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플러스 ‘파친코’ 25일 공개…일제강점기부터 4대 걸친 이민자 가족 아픔 그려

영화 파친코 제작발표회의 배우 윤여정. (사진=애플TV+ 제공)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배우 윤여정이 주연을 맡아 관심을 끈 애플TV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드디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개됐다.

재미동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 8부작 드라마다.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된 스토리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해 그린 엄청난 대서사시다.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고 수 휴가 제작 총괄과 각본을 겸했다. 애플TV플러스가 제작한 두 번째 한국 관련 드라마인 '파친코'는 지난 25일 1~3회의 에피소드를 먼저 선보였다.

최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파친코’ 홍보 활동에 한창인 윤여정과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으로 유명한 그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이후의 생활과 ‘파친코’ 참여 과정, 그리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성취한 것들에 대해 과감 없이 털어놨다.

“원작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는데 어쩌다 스크립트를 받게 됐어요. 배우들은 스크립트가 오면 당연히 하게 되죠. 스크립트는 책과는 좀 달랐고 선자의 강인함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정신이 마음에 들었어요. 굉장히 감명 받았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 캔 두 잇’이라고 의견을 전달했어요.”

흔쾌히 ‘파친코’ 참여 의사를 전했던 윤여정의 바람과 달리 미국 드라마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배역을 오디션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고 50여년 연기 경력의 그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공동 연출자 중 한 명인 코고나다 감독은 “제 앞에 와서 한 번만 대본을 읽어주면 안되겠냐”고 제안했다. “만약 오디션을 봤는데 역할에 내가 맞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윤여정이 오디션 봐서 떨어졌대’라고 말이 나왔겠죠. 제가 영어를 못하니 (안한다고)강력하게 얘기했어요. 스크립트 8개도 집 현관 밖에 내다버렸죠. 그랬더니 ‘함께 하자’ 해서 하게 됐어요.”(웃음)

‘파친코’의 주인공 선자는 일제강점기 중개상 한수(이민호)와 운명적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가지게 되지만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선교사 이삭(노상현)과 결혼 후 일본 오사카로 떠나 정착하게 된다. 오사카에서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고 결국 김치를 팔며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영화 ‘파친코’ 포스터.
“이번 작품을 통해 자이니치에 대해 생각하고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선자는 우리 어머니 세대의 여성이죠.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가 많았어요. 우리 부모 세대는 나라를 잃고 말을 잃은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셨죠. 이걸 빨리 극복하려 했고요. 그러다보니 자이니치라는 일본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겠죠. ‘파친코’에 참여하기 전에는 자이니치가 그저 재일 동포인가보다 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이니치 친구들을 만나고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어요. ‘파친코’에 참여하면서 나라를 잃었다는 것이 얼마나 오래 영향을 끼치는 일인가 깨달았어요. 저는 보통 역사적 배경보다는 제 역할에 집중을 해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죠. 선자의 역사를 내 늙은 얼굴에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선자의 품위 있는 선택에 대한 설명을 위해 그는 어머니가 즐겨 사용하셨다는 새로운 단어를 소개했다. “지금 잘 안 쓰는 단어 같은데 그 여자의 선택은 ‘끼끗했죠’. 아마 이북 사투리 같아요. 한수의 두 번째 아내가 되어 한국에서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 선자는 다른 삶을 택하죠. 디그니티가 있는 여자예요. 나는 바로 그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삶에 대한 존엄성이 있는 여성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 시대를 산 한국 여자를 대표해서 표현하고 싶었죠. 역할에 대해 ‘내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어요. 제가 한국 사람이라 그렇겠죠. 중심은 바꿀 수 없나봐요.”

지난해 ‘미나리’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윤여정이기에 신작 ‘파친코’를 향한 관심은 매우 뜨겁다. 수상 이후 그의 생활에 변화가 있었을까.

“달라진 건 없어요. 똑같은 친구와 놀고 똑같은 집에 살고 있어요. 젊어서 아카데미상을 탔다면 붕붕 떴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감사해요. 상 받는 순간에는 당연히 기뻤지만 상이 저를 변화시키지는 않았어요.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크를 했고 ‘미나리’가 우여곡절 끝에 아카데미에 올라가지 않았나 싶어요. 내가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