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봄날, 최고의 향긋한 절집은 순천 다. 경내에는 꽃향기와 차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진다. 매표소에서 계곡을 따라 일주문을 지나는 길은 고로쇠나무, 참나무와 야생차나무가 호위하는 예쁜 흙길이다.

는 봄바람 불면 자목련, 영산홍, 동백, 홍매화, 철쭉이 계절을 이어가며 경내를 단장한다. 사찰을 묵묵히 지키는 수령 600년 된 매화나무는 그윽하다. 4월에는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늘어뜨린 올벚나무에 초롱불 같은 흰 벚꽃이 매달린다. 염불과 목탁 소리 흐르는 마당만 거닐어도 마음은 향기로워진다.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선생은 국내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를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세계문화유산 벗삼아 다도체험

태고종의 본산인 는 대웅전, 삼층석탑 등의 보물을 간직한 곳이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국내 7곳의 사찰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절집 초입에는 화강암 장대석을 무지개 모양으로 연결한 승선교(보물)와 강선루가 오랜 명성으로 길손을 반긴다. 묵직한 기와를 올린 문화재 해우소 역시 명물이다. 시인 정호승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로 가라.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고 썼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 줄거다”라고도 했다.

에서 내려서면 야생차체험관이 들어서 있다. 고즈넉한 풍광 안에 들어선 한옥 야생차체험관에는 따사로운 다도체험이 기다린다. 꽃향과 차향, 한옥 냄새가 어우러진 곳에서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 꽃 구경뒤, 차 한잔 마시면 속세의 번뇌가 봄날 눈 녹듯 스러진다.

꽃피는 선암사 경내
선암사 해우소
차문화체험관 다도체험

굴목이재 보리밥과

에서 송광사까지는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6.7km 굴목이재는 호젓한 산행길이다. 조계산은 산 하나에 천년고찰 2개를 품은 호남의 명산이어서 그 사잇길 또한 넉넉하다. 굴목이재는 보리밥집이 든든하고 유명하다. 굴목이재 너머 송광사는 ‘무소유’의 법정스님이 30년 가까이 기거했던 곳이다.

봄나들이는 으로 시간이동을 한다. 에서 857번 지방도 고갯길을 넘으면 이다. 은 옛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았다. 성곽뿐 아니라 동헌, 초가 등이 조선시대 원형대로 복원돼 있으며 허구의 공간이 아닌, 실제 주민들이 아궁이에 불 피우고 텃밭을 일궈가며 살아가는 민속마을이다. 낮은 돌담길 사이를 거닐면 초가집과 흙마루, 장독 등이 오롯이 모습을 드러낸다. 굴뚝에서는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구수한 장국 냄새가 담장을 넘어 퍼져나간다. 마을에서는 천연염색, 초가민박체험 등 다양한 전통체험이 가능하다.

순천에서 오붓하게 일몰을 맞으려면 으로 향한다. 한옥마을을 간직한 은 대청마루에 앉아 순천만 화포 사이로 하늘이 붉게 물드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벌교 앞바다와 마주선 이곳 갯벌은 알이 굵은 꼬막 산지로 유명하며, 남도 300리 길 걷기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조계산 보리밥
낙안읍성
순천만 국가정원
와온해변

여행메모

교통: 순천역과 시외버스정류장에서 1번 버스가 오간다. 배차 간격은 40분, 순천시내에서 까지 약 1시간 소요된다.

음식: 옛날부터 ‘동 순천 서 강진’이라고 할 정도로 순천은 맛의 고장이다. 갯벌에서 나는 꼬막 외에 짱뚱어가 명성 높다. 짱뚱어탕은 짱뚱어를 삶은 국물에 된장 우거지 등을 넣어 추어탕처럼 걸쭉하게 끓여 낸다.

기타: ‘대한민국 1호 정원’인 은 순천만 자연생태공원과 맞닿아 있다. 국가정원은 호수공원, 꿈의 다리, 네덜란드 정원 등 볼거리가 다채롭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