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태양절·김정은 집권 10년차·한미연합훈련 등 4월에 몰린 이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1일 보도했다. (사진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
“4월이 불안하다.” 한반도의 봄이 심상치 않다. 5월 새정부 출범을 목전에 둔 시점에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한국 정권 교체와 북한의 주요 이슈가 몰린 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것임을 예고한다.

북한은 미국이 아닌 한국 새 정부 출범을 도발 시기로 점 찍은 것은 내부 사정과도 맞물려 보인다. 올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 출범 10년 차다. 오는 15일은 김일성 전 주석의 110번째 생일인 태양절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앞서 도발을 통해 내부 집결에 나설 이유가 충분하다. 한국과 미국의 연합훈련이 재개될 경우를 대비한 사전적 대응일 수도 있다.

마침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상황도 북한의 도발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미가 북한이 발표한 화성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면이 짜깁기라고 분석했지만 북의 ICBM 기술이 진화한 것은 분명하다.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미국과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행동에 나서도 손해 볼 일이 없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ICBM 발사 후 북한에 대한 비판과 제재는 과거에 비해 강도가 높지 않았다. 미국이 제재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에 막혀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국무부가 연이어 ICBM 발사를 규탄했지만, 과거와 같은 미국 측의 즉각적인 대응 군사 행동도 찾아보기 어렵다.

김 연구원은 “북한은 일반적으로 모든 행동에 여러 목표가 있다. 핵무기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윤석열 당선인이 추진할 한미동맹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북한 주민에게 과시하고 약점을 감추려 하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미사일 발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3년째 이어지면서 악화한 경제 상황에 대한 내부 불만을 미국 탓으로 돌려세우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설명이다.

북한에는 여전히 남은 도발 카드가 많다. 미국이 ICBM만큼이나 경계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대표적이다. 이미 북한의 잠수함을 건조하는 신포조선소에서 이상 징후가 있다는 미국 분석기관의 경고가 나와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도 선택지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슈는 7차 핵실험 여부다. ICBM과 함께 선언했던 핵실험 중단까지 철회되면 북·미 관계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미 북한은 해외 언론 앞에서 파괴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징후가 포착된 상황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ICBM만으로는 북이 워싱턴의 관심을 확실하게 끌기에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판다 연구원은 “북한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ICBM 이상의 공격적인 행보는 핵실험뿐이다.

미국 당국도 비슷한 판단을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CNN방송은 최근 미 당국자를 인용해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재건 활동이 시작됐으며 핵실험 재개를 위한 중요한 작업”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의 레이철 민영 리 분석가는 “최근 ICBM 발사는 핵무기를 계속 개발할 것이라는 북한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한반도 전문가 도널드 커크도 “북한이 워싱턴에 경종을 울리려면 ICBM 시험 발사 이상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북한이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후 비핵화 회담을 핵 축소 회담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북한은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 앞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정보 사안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북한이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차례 도발해 왔다”면서 “상황을 매우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에 책임을 물릴 수 있고 억제와 방어에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대화와 외교에 열려 있고 북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여전히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 인권 문제를 건드린다면 북한 체제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다. 미 국무부는 최근 2021년 국가별 인권 보고서 발표를 예고하면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인권보고서에 강경한 내용이 담길 것을 사실상 예고한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 미국 측이 북한 인권을 압박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노골적인 공세에 나서면 양국 관계 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외에 재래식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와 관련 38노스는 변화한 안보 환경에 맞춰 한미 동맹이 기존 작전 수행 방식 변화를 고려해야 하며 방공 및 미사일 방어체계 간 협조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전시작전권 전환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양국 대통령과 관료, 언론, 정부, 정계 지도자들에 대해 원활하게 전파할 수 있는 전략적 소통 계획을 구상하라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한미 동맹 강화 차원에서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방문 가능성을 비친 것도 이런 상황과 맞물린다. 앞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자 자격으로 한미연합사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당선자가 사실상 전투부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적은 없다. 그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오피니언 부장

 


백종민 아시아경제 오피니언 부장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