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 달 ‘4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정부의 인구정책은 투트랙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직속 자문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작성한다. 관련부처로 구성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에서는 인구구조 변화가 고용, 재정, 복지, 교육, 산업구조 등 각 분야별로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한다.

인구 증가가 둔화 추세라는 것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동안 총인구 감소 시점을 2029년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2021년으로 나타나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추세대로 가면 2020년 5184만명이던 인구는 2070년 3766만명으로 감소해 1979년 수준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생산가능인구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737만명인데, 2070년 1736만명으로 반토막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총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의 축소,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공급의 하락은 우리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미래가 축소사회임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현실에서는 출산율이 갈수록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을 어느 정도 불가피한 추세로 받아들이고 대응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생산가능인구를 늘릴 수 없으면 가용한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답일 것이다. 바로 고령자, 외국인, 여성 인력을 노동현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고령자에 대해서는 정년연장이 거론된다. 정부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고용연장 방식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고령자에 대한 정년연장은 청년층의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직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고령자를 유지하는데 드는 인건비의 부담이 크다. 이것이 청년층을 신규채용 하는데 소극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상황은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은 같은 일을 하는데 절반의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정년제도를 채택하는 기업의 비율이 낮고 그것도 대부분 대기업이라는 사실도 걸림돌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0인 미만 기업 중 정년제도가 없는 기업이 66.9%에 이르렀고, 1000인 이상 기업은 60세 정년의 비중이 70.2%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년연장 혜택은 매우 소수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들의 자리가 청년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점도 문제다.

결국 정년연장은 매우 신중하게 도입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만 60세로 법정정년을 연장한 것이 불과 5년 전인 2017년이며 아직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년연장을 가능하게 하도록 임금 제도를 손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 연공급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고령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높이는 원인이다. 특히 생산성과 비교할 때 그러하다. 따라서 생산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를 직무급 또는 성과급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거치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외국인 인력의 고용확대도 중요한 대응 카드다. 2020년 11월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6만명에 이르며, 이 중 취업자격을 갖춘 사람은 46만명이다. 실제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므로 그 비중을 무시하기 어렵다.

외국인 고용정책에 있어 키워드는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을 쓰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중에서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숙련기술을 익힌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비자기간이 만료됐다고 이들을 내보낸다면 기업은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하고 기술을 습득시키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것이다.

정부는 2017년 숙련기능점수제를 도입해 이를 체류자격에 반영하고 있으나 아직은 상징적인 의미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인력이 확충이 불가피하다면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가동함으로써 인력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단순기능인력 위주로 돼 있는 외국인 취업 구조를 고급인력 위주로 개편하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 외국인 취업자격자 46만명 중 전문인력은 4만5000명에 불과하다. 각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내 인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영어권이 아니므로 외국인 고급인력이 선호하는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핸디캡을 만회할 수 있도록 이들이 편리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이들에 대한 비자자격을 완화하고 배우자의 취업을 지원하며, 언어소통의 어려움 없이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직무를 개발해 이들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성은 우리나라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력으로 충분히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결혼과 육아가 장애가 된다. 여성 고용률을 보면 20대까지 증가하다가 30대 들어 크게 감소하고 40대 후반에 회복되는 ‘M자형’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경력이 단절되면 원래의 임금과 고용조건을 회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단 여성이 결혼·육아의 장벽에 부딪혀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출산·육아를 돕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는 저출산에 대한 대응책도 될 것이다. 의무 출산휴가 기간을 충분히 늘리고 9%에 불과한 남성의 출산휴가 사용률도 높임으로써 여성의 출산·육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여성은 상당한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 아이를 학원으로 계속 뺑뺑이 돌리느냐 직장을 그만두느냐의 갈림길에 서는 것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돌봄 교실의 내용을 충실하게 하고 시간을 충분히 연장한다면 직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잠재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과 더불어 기존인력의 질을 향상시키고 노후화를 방지하기 위해 평생교육시스템도 보강돼야 할 것이다. 이것은 마침 대학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의 상당한 역량을 평생교육으로 돌린다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솔루션이 될 것이다.

축소사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한순간이라도 먼저 대응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충분히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주시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정인호 객원기자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