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영끌·빚투’로 한계 달한 가계부채에 제동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 기사입력 2021-07-23 12:03:16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1차 TF 개최…금융권 옥죄기 나서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금융 당국이 위험수위에 오른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고강도 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가계부채 규모가 임계치에 달한 수준이어서 부작용이 없이 연착륙을 시키기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발표하는 자금순환표 기준으로 가계·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잔액 기준을 적용할 때 지난해 말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2,021조 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1,933조 원을 웃도는 규모이다. 가계 빚이 국가의 모든 경제 주체들이 1년간 생산한 재화·서비스의 합보다 많다는 뜻이다. 명목 GDP보다 많은 가계부채 규모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빚이 늘어나는 속도이다.

국내 가계부채 증가 속도… GDP 3배, 민간소비 5배

이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가계부채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GDP의 세 배, 민간 소비의 다섯 배에 가까운 속도로 증가했다”라고 진단했다. 명목 GDP가 연간 3% 성장할 때, 가계부채는 9% 증가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수없이 선제적 관리에 나선다고 경고에 나섰지만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와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영끌’의 이면에는 이처럼 엄청나게 불어난 가계부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상 정부의 정책 실패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은 곧바로 아파트 폭등으로 이어졌다. 크게 치솟은 아파트 가격에 불안을 느낀 가계가 주담대를 통해 주택을 구매하고 다시 집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했다. 20·30대를 지칭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신용대출을 통해 가상자산과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렸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요란했지만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했다. 지난 6월에만 가계대출이 전월과 비교해 10조 원 넘게 늘었다. 지난 5월에 1조 7,000억 원이 감소했다가 큰 폭의 증가세로 급반전을 한 것이다. 집단대출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를 앞두고 미리 대출을 당겨쓰려는 수요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0조 1,000억 원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9.6%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주담대 증가액은 6조 3,000억 원으로 지난 5월과 비교해 1조 8,000억 원이 늘어났다.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이 실행된 게 원인이었다. 지난 5월 9,000억 원이었던 집단대출 규모는 6월들어 2조 원으로 늘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3조 7,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급기야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하는 등 대응 조치에 나섰다. 이달부터 차주 단위 DSR 제도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DSR은 대출자(차입자)의 총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가리킨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1차 TF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금융 당국은 올해 중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에서 차질 없이 관리할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 금융감독원, 금융권 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한 도 부위원장은 "금융권 일각에서 은행·비은행 간 규제 차익을 이용해 외형 확장을 꾀하는 행태를 보여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며 "규제 차익을 이용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한다고 판단할 때 은행권·비은행권 간 규제 차익을 조기에 해소해나가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점검하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현재 차주단위 DSR은 은행권이 40%, 제2금융권이 60%까지다. 도 부위원장은 “거시적인 가계부채 관리 수단도 마련하겠다“며 ”4분기 중 '가계 부문 경기 대응 완충 자본'을 도입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가계대출의 증가율과 위험도를 예금보험료와 연계해 최대 10%까지 할인·할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과도한 차입을 일으켜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행위가 장래에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항상 염두에 두시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한경硏 “경기회복·대출구조 합리화 없는 DSR 전면도입은 시기상조”

며칠 후, 한국은행 쪽에서 연구자료를 통해 금융위의 의지에 화답(?)했다. 지난20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 노트’를 통해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태에서 주택가격이 최대 20%까지 하락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소비와 고용이 각각 4% 가까이 떨어지는 등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조정 가능성도 커진 만큼 리스크를 사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빚투 등으로 인한 금융 불균형의 심화를 경고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한은은 또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주택가격 하락 시 가계의 차입제약을 더욱 높여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처럼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면 가격 조정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한은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경기회복 및 대출구조 합리화가 선행되지 않은 한 DSR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DSR이 확대 시행되면 가계부채 증가세는 억제될 수 있으나, 총생산과 소비감소 등 경기가 위축되는 부작용 역시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 경제 규모·소득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높아 중·저소득층에서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기준금리 인상과 부채 총량 관리 등 거시 건정성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부실의 현재화 가능성이 큰 취약부문에 대한 특화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밖에 다중채무자 등 취약 가구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pbw@hankooki.com
  • ( 자료=금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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