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접종자에 대한 차별 및 해고나 채용 취소 사례 빈번해져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회원들이 19일 충북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인 청주시 하나병원 앞에서 추가접종을 하고 병원을 나서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만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서울에 사는 30대 정모 씨(3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다. 그는 지난 15일부터 헬스장 이용권 휴회 신청을 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조치에 따라 헬스장,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체육시설에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까지는 계도 기간으로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없이도 헬스장 이용이 가능했지만 이날부터는 백신패스를 지키지 않으면 이용자와 운영자 모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미 목욕탕, 유흥시설, 노인여가 복지시설 등에서는 방역패스가 의무화됐다.

정 씨는 아직 백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 더 확실한 임상 결과가 나오면 내년께 접종을 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최근 접종에 대한 압박감을 느껴 연내 접종 여부를 고민 중이다. 휴대폰으로 방문 확인용 QR코드를 찍을 때마다 뜨는 ‘미접종’이라는 단어에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고 직장 부서 내에서도 홀로 미접종자라는 사실이 민폐가 아닐까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들르던 헬스장을 갈 수 없다는 점도 그에게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요소다.

의무화가 안 된 백신휴가…직장 내 차별 등 ‘백신 갑질’ 유발

국내 백신접종률이 78%를 넘어섰지만 백신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른바 ‘백신 갑질’이라고 까지 불리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은근한 차별을 비롯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부작용 논란 등 백신과 관련한 갈등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직장인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부당함은 백신 접종시 휴가를 쓰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4일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공개했다. 이 단체가 지난 7월부터 11월 현재까지 접수한 백신 갈등 사례는 이메일 15건과 카카오톡 메시지 65건 등 모두 80건이었다.

“백신을 맞은 상사가 ‘아무 후유증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백신을 맞고 나서 근육통도 심하고 열이 올라 조퇴를 했는데 상사가 ‘미열에 조퇴가 말이 되느냐’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예전에 백신 부작용을 심하게 겪어서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는데, 상사가 밥도 같이 못 먹게 하고 저를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너무 힘들어 정신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 단체가 접수한 백신 관련 상담 사례다. 제보자 대부분이 중소기업 직장인이었는데, 백신 휴가를 주지 않으면서 연차마저 못 쓰게 하거나 백신 휴가 중에도 업무를 지시하는 사례가 많았다. 직장갑질119는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은 백신 휴가제를 도입해 백신을 맞은 뒤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백신 유급휴가가 없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직원들만 백신 휴가를 편하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미접종자를 따돌리는 사례도 있었다.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거나, 기저질환이 있어 백신 접종을 미루는 직원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이 단체의 한 제보자는 “기저질환이 있어서 백신을 나중에 맞으려고 하는데 회사는 예외 없이 무조건 맞으라고 한다”며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징계·해고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백신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를 한다면 부당해고로 판단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백신을 접종한 모든 직장인에게 유급휴가를 의무화하고, 정부가 비용을 지원했다면 백신 갑질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차별과 백신 갑질을 만든 것은 정부”라고 주장했다.

채용 기준이 된 백신접종, 사후 고지 될 경우 법정 분쟁 소지

특히 채용에 있어 백신 접종 여부가 또 다른 기준이 되고 있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해고를 당하거나 입사가 취소됐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면접 시 회사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물어보거나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는지를 문의하는 취업준비생의 글도 여럿 눈에 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충북 음성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는 백신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 채용할 것을 사업주들에게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지난 16일 발동했다. 음성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부터 이달 15일 기준 373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전체의 76.7%인 286명이다. 음성군의 이번 행정명령은 지난 18일부터 별도 해제 때까지 유지된다.

이 행정명령은 지역 기업체, 위생업소, 농업·축산·건설·건축현장, 직업소개소·인력사무소·도급업 등 외국인 고용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을 채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기존 외국인 근로자 중 백신 미접종자는 2주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위반으로 감염이 확산됐을 때는 사업장이나 장소의 시설폐쇄, 운영중단, 검사·조사·치료 등에 소요되는 방역비용 등이 구상 청구될 수도 있다. 음성군 관계자는 “방역을 위한 최선의 조치이니 양해해 달라. 사업주와 외국인 근로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채용과 관련해 백신 접종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자 이를 두고 정당한 처사인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백신 접종이 법적 강제가 아니라 ‘권고’ 사항인 상황에서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취업에 불이익을 주거나 해고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것이다.

우선 회사가 채용을 위해 낸 모집 공고에 ‘백신 접종자’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채용 공고상 백신 접종자여야 한다고 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 따르면 구직자의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과 출신 지역·혼인·재산,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을 응시원서나 이력서 등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모집 요건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즉 개별 기업이 원하는 채용 조건은 자율적으로 명시할 수 있다.

그러나 모집 공고나 채용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백신 미접종에 대한 별도의 고지가 없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채용절차법은 구인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 광고의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채용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 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집 공고에서 ‘백신 접종자에 한함’과 같은 문구가 없었다면 부당 채용 취소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백신 미접종으로 인한 해고나 채용 취소를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경우 법원의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백신 미접종자 향한 압박 수위 높아져 한편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들에 대한 압박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강경책을 꺼내들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 의무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미국 직업안전보건청(OSHA)은 지난 4일(현지시간) 100명 이상의 민간 사업장에 대해 백신 접종을 완료하라고 명령했다. 미접종 직원은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업무 중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월트디즈니, 유나이티드항공 등 주요 대기업은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해고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 일부 주 정부와 기업은 이같은 백신 의무화 조치에 대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발하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미접종자가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을 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싱가포르의 백신 접종률은 82%에 달한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열흘 간 12세 이상 백신 미접종자의 외출을 제한하는 강도 높은 정책을 쓰고 있다. 제한 조치를 위반해 적발되면 최대 1만450유로(약 196만원)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이처럼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강경책은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부작용 의심 사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면서 백신에 대한 의심 섞인 눈초리는 쉽사리 거두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의심 신고는 37만 4456건이다. 이 중 3416건이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인과성이 인정된 것은 사망 2건, 중증 질환 5건, 아나필락시스 470건 등 총 477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접종 후 심각한 이상 반응을 겪었거나 백신 안정성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가족 또는 본인이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렀지만 방역 당국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었거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청원인들의 피해 사실 또한 아직 사실 관계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둘러싼 불안감도 적지 않게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 청원인은 “이상 반응은 물론 최악에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소극적인 대처만 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방역 당국이 부작용에 대해서도 사례를 명확히 수집하고 안전성에 대해 신뢰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