는 것밖에 안 했어요. 사실 저는 은퇴하면서 ‘내 아들은 절대 이 힘든 농구를 안 시켜야지’라고 다짐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먼저 애 엄마한테 ‘농구 한번 시켜보자’라고 말하게 되더라고요. 아이와 공통된 주제로 얘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아버지 이창수는 “농구 재능이 보이면 계속 시키고 아니면 그냥 말려고 했어요. 솔직히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애가 나가떨어질 거라고 봤어요. 그런데 공부가 더 힘들었나 보더라고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원석의 농구 입문을 설명했다.

이원석은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저에게 농구를 가르쳐주셨어요. 시합 없는 날이면 매일 1~2시간씩 새벽에 아버지랑 농구를 했죠”라며 “제가 졸랐어요.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아버지야말로 누구보다 농구와 저를 잘 아시는 분이잖아요”라며 아버지와 함께한 새벽운동을 추억했다.

악바리 근성 있는 아들 “아버지보다 제가 낫죠”

이창수는 농구를 하는 아들을 보며 아들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하고 느낀 적도 있었다고. “농구 경기 하는 걸 보면 애가 승부사 기질이 보여요. 스스로 될 때까지 연습하더라고요. ‘한번 더’, ‘한번 더’하면서 저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죠”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현역시절 국가대표도 지내며 ‘훅슛의 장인’으로 불렸다. 이 부분을 얘기하자 이원석은 “훅슛은 아버지가 늘 강조하셨다. 아버지가 훅슛 ‘시즌1’이셨으면 제가 ‘시즌2’가 될래요”라고 말했다.

이제 프로에 첫 발을 내딛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프로생활을 하면서 그만두는 선수를 수없이 봤어요. 사생활이 따라주지 않아 기대만큼 못 크고 저무는 선수도 많았죠. ‘프로’라는 마인드를 장착할 때까지 제가 옆에서 계속 얘기를 해주려고요.”(이창수)

“사실 그동안 저를 보더라도 ‘이창수의 아들’로 평가하니까 항상 어깨가 무거웠죠. 그런데 이제 제가 힘 빼고는 아버지 현역 때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프로 왔으니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도 키우면 아버지보다 나은 선수 아닐까요.”(이원석)

2021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이원석은 아버지를 넘어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한국 농구사의 레전드인 서장훈 같은 선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