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안철수, 대선출마 초읽기…야권의 분열인가 확장인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기사입력 2021-10-22 16:31:37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철수의 출마, 야권 기반 확장으로 정권교체 판 키울 가능성 커”
 
“민주당-국민의힘 모두 싫어하는 부동층의 지지 가능성 열려 있어”
 
“후보단일화 실패하면 야권에 재앙, 아름다운 단일화가 숙제”
 
윤석열의 ‘전두환 옹호론’ 파장 여파로 빈틈을 노릴 수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대선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12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천관리위)를 출범시켰다. 공천관리위는 안 대표의 대선 출마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민의당 대선기획단은 안 대표의 출마가 당헌·당규 조항 위반이 아니라는 법적 검토도 마쳤다고 한다.

국민의당 당헌 제75조 제3항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하여야 한다’고 돼있는데, 안 대표가 단독 후보로 출마하는 경우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은 경선 과정에 후보자가 당내 지위를 불공정하게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인데, 안 대표 혼자 출마해서 경선이 없을 경우에는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 출마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이제 출마 선언만 남겨 놓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6일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이 결렬됐음을 선언하고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용기를 내어 걷겠다”고 했을 때, 그의 독자 대선 출마는 이미 예견되던 길이었다. 국회 3석 소수 정당으로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양대 정당의 대결 사이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최소한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체 후보를 내지 않은 채 그저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힘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는 최소한의 존재감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 경우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소멸 위기를 맞게 될 것이 국민의당이 처한 현실이었다. 그러니 국민의힘과의 합당이 무산된 상황에서 안철수의 대선 출마는 국민의당으로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던 일이다.

물론 안 대표 개인으로서는 출마에 따르는 부담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느냐”는 시선들이 따를 것이다. 안 대표는 그동안 국회의원 선거보다 큰 선거에 세 차례나 출마했다.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그리고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전력이 있다. 최종 후보등록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그 직전에 출마를 포기했던 2012년 대선까지 합하면 네 차례나 되는 셈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네 번의 도전 모두에서 안 대표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4.7 보궐선거 때 야권 후보단일화에서 패해 중도 하차하고 반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모양새가 보기 좋을 수는 없다. “될 때까지 출마하느냐”는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의 비아냥은 안 대표의 자존심을 건드려 상당히 아프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선을 기대하는 출마로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기에 따르는 정치적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다. 이제는 누구도 안철수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 가능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선보다는 당이나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출마한다는 시선이 대부분일 것이다.

10년 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였던 그였지만, 이제는 당선이 어려움을 알면서도 그래도 출마하는 정치인으로 비쳐지는 현실은 그에게는 어쩌면 고통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안철수는 출마 이외의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이미 한 차례 합당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도 기본적인 힘을 갖고 있어야 최소한의 대접을 받으면서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그 힘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안 대표에게는 대선 출마인 것이다.

하지만 안 대표가 선전을 하기에는 이번 대선의 환경 자체가 녹록지 않다. 먼저 이번 대선에서는 한때 안철수의 전유물이었던 제3 지대 입지 자체가 소멸돼 있다시피 하다. 정치구도 면에서도 그렇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그렇고, 정권교체냐 정권연장이냐에 대한 양자택일만이 자리하고 있는 이번 대선은 진즉부터 여야 두 진영 간 대결구도로 굳어졌다.

그러니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닌 제3의 정치세력이 의미 있는 존재로 자리 잡기가 무척 어려워진 상태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심상정 대선 후보를 선출했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신당창당을 추진 중인 김동연 전 부총리는 아직까지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김 전 부총리는 굳이 안 대표와 손잡고 제3지대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나홀로 독자행보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어차피 김동연과 안철수도 따로 따로 각자 갈 길을 가야 할 듯하다. 이처럼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도 제3 후보나 제3 지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환경인지라, 이제 와서 안 대표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새로운 것에 대한 국민들의 갈증은 여전하다.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진영의 정치에 등을 돌렸던 많은 사람들은 정권교체의 유일 대안이라 했던 윤석열 캠프가 과거 정치인들로 가득 차는 모습에 또한 실망했다. 어디 새로운 사람들은 없을까를 유권자들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런 유권자들에게 이제는 안철수 또한 더 이상 새로운 인물이 아니다. 정치를 시작한 이래로 보여 왔던 안철수의 정치 역시 이제는 식상하다는 반응을 내놓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안철수만의 매력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인지 안철수 출마설에 대한 국민의힘 안팎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안 대표 측은 자신들 출마가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국민의힘으로는 정권교체를 장담할 수 없기에 안철수가 출마하며 지지세를 확장할 때 비로소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향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야권 후보단일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야권 후보단일화에서 예상되는 걸림돌은 안 대표에 대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불편한 태도다. 한 사람은 현재 국민의힘 대표고 다른 한 사람은 경선 이후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한 인물이기에 그들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대장동 게이트 엄정 수사와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 대표 출마가 기정사실이 되자 이 대표는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단독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지탄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의 출마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드러냈다.

또 “안 대표도 사실 대선을 실제로 치르는 모양새를 갖추려면 비용과 사람이 많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완주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야권 후보단일화에 대한 의지가 아니라 안철수 출마에 대한 평가절하가 담겨 있는 얘기들이다.

김 전 위원장도 “안철수 대표의 경우에는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면서 ‘대통령 출마를 포기를 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간다’고 얘기했다.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그의 출마를 ‘약속 불이행’으로 간주했다. 더 나아가 “또 진영의 분열을 가져오는 그런 짓을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사실상 불출마를 압박하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 경우 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 사령탑이 될 것이 유력하기에, 그와 안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는 야권의 힘을 모으는데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안철수 출마는 ‘단독 행동’이며 ‘적전 분열’이라는 것이 이준석과 김종인, 두 사람의 생각이다. 두 사람 모두 안철수 출마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야권을 분열시키는 행동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더구나 선거는 현실이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안철수와 손잡고 표를 모으지 않는 이상 대선 승리를 이루기 어려운 것이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이다. 지금 안철수 출마에 대해 어떤 악담을 하든 간에 대선을 치르려면 사정이라도 해서 후보단일화를 해야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싫으면 이 대표가 지난 여름에 어떻게든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성사시켜야 했다. 대선 정국을 앞둔 시기의 중대한 합당 협상을 이 대표는 망가뜨리다시피 했다. 당시 이 대표는 합당에 대해 “예스냐 노냐만 답하라”며, 심지어 자신의 휴가 이전까지 대답하라며 시종 안철수를 몰아붙였다.

안철수가 아니었더라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탄생할 수 없었음을 잊은 정치적 배은망덕이었다. 손을 내밀어 껴안아도 어려운 합당을 상대 자존심을 건드리며 결국 무산의 길로 이끌었던 일차적 책임은 이 대표에게 있었다. 합당의 상대에게 기본적인 명분을 세워주는 모양새를 만들어냈더라면 하나 정도의 노력으로 매듭지었을 일을, 이제 둘, 셋의 노력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을 자초한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4.7 선거 때 “아무 조건 없이 합당하겠다”던 공언을 뒤집고 합당의 여러 조건을 제시했던데 대한 안 대표의 책임도 면제되는 것은 아니었다. 양쪽 모두에게는 지난 여름에 보여준 졸렬했던 합당 협상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그것을 잊어버리고 앞으로 또 다시 갈등의 모습만 보인다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야권 지지층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철수의 대선 출마가 갖는 이 모든 부정적 측면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출마는 야권의 대선 지형에 상당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그의 지지율이 단 몇 %만 되더라도 대선의 승부가 그의 손에 달리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5~16일 실시한 가상 5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3.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또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2.1%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원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9~10일 실시한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조사에서 안 대표는 1.9%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가 하면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1~12일에 실시한 대선주자 4자 대결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4자 구도에서 안 대표 지지율이 최소 4.0% 이상 나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먼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윤석열이 돼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의 4자 대결이 이뤄지는 경우 안 대표 지지율은 4.0%로 나타났다. <그림1>

그리고 홍준표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는 경우의 4자 대결구도에서는 안 대표가 5.1%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윤석열이 아닌 홍준표가 국민의힘 후보가 됐을 때 이탈해 안철수나 심상정으로 이동하는 중도성향 표가 존재함을 읽을 수 있다. <그림2>
정식 출마 선언 이전에 이 정도 지지율이라면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들어갈 경우 일정 정도의 지지율 상승 효과를 예상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추가 상승 여부에 관계없이 안 대표가 4~5% 정도 지지율만 유지하더라도 이번 대선의 승부를 좌우하는 캐스팅 보트로서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된다. 이는 과거 대선 결과들을 살펴보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자 대결구도로 치러졌던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차가 17.05% 포인트로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대선처럼 진영 간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된 선거에서는 불과 몇 % 차이로 승패가 엇갈리곤 했다. 1997년 대선은 1.5% 포인트, 2002년 대선은 2.3% 포인트, 2012년 대선은 3.5% 포인트 차로 승패가 갈렸던 것이다.

물론 2017년 19대 대선에서 21.4% 득표를 했던 때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아진 안철수 지지율이지만, 양대 진영 간 대결로 압축된 대선에서 이 정도 지지율이면 승부를 가르는 캐스팅 보트가 되고도 남는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를 지지했다가 그동안 돌아섰지만, 현재 여야 후보들 가운데서 마땅한 선택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부동층들에게는 차라리 안철수가 낫겠다는 생각을 할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경험은 이를 말해준다. 그때도 선거전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안철수 급부상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안철수는 이제 끝났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선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출마 주자들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지지가 약한 분위기에서 안철수가 출마를 하고 나니 그를 대안으로 다시 지지하는 시민들이 늘어나 한동안 야권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던 것이다.

물론 야권 후보단일화에서 제1야당의 조직력과 군소야당 후보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오세훈 시장 당선의 멍석만 깔아주고 말았지만, 당시 안철수 바람이 불었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능했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현재의 야권 환경에서는 안철수 출마가 야권의 판을 키워 확장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들을 종합해보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여론이 정권연장을 원하는 여론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는 환경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에게서는 멀어졌지만 아직까지 야당을 대안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층들이 부동층으로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야권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의 거듭되는 말실수는 지지율을 더 이상 상승시키지 못한 채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다. 윤석열 정치가 마뜩잖지만, 그렇다고 막말정치를 떠올리는 홍준표 의원을 지지할 수도 없고, 합리적 사고가 돋보이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지지율이 미약해 대안이 되기가 어려워 보이는 것이 야권 성향 중도층들의 고민이다.

만약 안 대표가 출마하며 부동층 일부 지지까지 얻어 의미 있는 지지율을 얻게 되고, 후보단일화를 통해 야권이 그 층을 껴안을 수 있게 된다면, 야권 단일후보가 누가 되든 지금의 야당에 대한 지지를 확장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안철수 출마가 정권교체에 순기능을 하는 역할을 하려면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만에 하나 그것이 실패할 경우에는 야권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분열의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지난 8월에 결렬됐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합당 협상 과정은 그것이 기우만은 아닐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근래 들어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중도층 내에서도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은 안 대표의 등판 이후 상황에 대한 관심을 높여준다. 최근 윤 전 총장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그거는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해 ‘전두환 옹호’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권한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후임 대통령도 배울 점이 있다는 건 전문가도 다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윤 전 총장의 해명이었지만, 부적절한 예시를 통한 거듭되는 말실수는 그의 공감능력에 대한 회의를 낳고 있다.

특히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을 오해라고 반박하며 진의를 설명하려고만 할 뿐,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태도에 실망하고 불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니 그동안 윤석열이 정권교체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해 불만족스럽더라도 우호적인 시선으로 지켜보던 중도층 가운데서도 민주당의 이재명도, 국민의힘의 윤석열도 모두 마땅치 않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 대표가 이처럼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배회하는 부동층 마음을 잘 껴안으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에 대한 양비론적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최근 상황은 안철수 출마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안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근래 들어서는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아닌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를 비판하며 차별화하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한 지난 18일 대장동 의혹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동시에 비판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 양당 후보들은 서로에게 ‘구속될 후보’, ‘갈 곳은 청와대가 아닌 감옥’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놈놈놈’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나쁜 놈들 전성시대’처럼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과거를 둘러싼 전쟁만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나아가 “이번 대선에서 저와 국민의당에게 주어진 책무는 대선 의제를 과거에서 미래로 바꾸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들은 독자 대선 출마를 앞두고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증인으로 출석했던 국정감사를 지켜보고 나서도 “감탄과 한탄이 절로 나왔다”며 거대 양당을 동시에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후보를 향해서는 “광대 짓으로 국민의 판단력을 흔들어대며 악마적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치밀한 범죄설계자이자 최강 빌런인, 고담시의 ‘조커’를 능가하는 모습에서 국민께서 절로 감탄하셨을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동시에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50억 뇌물수수 빌미를 제공한 제1야당은 이 후보에게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수모를 겪으며 무능과 부도덕함만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함께 비판했다. “야권의 무기력함에 국민의 절망 어린 한탄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는 것이 안 대표의 평가였다. 국민의힘과의 합당까지 공언하고 추진했던 안 대표였지만, 이제는 국민의힘까지도 비판하는 입장을 취하며 출마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안철수의 또 한 번의 도전은 현재로서는 야권 숙원인 정권교체에 순기능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야권 당사자들이 후보단일화를 무산시키는 비합리적 태도만 생겨나지 않는다면, 야권의 분열보다는 결국은 야권 확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죽어가던 안철수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어디까지 살아나게 될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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