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캥핑·홈시네마부터 인테리어·온라인 강좌까지 다양한 아이템 등장

여름휴가 기간을 활용해 평범했던 집안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바쁜 일상으로 평소 엄두도 내지 못했다가 비교적 길게 주어진 여름휴가 기간을 활용해 일탈을 꿈꾸는 것이다. (사진=두현창호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여름휴가철이 성큼 다가왔다. 평소 가보지 못한 국내 명소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부터 백신을 접종하고 과감하게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여름휴가 계획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인해 위축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분위 속에서 예전에는 집콕·방콕이라고 무시당하던 ‘홈캉스’(집에서 즐기는 바캉스)가 이제 여름휴가 대표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최근 델타 변이까지 확산되면서 장거리 휴가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홈캉스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는 꽤 보편화된 문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소홀했던 것 챙기며 일탈을 꿈꾸는 홈캉스의 매력

이미 평소에도 휴일이 되면 집에 소형 텐트를 설치해 ‘홈캠핑’을 즐긴다거나 베란다에 간이 풀장·미니 파라솔을 마련해 ‘홈풀장’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빔프로젝터로 ‘홈시네마’를 즐기는 것은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는 여름휴가철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은 부분 벽지·패브릭 가구 등 각종 인테리어 소품으로 휴양지 풍경을 연출하는 등 여름휴가 기간을 활용해 평범했던 집안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바쁜 일상으로 평소 엄두도 내지 못했다가 비교적 길게 주어진 여름휴가 기간을 활용해 일탈을 꿈꾸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이 지난달 발표한 ‘썸머마켓 키워드 검색량 분석’에 따르면 ‘썸머마켓 제습기’, ‘썸머마켓 써큘레이터’, ‘썸머마켓 이불’ 등의 제품명 검색량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이례적으로 ‘썸머마켓 라탄’ 검색량이 상위권에 랭크되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라탄은 러그, 조명 등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식물 화분의 바구니로 활용돼 공간을 이국적으로 꾸밀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로 꼽힌다.

인테리어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름 이불, 패드, 화이트 커튼, 라탄 소재 바스켓을 활용하면 지중해 바다 여행을 온 듯한 휴양지 리조트 풍경을 구현할 수 있다”며 “인테리어 소품만 바꿔도 충분히 여행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휴양지 인테리어 소품으로 해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싱글족들은 여름휴가가 시작되면 밀렸던 드라마 등의 시리즈를 정주행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주행을 마치면 ‘찜’해 놓았던 새로운 시리즈에 도전하기도 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동안 혼자 집을 지키던 반려동물과 최대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이 기간에 음식은 대부분 배달음식이나 간편식(HMR)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유통업계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밀키트(손질된 재료가 담겨 있어 손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상자)를 활용하면 가정에서도 레스토랑 분위기를 내며 특별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좀 더 재미를 찾기 위해 ‘우리 동네 숨은 맛집’ 찾기를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실제로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모두 ‘가족 휴가’가 온라인에서 언급되는 버즈량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전년도와 비교하면 ‘집’과 관련한 연관어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또 ‘넷플릭스’, ‘랜선’, ‘반려동물’과 같은 홈캉스 키워드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하는 새로운 ‘추억 만들기’

자녀가 있는 가정의 여름휴가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예년에는 자녀 방학에 맞춰 국내외 여행을 계획하는 등 여행 추억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전하고 시원한 집에서 보내는 휴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경우 홈캉스라고 하더라도 집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녀와 동네 명소를 방문하거나 집부터 생태공원·뒷산까지 ‘우리동네 생태 지도’를 만들어 휴가철 ‘동네 생태탐방’을 떠나기도 한다.

부모가 직접 진행하기 어려운 체험학습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썸머스쿨 등의 온라인 강좌를 활용하면 된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다가오는 여름방학을 맞아 이번 달부터 지역 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2021 서초 홈캉스 썸머스쿨’을 운영한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하는 ‘홈딜리버리 올(All)클래스’는 지난해 모집 첫날 조기마감, ‘AI·코딩 인재양성 프로젝트’는 오픈 창이 열리자마자 마감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중 홈딜리버리 올(All)클래스는 각 가정에 무료로 제공되는 학습키트를 온라인 영상을 보며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방울토마토 키우기, 마리모(녹조류) 키우기, 텀블러 크로스백 만들기 등 친환경 콘텐츠를 구성,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며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스프링 워터보트, 바나나 피아노 만들기 등 교과과정과 연계된 콘텐츠를 통해 기초 과학 원리도 직접 배울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인 신세계 아카데미는 이번 달 말부터 재테크·요리 등 생활 정보와 성장 마사지 등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온라인을 통해 제공한다. 젊은 직장인을 위한 재테크 강좌는 결혼이나 가계 부양, 자녀 교육 등을 목적으로 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매 학기 관련 강좌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 아카데미는 이번 온라인 강좌를 통해 반려견과 참여하는 수업도 새롭게 선보인다. ‘우리 강아지가 보내는 시그널’의 경우 백화점 내 반려견 동행이 어려워 실제 개강이 불가능했던 강좌지만 이제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 유아를 대상으로 한 ‘성장 마사지&요가’와 음악 놀이 수업 ‘헬로뮤직투게더’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집에서 안전하게 아이와 참여할 수 있어 인기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