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부동산 정책 ‘원팀’ 내세운 오 시장, 지방선거 앞두고 유리한 고지 선점할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내세우자 주택 시장에 집값 상승을 점치는 분위기가 다시 불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배제하고 종합부동산세는 폐지하는 등 대책을 놓고 더 큰 시세 차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하는 유주택자들의 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민간 개발 속도를 높이는 부동산 정책 기조를 기반으로 윤 당선인과 적극 공조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존재감도 자연스럽게 격상됐다. 이처럼 정권교체의 후광은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에게 적지 않은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시 부동산”... 지방선거 앞두고 힘 받는 오세훈

오 시장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 오는 18일부터 가동하는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서울시 인사를 파견하는 등 윤 당선인과 ‘원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오 시장에게 부동산 정책 관련 서울시 공무원을 파견해달라고 요청, 적극 공조의 뜻을 밝혔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과 이진형 서울시 주택기획관 등이 파견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실장은 서울시에서 도시정비과장·공공재생과장·주거사업기획관·주택기획관·주택건축본부장 등 주택 사업 업무를 역임해 도시계획 및 주택정책 관련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새 정부가 형성한 공조 분위기에 힘입어 일종의 ‘낙수효과’처럼 현 서울시장이 밝힌 주택 공급 계획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오세훈표 재개발’ 정책으로 불리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사업지인 강북구 미아동 재건축 현장을 방문했다. 윤 당선인은 현장에서 오 시장에게 "제가 대선에서 승리해서 팍팍 밀어드리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택 공급 성패에서 중앙 정부가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원은 지방선거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 정부는 지난 2020년 8·4대책을 통해 태릉 골프장(CC), 정부과천청사 등지에 주택 공급계획을 내놓았지만 고강도 규제에 지친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고 과천시장이 탄핵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원죄론’을 돌파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 측은 아직 서울시장 후보를 둘러싼 인선 윤곽과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이번 대선의 패배를 계기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출마 후보군으로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지난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재등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규제 완화 때까지 시장은 일단 ‘거래 잠금’

현재 서울 주택 시장은 구체적인 규제 완화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거래를 기피하는 ‘매물 잠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정권 교체를 자산 가치 상승에 유리한 신호로 해석한 주택 보유자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까지 거래를 미루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용산구 이촌동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는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반면 매도자는 규제가 풀리면 물건 내놓겠다는 분위기다”라며 “관망세가 유지되면서 지금 1월부터 두드러진 거래량 가뭄 상태가 3월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팔고 차익을 실현하고 싶지만 새정부 출범으로 양도세 변수가 발생해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가 실제로 풀릴 것으로 점쳐지는 올 하반기부터 공급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서울시가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시 층고 제한을 풀고, 윤 당선인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시사하면서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을 기대하는 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체감상 매물 10개 중 2~3개는 거둬들여지는 느낌인데, 가령 50억원에 나온 매물의 경우 이전에는 49억원까지 깎아서 거래가 가능했다면 최근에는 ‘50억에서 더 이상 협상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완고하게 입장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통계에서도 거래 잠금 현상은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4만1709건으로 전월(5만3774건) 보다 22.4%, 지난해 1월(9만679건) 보다 54.0% 줄었다. 이는 전국 주택 시장이 하락장이었던 지난 2013년 7월(3만9608건)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저치다. 특히 서울 거래량(4831건)은 전월(5394건) 대비 24.4%, 전년 동월(1만2275건) 대비 60.6% 감소했다.

한편 매물 가뭄 시점에서 매수 심리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15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2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월(105.8)보다 2.7포인트 오른 108.5로 집계됐다. 주택매매 심리지수가 다시 반등한 건 작년 8월(139.9→141.4) 이후 6개월만이다.

부동산 소비자심리지수는 전국 152개 시ㆍ군ㆍ구 6680가구와 중개업소 2338곳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0∼200 사이의 값을 산출한다. 95 미만은 하강 국면, 95 이상∼115 미만은 보합 국면,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후보가 양도소득세 등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운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 집값을 바라보는 시장의 관점이 바뀌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너무 올랐다는 심리가 형성됐다면 앞으로는 추가 차익을 예상하는 기대감이 힘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선 이후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예정됐기 때문에 거래 주체들이 일단 관망하는 모양새다“라며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에서 대출이나 규제, 세금 부분을 손을 보겠다고 밝히면서 매도자 입장에서는 급할 것이 없어졌고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시장에서 매물이 다시 귀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