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행정부의 출범 준비가 한창이다. 인수위원회는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으며 본격 활동 중이다. 신구권력의 협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없었는지 모르지만 권력 교체기의 일부 인사는 진행 중이기도 하고, 첫 총리와 내각의 인선도 준비 중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행정부는 산적한 과제 앞에 출범한다.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국익경쟁은 어디에서든 예외가 아니다. 국내적으로도 윤석열 행정부는 쉽지 않은 환경과 조건에 직면한다. 최소 2년간 역대급 거대야당을 상대해야 한다. 국회의 동의나 묵인 없이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앞으로 2년을 잘해야 가능하다. 갈 길이 멀다. 당장 6월 1일 지방선거는 윤석열 행정부 출범 준비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될 것이다. 윤석열 인수위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야당과의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보이며 적절한 인사의 메시지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까지는 예선이다. 본선은 취임 후다. 새 행정부 틀과 방향을 잡는 인수위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대통령의 정무기능이 핵심이다. 국정현안과 사안의 정치적 관리와 인사 그리고 메시지 등이 윤석열 행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다.

윤석열 행정부의 정치적 과제는 대선결과의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3월 9일 대선결과를 보면 첫째, ‘권력심판의 주기’가 빨라졌다. 5년만의 문재인 정권 연장 실패는 ‘10년 주기설’의 부인이다. 국민 삶의 개선에 기여하는 권력이면 기회를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언제라도 심판과 교체의 대상이라는 뜻이다.

둘째, ‘초초초(超超超) 접전의 대선’이다. 1639만4815표 vs. 1614만7738표. 48.6% vs. 47.8%. 24만7077표의 0.73%포인트 차이의 대선이었다. 1987년 이후 최소 득표차로 승부가 갈렸고, 민주당 후보 중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이지만 민주당 후보의 역대 최다득표의 선거였다. 진영대결과 확증편향의 확대 재생산 대선이었다.

셋째, ‘비(非)호감 대선’이다. 사모님 사과(12월 26일, 2월 9일)의 대선이자 녹취록과 폭로의 대선으로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썩은 사과 대 덜 익은 사과”, “괴물 대통령 대 식물대통령”의 대결이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로서 만족스럽진 않지만 투표했다’가 49.3%, ‘대선후보로서 만족스럽게 느끼며 투표했다’가 47.6%였다. 대선결과에 만족하기보다는 불만족스럽다는 선거 후 조사도 많고 새 행정부의 기대도 가장 낮다는 말도 있다. 초접전 대선결과의 당연한 결과겠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둔 설렘은 적은듯 하다.

넷째, 격렬한 진영대결의 대선이다. ‘단일화 대 단일화’의 대선이었고 여야와 진보, 보수 모두 각자의 지지층을 최대한 완벽하게 동원한 선거로 상대에 대한 저주와 증오의 후유증을 남기고 말았다.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은 기약 없고 양 권력주변이 강경론과 직진정치로 세를 불려가는 모양새도 대선결과의 연장선이다.

진영대결의 정치와 대선은 ‘정권교체론 대 문재인 국정지지’의 대결로도 확인된다. 2021년 12월 31일부터 2022년 3월 2일까지의 여론조사 260개의 평균 정권교체 지지율은 51.6%였고, 같은 기간 같은 조사들의 평균 문재인 국정지지는 42.8%였다. 정치의 복원과 통합의 정치가 요구되는 이유다.

다섯째, 여론조사의 홍수대선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일까지 확인된 여론조사가 323개로 직전 대선 때 같은 기간(2017년 3월 1일부터 4월 30일)의 174개보다 185% 증가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의 단축 또는 폐지를 통해 여론의 혼란과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여섯째, 정치개혁이 실종된 대선이다. 야당의 슬로건이었어야 할 ‘통합의 정치와 정치개혁’은 여당의 정치적 활용대상이 되었고, 야당의 정치개혁 관심과 고민 그리고 대안 제시 노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대선이다. 정치개혁은 인수위 기간은 물론 임기 동안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윤석열 행정부가 짊어질 정치적 과제의 핵심이다.

윤석열 행정부의 정치적 과제는 마음가짐과 해야 할 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치적 과제는 ‘권력의 긴장과 겸손’의 마음가짐을 요구한다. ‘윤석열 권력의 긴장과 겸손’은 사람들이 왜 그를 지지했는지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대선기간 내내 윤석열 지지율은 미스터리였다. 잘 한 것도 없고 특별히 기억될 만한 일도 없었는데 지지율은 높았고 일시적으로 떨어졌어도 곧 회복했다. ‘신출내기’니 ‘덜 익은 사과’라고 해도 ‘썩은 사과’나 ‘괴물 대통령’보다는 나을 거라 선택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람들”의 정권교체 요구였다. 윤석열 지지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그를 선택했다고 한다. 대선후보 선출 이후 정권교체 평균 지지여론이 51.6%였음에도 대선에서 힘겹게 승리했다는 것은 정권교체의 요구가 윤석열 승리의 대부분을 설명한다는 뜻이다. ‘정권교체의 도구’가 ‘윤석열 권력과 정치의 출발점’이어야 하는 이유다.

권력의 긴장과 겸손의 마음가짐은 ‘권력협업의 정치개혁’으로 이어진다. 한쪽에 과반 전후의 정권교체 요구여론이 있다면 반대쪽에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31일~3월 2일의 260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문 대통령 국정지지는 평균 42.8%였다.

어느 쪽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권력이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바로 ‘국민통합과 대타협의 정치 그리고 능력의 민주주의’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패척결과 공정확립, 사회 양극화 해소 및 균형발전, 국민통합 및 정치개혁 그리고 경제성장 및 일자리 확대 등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차기정부의 가장 시급한 최대과제 순이다.

‘국민통합과 대타협의 정치 그리고 능력의 민주주의’는 ‘권력의 협업’을 통해서 가능하다. 특히 대선 신승(辛勝)의 윤석열 행정부는 협업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48%의 위임과 신임’으로 ‘100% 국민권력’을 완성하라는 것이 대선결과가 말하는 ‘권력협업의 국민지시’다.

‘권력협업’ 요구의 제도화는 윤석열 행정부의 정치적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정치개혁의 방향과 비전 그리고 실행계획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권력의 협업은 지금 당장 급한 것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구분된다. 정치개혁은 중장기 과제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선언은 제왕적 대통령의 마감을 향한 출발이다. 인수위의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가 탈(脫) 청와대를 넘어 정치개혁 연구실로 임기시작과 함께 전환돼야 한다. 분권과 견제와 균형의 시대정신 실현은 여야 공감과 합의의 시간표와 정교한 제도설계 능력을 요구한다.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일이라는 뜻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개헌의 입구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합의가 있어야 논의의 진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석 달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어떤 선거제도를 쓸 건지가 향후 정치개혁의 앞날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개혁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국민의힘은 정치개혁의 고민을 시작했는지 알 수 있는 테스트가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5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장기계획으로서의 정치개혁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아렌트라이파트의 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다수결 민주주의다. ‘단일정당의 정부구성, 행정부 우위, 승자독식의 다수결 선거제도, 양당제, 단원제 그리고 권력의 중앙집중’ 등의 제도적 특성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다수결 민주주의로 규정한다.

다수결 민주주의로서의 한국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독점의 정치’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다수결 민주주의의 현실형으로 독점의 정치는 ‘최악형’이다. 배제의 정치로 정치적 포용은 물론 사회경제적 갈등의 정치적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점과 배제의 정치’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선 대립과 교착의 의회정치다. ‘동물국회’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식물국회’로 바뀌었을 뿐 국회는 공동체의 다양한 갈등과 대립을 정치적으로 대표하지 못하며 관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강력한 정당기율과 당론이 상징하는 정당 집단주의는 증오와 저주의 재생산 역할로 전락하여 결국 무책임한 정당이 되고 말았다.

독점과 배제의 정치 그리고 대립과 교착의 의회정치의 반대편에는 ‘통합과 대타협의 정치 그리고 능력의 민주주의’가 있다. 정치개혁의 최종목표는 ‘통합과 대타협의 정치 그리고 능력의 민주주의’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다. 통합과 대타협의 정치 그리고 능력의 민주주의 거버넌스는 견제와 균형 그리고 분권의 거버넌스를 지향한다.

따라서 독점과 배제의 정치 그리고 대립과 교착의 의회정치 나아가 정당 집단주의와 무책임 정당제를 가져오는 원인을 제거하는 게 핵심이다. 두 가지 원인이 중요하다. 하나는 대통령제의 내각제적 운용 관행과 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승자독식의 다수결 선거제도이다.

두 가지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독점과 배제의 정치를 상징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극복, 둘째는 국회의 권한과 기능 확대, 셋째는 총리와 내각의 기능 정상화, 넷째는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 다섯째는 국회와 정당개혁 등이다.

우선 대통령 권력의 제왕적 성격과 제도를 축소하고 개선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 그리고 분권의 핵심이다. 2018년 개헌실패는 여야 모두 제왕적 대통령으로부터의 탈피에 합의하면서도 어떻게 얼마나 벗어날지를 두고 엇갈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선 대통령’의 국민적 요구를 전제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대통령 권력의 축소조정은 국회와 총리 그리고 내각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강화할 것이냐의 문제와 같은 맥락이다. 감사원의 국회이전 등이 대표적이고, 직선 대통령과 의회 다수파 총리의 조합이 방향이다.

구체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대통령의 총리지명에서부터 국회의 총리선출까지 다양하다. 그 안에는 국회 과반의석 다수당의 총리 지명권, 국회 정파별 총리추천과 대통령 지명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협의 등 여러 가지 선택지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어떻게 진전시켜 제도화할지 실행계획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여야 리더십의 정치력이 중요한 대목이다.

대통령 권력의 축소조정과 국회 권한의 강화 그리고 총리와 내각의 기능 정상화는 개헌으로 최종 완성된다. 선거제도의 개혁으로부터 시작하되 단기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단계별 시간표의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리더십이 결정적인 대목이다.

셋째, 선거제도 개혁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동시에 대통령 선거에의 결선투표제 도입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2024년 총선의 선거제도가 관건인데 지금부터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넷째, 대통령 권력의 제왕적 성격과 제도 개선과 비례성 강화의 선거제도 개혁은 정당과 국회개혁으로 이어진다. 정당과 국회개혁의 목표는 능력과 책임의 국회 그리고 정책과 인재풀의 정당을 지향한다.

다섯째, 통합과 대타협의 정치 그리고 능력의 민주주의’ 거버넌스는 공공성과 문제 해결 능력의 거버넌스로 정치개혁 리더십이 전제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기업가적 모험의 정치개혁 리더십이 정치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권력의 협업’을 위해 당장 급한 것은 총리선임과 내각구성이다. 국회인준이 필수적인 총리인선은 ‘윤석열 권력의 긴장과 겸손’ 그리고 ‘권력협업’의 가능성과 진정성을 시험한다. 권력협업의 총리인선은 ‘민주당의 총리 지명권 제의 또는 국회 교섭단체 또는 정파별 총리추천과 윤석열 인수위의 협의 등’이 있을 수 있다.

다양한 조합의 선택이 가능한데 핵심은 47% 득표율과 거대야당의 존중이다. 내각인선도 마찬가지다. 국정현안과 과제 그리고 적임자의 기준과 자격 등을 가장 낮은 수준에서부터라도 국회 상임위와 함께 논의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윤석열 권력은 작동 중이다. 정치적 미숙함은 이제 용납되지 않는다. 권력관리와 운용의 철학과 기술이 필요하다. 윤석열 권력의 컨트롤타워와 레드팀(가상의 적군)이 요구되는 이유다. 성공하는 선한 권력을 향한 권력의 긴장과 겸손 그리고 권력협업, 이것이 윤석열 행정부의 정치적 과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정치학)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