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은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과정입니다. 들숨은 산소를 몸속으로 들여와 혈관을 타고 각 장기와 조직에 공급되는 과정에서, 교감신경과 연결되고 몸을 긴장시킵니다. 날숨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이며,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긴장을 풀어 심신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들숨은 짧게, 날숨은 천천히 길게 내쉬는 것이 자율신경 균형을 맞춰주는 방법이라는 칼럼을 지난주에 썼었습니다. 복식호흡, 비강 호흡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소개도 해드렸지요.

우리가 잠자고 숨 쉬는 동안에도 쉬지 않는 생명 시스템인 자율신경을 우리 마음대로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호흡은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니, 조절된 호흡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서 불안 긴장 흥분을 가라앉히고 몸과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지요. 오늘은 이런 호흡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반듯한 자세가 중요해

등이 앞으로 굽고, 목이 앞으로 빠져나온 자세에서는 호흡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힘듭니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가스 교환이 충분히 이뤄지기 힘들고 제대로 된 횡격막의 움직임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부교감을 활성화하는 호흡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들숨과 날숨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단전에 힘이 들어간 자세에서 턱은 약간 아래로 당기는 느낌으로 유지하고 가슴을 크게 펴고 등을 늘리는 느낌으로 반듯하게 펴는 자세가 호흡하기 전에 먼저 이뤄져야 부교감신경을 활성화 하는 호흡이 가능합니다. 등이 이미 굽어있거나 거북목이 심한 사람이라면 평소에 벽에 발뒤꿈치를 붙이고 선 자세에서 단전에 힘을 주고, 등과 양 어깨 그리고 뒤통수를 벽에 붙이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자세를 반듯하게 잡는데 도움됩니다.

근육의 힘을 빼라

부교감 활성을 위해서 근육의 힘을 빼는 연습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하루 두 번, 아침과 저녁에 10분씩 하면 도움 됩니다. 바닥에 누운 자세를 하고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머리, 이마, 코, 턱, 귀, 발목, 발등, 발끝의 순서로 머리에서 발 끝까지 천천히 힘을 빼는 방법입니다. 긴장이 해소되고 호흡은 깊어지며 뇌 피로도 풀어지는 방법인데 하루 두 번, 아침과 저녁에 10분씩 하면 됩니다. 공황증, 화병, 자율신경실조증 환자를 치료할 때 한약과 약침을 처방하면서 근육의 힘 빼는 이 방법을 함께 하도록 지도하고 있는데, 빠른 회복에 아주 도움이 되었습니다.

복식호흡

복식호흡을 혼자 연습할 때는 가슴과 배꼽 위에 양 손을 각각 대고, 코로 깊고 크게 숨을 쉬되 가슴에 대고 있는 손은 움직임이 없고, 배꼽에 댄 손만 움직임이 있도록 숨을 쉬면 됩니다. 앉아서 하기 힘들면 편안히 바닥에 누운 자세에서 해도 됩니다. 앉아서 호흡한다면, 몸 전체는 이완하고 척추 라인이 일직선이 될 수 있게 꼿꼿하게 앉아 턱을 약간 아래로 내린 자세를 만듭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 배가 풍선처럼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느낌으로, 내쉴 때는 풍선의 바람이 빠지는 느낌으로 완전히 공기가 다 빠질 때까지 최대한 천천히 내쉽니다. ‘하나, 둘, 셋’에 숨을 들이쉬고 ‘하나, 둘’에 숨을 참으며 다섯까지 세면서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복식호흡을 연습해두면 공황발작이나 과호흡,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스로 호흡 조절을 통해 교감신경을 안정시킬 수 있어 습관적인 진정제 복용이나, 응급실 쫓아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비강호흡

‘나디 쇼다나’(Nadi Shodhana)라고 부르는 비강호흡은 인도 요가에서 하는 호흡법으로 양쪽의 콧구멍을 통해 흐르는 음양 에너지의 흐름을 균형잡아 몸을 정화시키고 자율신경을 회복하게 하는 호흡법입니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접고, 오른손 엄지는 오른쪽 코를, 약지는 왼쪽 코를 번갈아 막습니다. 엄지손가락을 뗀 채로 오른쪽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엄지 손가락으로 코를 막아 호흡을 잠시 멈추었다가 약지 손가락을 뗀 채로 왼쪽 코로 숨을 내쉽니다. 이번에는 왼쪽 코로 숨을 들이 마시고, 약지 손가락으로 코를 막아 호흡을 멈추었다가 오른쪽 코로 숨을 내쉬면 됩니다. 이 방법으로 비강 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넷까지 세면서 들이쉬고, 넷 쉬면서 멈추고, 넷 쉬면서 내쉬면 됩니다.

호흡을 조절해서 부교감 활성을 돕다

자율신경기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문가의 치료를 통해 약을 복용하고 약침을 맞고, 척추 교정을 받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이 기본이 되어 있어야 이런 다양한 치료의 효율도 높아지는 법이지요. 자세를 바르게 하고, 호흡을 통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제대로 건강 유지하시길 기원합니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