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요직 맡은 김한길·김병준·박주선 등 향후 역할에 관심 집중
윤 당선인은 지난 14일 인수위 산하 국민통합위원장에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지역균형특별위원장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두 사람은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회에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모셔온' 이른바 '3김' 중 두 축이었다.
윤 당선인은 두 사람의 인선에 대해 "김한길 (전) 대표께서는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고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분"이며 "김병준 교수는 자치분권에 대한 오랜 경륜과 전문성 바탕으로 새 정부 지역균형 발전에 큰 그림을 그려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날 윤 당선인은 호남 출신 4선 국회의원으로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을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전 부의장의 인수위 합류도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읽힌다. 인수위는 박 위원장 임명에 대해 "박 전 부의장께서는 수많은 정치 역정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바꾸는데 평생을 헌신하셨을 뿐만 아니라 정의롭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완성하기 위해 국민 통합을 국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의 가치와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은 17일 이들 세 위원장과 인사를 겸한 오찬 회동을 갖고 경복궁 돌담길 주변을 산책하며 교감을 나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화합과 통합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윤석열 당선인은 우리와 진영과 이념이 달랐어도 국민만 보고 섬기며, 이 동일가치를 공유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일하는 정부를 만들고자 한다"고 오찬의 의미를 설명했다.
◆’친노’, ’친문’에 밀려난 민주당 비주류 공통점
인수위 요직을 차지한 이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민주당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김한길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 출신이다. 박주선 위원장도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했다. 세 사람 모두 정치적 태생의 배경이 민주당인 것이다.
김한길 위원장은 1995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민주당 내 비노(비노무현)계 원로로 통했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와 각을 세워오면서 비주류 좌장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병준 위원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책사'로 통한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 대통령 정책특보 등 중책을 맡으면서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을 설계했었다.
박 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16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8·19·20대 국회의원에 내리 당선됐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 정부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이후 국민의당 최고위원,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계파에 휩쓸리지 않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정치적 이득을 위해 터전을 옮기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민주당에 몸담고 인연을 맺어왔던 이들의 윤석열 인수위 참여는 지역과 진영 정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국민통합을 강조해 왔던 만큼 이들의 인선을 통해 통합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극단적인 여소야대 정치환경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윤 당선인에게 거대 야당과의 협치를 위한 현실적인 인사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협치는 필요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완충지대가 필요한 셈이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이들 세 사람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이 '친정'인 민주당 인사들과 교류를 통해 정계개편을 포함한 주요 정치적 현안에서 협치의 물꼬를 트는 데 일조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과거 민주당과의 인연을 뒤로 한 후부터는 민주당과 소원한 관계를 가졌던 만큼 현 여권 인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풀어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한편 이들 3인방은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함께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군으로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세 사람 모두 정치 경륜을 갖춘 무게감 있는 인물인데다 지역화합과 협치 카드로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들이 거대 야당과의 협치를 하기에 앞서 집권 여당 내에서 기존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진정한 '원팀'이 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5년만에 정권을 되찾았지만 대통령 후보도 외부에서 수혈된 것과 다름없었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했던 국민의당과 지분도 나눠야 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총리까지 외부 인물이 차지할 경우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얻은 게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어 내부적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