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대구시장, 민주당은 경기지사 출마 둘러싸고 파열음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공천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권을 탈환한 국민의힘은 여세를 몰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를 이어가기 위한 정비에 들어갔다. 반면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까지 패배가 이어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역대 초박빙 격차로 대선의 막이 내려졌기 때문에 거대 양당의 치열했던 선거 열기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양당 모두 출사표를 노리는 후보군마다 공천에 앞서 내부 경쟁자를 제치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대구시장 출마를 놓고 홍준표 의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의 감정싸움이 벌써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공천만 되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 전운의 강도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 나갈 마땅한 후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놓고서는 당내 중진 의원들이 속속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공천룰 놓고 ‘홍준표-김재원-이준석’ 내홍 커져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공천 문제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공천 규정을 놓고 홍 의원과 김 최고위원이 격돌한 것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지난 21일 지방선거 공천 신청과 관련한 ‘탈당 페널티’ 조항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자 무기명 투표로 결론을 냈다.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 신청을 할 경우 10%, 최근 5년간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우 15%를 감점하는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2020년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서 당선된 이후 복당한 홍 의원은 두 조항 모두 해당된다. 따라서 총 25%의 감점을 받으면 홍 의원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 선거에는 김재원 최고위원과 함께 3선에 도전하는 권영진 시장, 이진숙 전 대전문화방송(MBC) 사장 등이 출사표를 던져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홍 의원은 “출마 예정자가 상대방에게 페널티를 정하는 건 정의에 반한다”며 “이번 공천 규정 신설을 주도한 특정 최고위원은 아침에 본인의 출마를 선언하고 직후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자신에게 유리한 규정을 요구해 관철시켰다”고 반발했다. 김 최고위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는 “나는 반대했다”면서 재논의를 시사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두 가지 페널티에 대해 모두 반대했다”며 ”정진석 공관위원장이 재논의를 요구한다면 저희가 논의해 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공천룰과 관련해 ‘이 대표가 (페널티) 35점을 들고 온 걸 오히려 김 최고위원이 25점으로 낮춘 건가’라는 질문에 “결론은 그렇게 됐는데 과정에서는 이 대표께서 내용을 모르고 상정했을 수도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자 이 대표도 바로 반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회의록도 다 남아 있고 회의 배석자들이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상황”이라면서 “(김 최고위원이) 당대표에게 뒤집어 씌우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제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공천룰을 둘러싼 홍 의원과 김 최고위원의 갈등이 이 대표한테까지 불똥이 튀는 모양새가 벌어진 셈이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지난 7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 갤러리아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유세에서 이 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벌써부터 김동연 견제에 나선 민주당 중진 의원들

민주당은 지방선거 기획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내홍 조짐이 분출됐다. 당내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한 무공천 주장이 제기된 바 있어서다. 정권심판론이 지방선거에 다시 거론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석패의 아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핵심 지지층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쉽게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작 민주당은 지방선거의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 나갈 뚜렷한 후보군을 아직 찾지 못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박주민 의원 정도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당초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했던 우상호 의원(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 역임)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맞붙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경우 재도전에 나설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이밖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광을 업은 현직 오 시장과 대결할 만한 중량감을 가진 마땅한 후보감을 찾지 못한 상황이 민주당의 고민거리다.

대안으로 등장한 인물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새로운물결과 정책연대 혹은 합당을 통해 김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는 방안도 오가고 있다. 문제는 경기도지사 공천 문제와 연결되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방선거 출마에 적극적인 의지를 비쳤다. 김 대표는 "정치교체가 되는 발전을 위해 조금 더 큰 물에서 일해 달라는 분들의 뜻을 이해하고 있다"며 "당 안팎에서는 서울·경기가 (후보로)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중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은 안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경기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김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하는 안민석 의원은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동연 대표가 민주당과 뿌리가 다르고 결이 다른데, 단지 대선 때 연대했다는 것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민주당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경기지사 민주당 후보가 되는 것이 적절할까”라며 “자칫하면 제2의 윤석열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규백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 대표가 선택지가 있는 것보다는 당에서 권유해서 나가는 지역이 합리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만약 민주당에 들어올 경우 당에 대한 헌신과 기여가 있어야 당원들한테 이해와 설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 하려면 험지나 전략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압박이다.

부산시장 공천을 놓고 민주당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혀 온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방선거 불출마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정치인 생활을 청산하고 국민 속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재대결을 예상했던 김 전 장관의 불출마 선언으로 민주당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공을 들여 온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최전선 고리가 끊어질 경우 바람을 일으킬 추진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