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소년범죄에 대한 편협한 시각 깨달아”
김혜수 “소년범죄 원인 생각할 계기 됐으면”

지난해 ‘오징어 게임’, ‘지옥’ 등 국내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인기를 견인한 가운데 지난달 25일 첫 선을 보인 ‘소년심판’(극본 김민석·연출 홍종찬)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년심판’은 공개이후 TV시리즈 부문 글로벌 31위(온라인 스트리밍 시청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집계)로 출발해 27일 10위에 올랐다.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지난 3일 전 세계 7위에 올랐고 한국·홍콩·일본 등 아시아 8개 국가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자극적인 뉴스 이면에 가려진 소년범죄의 현주소와 소년범죄를 잉태시킨 사회구조적 문제 등을 낱낱이 들춰내 소년범죄에 대한 관심과 문제 해결을 향한 실천 등을 상기시킨다.

지난 4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김혜수를 만났다. 영화 ‘깜보’(1986)로 데뷔해 연기 경력만 37년 차인 그는 ‘소년심판’의 출연 이유부터 촬영 과정에서 느낀 고민들과 심은석 판사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빠짐없이 들려줬다. 매체의 힘을 통해 ‘소년심판’이 단 한 사람의 시청자에게라도 더 선택되기를 원하는 의지가 굳건해 보였다.

“이 작품은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소년범죄는 굉장히 예민하고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인데 만드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소년범과 소년범죄에 대해 화두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소년범죄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 판사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각적인 시선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구성이 좋았어요. 한 사람이라도 봐야할 이유가 너무 명확한 작품이었어요.” 극 중 심은석 판사는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말하며 소년범들을 동정이나 연민대신 냉철함으로 대하는 인물이다. 동시에 소년범죄를 칼끝처럼 예리하고 분석하고 범죄가 발생한 원인까지도 철두철미하게 조사하는 인물이다. 김혜수는 소년법정 참관은 물론이고 소년부 판사 10여명을 인터뷰하며 심은석에 진정성 있게 다가갔다.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대사는 법관이 저런 말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강렬하죠. 하지만 심은석은 범죄자에 대해 어떠한 편견도 갖지 않고 법관으로서 어른으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느꼈어요. 그 균형감을 가져가는 게 중요했죠. 드라마 전체를 통해 심은석도 판사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을 했고, 배우 김혜수도 성장했어요. 범죄를 대하는 태도와 책임에 대해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화두를 던진 작품이죠. 작품의 가장 큰 메시지 중 하나는 소년범죄는 어떤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이죠.”

(사진=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은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부터 ‘여고생 시험지 유출 사건’, ‘초등생 벽돌 투척 사건’ 등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특히 소년법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논란의 하나인 촉법소년 문제도 등장해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소년범죄들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등장시켜 단순히 즐기고 끝나는 오락으로서의 드라마가 아닌 사회구조적 원인에 대한 성찰까지 견인한다는 점에 ‘소년심판’만의 또 다른 성취가 있다.

“강력사건을 초반에 배치해 모두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굳이 관심 가지지 않았던 청소년들이 왜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가를 고민하게 하죠. 이번 작품에 참여하며 많은 걸 깨달았어요. 저 또한 사회적 현상인 소년 범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어떤 현상에 대한 분노와 슬픔에 그치는 감정적 방식이었다는 걸요.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편협했던 거죠. 작품을 준비하고 출연하면서 인식의 변화가 생겼어요. 이 문제에 대해 비판만 하거나 감정만 내세울 게 아니라 이런 현상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제게는 성과입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