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플레이션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공포…농수산물·주류·면류까지 전방위 여파

휘발유·경유 등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유류세 인하 폭을 현재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이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유가를 비롯한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촉발한 지구촌의 인플레이션 여파가 예외 없이 국내에도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물가가 다 오르고 있다. 일단 4월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연쇄적으로 오른다.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에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쳐 서민들의 가계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밥상 물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가격이 급등한 대표적인 먹거리는 연어다. 연어는 주로 러시아 상공을 경유하는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연합 등이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금지했고 러시아도 이에 맞서 자국 영공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연어가 우회 항로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다른 수산물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밀 공급망의 두 축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상황이 길어지면서 국내 빵가게와 중국음식점 등은 밀가루 가격 상승의 공습이 더 두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억눌렀던 공공요금, 일제히 오른다

정부는 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을 2020년 7월 각각 11.2%, 12.7% 인하한 후 서민경제 안정을 이유로 현재까지 동결해 왔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부터 일반국민, 자영업자가 사용하는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1.8% 인상키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더 이상 요금 인상을 미룰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은 인상요인 누적에도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장기간 동결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가스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1조8000억원이던 주택용·일반용 미수금이 크게 늘었다”며 “이번 조치는 미수금 누적을 일부 해소키 위한 것으로 국민 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 수준에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스요금 인상으로 주택용은 메가줄(MJ)당 14.22원에서 0.43원 오른 14.65원으로, 일반용은 0.17원 상승한 14.26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이에 따라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86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도 오른다. 한국전력은 전력량요금을 4월과 10월 2회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고 기후환경요금은 4월부터 kWh당 2원씩 인상키로 결정했다. kWh당 6.9원이 오르면 4인 가구 한 달 평균 전기 사용량(307kWh) 기준으로 전기요금 부담은 약 2120원 늘어나게 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해 “전기요금 인상 같은 정권에 불리한 이슈들을 대선 이후로 최대한 미뤄두면서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하나 둘 인상보따리를 풀고 있다”며 “새 정권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려는 치졸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크라 사태 반영 전인 2월 수입금액지수 25.5%나 올라

전반적인 물가 인상의 중심에 있는 것은 역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다. 이로 인해 수입금액 수준이 1년 전보다 25% 넘게 올라갔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무역지수와 교역조건(달러 기준·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입금액지수는 148.55로, 전년보다 25.5% 올랐다. 오름폭은 전월(34.4%)보다 다소 줄었지만 2020년 12월 이후 15개월 연속 상승했고 수입물량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3% 올라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손진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수입금액지수가 광산품과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올랐다”며 “다만 상승세가 다소 둔화된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공급망 차질 등이 겹쳐 수입물량 수준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품목별로는 공산품 중 석탄·석유제품의 수입금액지수가 65.4%나 올랐다”며 “컴퓨터·전자·광학기기는 19.2%, 광산품은 44.8%, 농림수산품은 35.0% 급등했는데 원재료와 중간재가 오른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러한 경기 지표는 지난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의 파급 효과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실질적인 경제 상황은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은 3월 경기 지표에 나타날 것이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민에게 전해지는 타격은 고스란히 4월에 전해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 에너지·중간재 가격 상승 요인이라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와의 직접적인 교역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글로벌 공급망 체계 악화로 인해 수출과 수요 둔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리터(ℓ)당 20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유가로 서민들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폭을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98.74원을 기록 중이다. 전일과 비교해 0.7원 내렸지만 여전히 2000원에 가까운 높은 수준이고 서울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67.07원 수준이다. 전국 경유 가격도 1918.91원을 기록 중이고 서울 경유 가격은 리터당 1993.76원 수준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막바지 점검 중”이라며 “할당관세 적용 품목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물가관계장관회의(4월 5일)에서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대형마트에서도 연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밀 공급 부족…동네빵 외 사료와 축산물까지 여파 이어져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밥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미국산 갈비는 100g에 3765원으로 전년 평균 대비 53%나 올랐다. 동기간 미국산 오렌지는 24%, 수입 망고는 16% 올랐다. 특히 국제 밀 가격이 80% 가까이 오르는 등 곡물 가격 상승이 사료 가격을 올리고 다시 축산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발생하고 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를 비롯한 제반 경영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공식품들의 가격이 인상되는 것”이라며 “현재 북미 지역의 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그 나비효과로 사료 가격이 오르고 전반적으로 육류나 유제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에그플레이션으로 인해 결국 농작물 가격이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인플레이션이 야기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가 침체되면서 그동안 가공식품 제조업체들도 가격 인상분을 즉각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연말부터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어 가격의 급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질수록 연어뿐만 아니라 각종 먹거리 가격이 수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입 농산물 가격이 많게는 배 이상 오를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국제사회 제재 기간에 따라 오는 7월 이후 전 세계에 농수산물 공급난이 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산 연어와 킹크랩 가격 상승세가 심각한 상황으로 연어의 경우 지난해 평균 가격 대비 90% 이상 상승해 관련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며 “일부 식당에서는 연어 초밥·샐러드 등의 연어 관련 음식을 메뉴에서 아예 빼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공급난으로 인해 발생한 공포심은 수산물은 물론 밀 등의 농산물 가격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 농산물과 관련된 면류, 주류 등의 가공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와중에 윤홍근 BBQ 회장 “치킨가격 3만원” 논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2위를 다투는 교촌치킨과 bhc가 지난해 가격을 인상하며 치킨 2만원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지난달 24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서 “치킨 한 마리에 3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업계 3위인 BBQ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가격을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윤 회장의 이번 발언이 소비자를 발끈하게 만들 여지를 줬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이번 발언이 BBQ 치킨 가격 인상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BBQ 측은 “치킨 1마리 가격을 3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윤 회장이 평소 생각하던 가맹점주의 어려움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BBQ는 지난해 동결 발표 이후 4개월째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있다.

윤 회장은 당시 라디오에서 “우리가 삼겹살을 먹을 때 1㎏ 정도를 먹으려면 150g(1인분) 1만5000원 기준 10만5000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했다. 이어 “닭고기는 1㎏ 아니냐”며 무게로만 비교했을 때 치킨 가격이 삼겹살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이런 가격으로 따지면 본사가 수익을 남기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소상공인들은 점포를 얻어서 본인들의 모든 노동력을 투입해 서비스까지 해서 파는데 고객들의 시각 때문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치킨 한 마리에 3만원은 돼야 한다는 치킨 공화국 권력자와 맞서 싸워야 한다”며 “저렴한 치킨이 없다면 정부에 내놓으라고 압박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치킨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경우 라이더 배달 수수료는 가맹점주와 소비자가 부담하는데, 가령 치킨 가격이 2만원이라고 가정하면 2000원을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식”이라며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료로 유독 치킨 프랜자이즈 가맹점주의 수익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윤 회장의 발언을 옹호하기도 했다.

사실 치킨 가맹점주의 수익성 하락에 대한 업계와 정부 차원의 대안은 충분히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윤 회장도 라디오에서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발언 시점이 상당히 좋지 않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됐지만 치킨업계는 배달 수요가 늘면서 오히려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업계 1·2위 기업들의 가격 인상에 이미 소비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민 물가 상승 압박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 윤 회장의 이번 발언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