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고용형태·부동산 자산 유무에 따라 격차 벌어져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67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동기보다 84%나 많은 것으로 그만큼 영업 부진에 따른 대출 의존도가 커졌다는 이야기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1년 반 넘게 장기화하면서 이른바 ‘코로나19 양극화’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개인은 물론 기업간·업종간 격차도 점차 심각하게 벌어지면서 코로나19가 몰고 온 양극화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경제적인 양극화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심각한 문제였던 것이 사실이다. 1990년대후반 경제위기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양극화 문제는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도 젊은 청년들의 취업절벽과 비정규직의 양산, 부동산 투기 등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이 같은 현상은 치유되지 못한 채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형태의 양극화를 낳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개인파산 늘고 실질임금상승률은 9년만에 후퇴

우선 개인들의 경우 고용형태나 부동산 자산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2만1000건으로 지난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난 현상과도 궤를 같이 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1504조원)에 비해 10.72%(162조원) 늘었다. 반면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1~5월 기준 3만6587명에서 올해는 3만2953명으로 9.8% 감소했다.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건수는 늘어난 반면 채무를 꾸준히 이행해야 하는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는 건수는 감소해 악화된 서민경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실질임금인상률도 9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격차는 더 확대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1 KLI 노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명이상 사업장 상용직 월평균 임금은 402만3000원으로 명목임금인상률은 0.4%였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실질임금인상률은 -0.1%를 기록해 2011년 -4.9%를 기록한 이래 9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 임금격차 ‘뚜렷’…금융·건설업 ↑숙박·음식점업 ↓

성별 및 고용형태별 임금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1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중 남성은 월 372만7000원을, 여성은 239만5000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간 임금격차는 2019년(129만6000원)에 비해 3만6000원 더 늘어났다.

또 정규직 월평균 소득은 2019년 316만5000원에서 지난해 323만4000원으로 6만9000원 인상됐지만 비정규직은 같은 기간 1만8000원 삭감된 171만1000원을 받았다.

업종별 임금격차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숙박·음식점업은 지난해 월 임금이 227만3000원으로 전년대비 7만1000원이 줄었다. 학원 등 교육서비스업도 374만7000원에서 351만7000원으로 23만원 감소했다. 제조업 역시 409만4000원에서 405만8000원으로 3만6000원이 깎였다.

반면 금융 및 보험업은 2019년 631만원에서 지난해 662만2000원으로 31만2000원이 올랐다. 전기o가스·증기 및 수도 사업은 660만원에서 682만4000원으로 22만4000원이, 건설업도 269만9000원에서 382만5000원으로 큰 폭이 올랐다.

부동산 가치 크게 늘면서 자산 양극화도 심화

임금 양극화에 이어 자산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자산 상승분이 늘어나면서 고가 부동산 보유 여부에 따른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 순자산은 1경 7722조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6% 늘었다. 가장 크게 늘어난 자산은 토지와 건설자산 등 부동산 자산(1094조7000억 원)이다. 부동산 자산 증가분은 전체 자산 증가분(1093조9,000억 원)보다도 많았다.

이처럼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늘면 부동산 보유 여부에 따른 격차도 커지게 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 감소율은 17.1%다. 소득 5분위(상위 20%)의 평균 소득 감소율 1.5%에 비해 10배가 넘은 감소율을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소득 5분위는 오히려 소득이 늘고 부채가 줄었다”며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의 80% 선별지급이란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슈퍼카와 고급 명품은 없어서 못 팔아

이처럼 개인별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소비행태에서도 드러난다. 코로나19 이후 고가 자동차나 명품 등 사치품은 오히려 ‘없어서 못 파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명품 매출은 125억420만 달러(14조9960억원)로 전세계 명품 시장 규모 7위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세계 명품 매출 규모는 19% 줄어들었지만 한국 매출은 0.1% 감소한 데 그쳐 사실상 적지 않은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루이비통코리아는 2019년 대비 매출액이 33% 성장하며 1조486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에르메스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19년 대비 16% 상승했다. 샤넬은 해외여행 축소로 인한 면세사업부의 부진에도 전체 영업이익은 34%나 증가했다. 1억 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도 지난해 이후 판매량이 늘어나며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20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대수는 4만 3158대로 전체 판매대수(27만 4859대)의 15.7%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2만 8998대(11.9%)에 비해 4%포인트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 상반기에는 벌써 3만 3741대가 팔려나가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80%에 육박하는 판매량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평균 가격 3억원이 넘는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등 슈퍼카 브랜드 판매량도 두 배 가량 늘었다. 람보르기니는 2019년 173대에서 지난해 303대로 2배 가까이 급증했고, 올 상반기에만 180대 판매됐다. 벤틀리도 지난해 296대를 판매, 전년도 129대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영업자 줄폐업 눈물, 금융·부동산업은 최대 호황

업종별 ‘부익부 빈익빈’도 뚜렷하다. 음식·숙박·서비스업은 자영업자들의 줄도산이나 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금융·부동산업은 전례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룸살롱, 나이트클럽, 스탠드바, 극장식 식당 등 유흥음식주점에 대한 개별소비세 신고세액은 381억원으로 지난해 827억원에 비해 53.8%나 감소했다. 내국인 카지노, 경마장, 경륜·경정장에 대한 신고세액은 전년대비 각각 79.3%, 86.1%, 83.8%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831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8% 증가했으며 통계를 발표한 2012년 이래 최고치에 달했다. 때문에 대출상환 압박이 다가오면 줄폐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금융·부동산 업종은 호황 속에 사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업의 경우 지난해 증권거래세 과세표준은 5718조원으로 전년 대비 141.9% 증가했다. 이는 곧 주식 거래가 전년에 비해 월등히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산출세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산출세액은 총 9조5148억원으로 전년보다 111.6% 증가했다.

증권업의 호황과 함께 은행권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순이익은 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들 4개 사의 전체 당기순이익인 약 10조6천억원의 75%에 달하는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권은 주력인 은행 영업의 호조세에 이어 증권, 보험, 캐피털 등 비은행 부분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면서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부동산업도 신규 사업자 수 1위를 차지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업을 새롭게 시작한 이는 43만9000명으로 전체 신규 사업자 중 28.9%의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부동산업은 전년 대비 사업자 수가 56.4% 증가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인기 업종임을 과시했다.

‘양극화 해소’ 겨냥한 ‘한국판 뉴딜 2.0’ 정책 성공할까

한편 이 같은 ‘코로나19 양극화’ 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지난 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2.0’ 사업을 수행하고자 2025년까지 총 22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250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에 대응하고자 청년층의 소득 수준에 맞춘 자산 형성 프로그램과 교육·돌봄 격차 완화 프로그램을 내놓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한국판 뉴딜 2.0’정책을 확정했다. 지난해 발표한 ‘1.0’ 버전에서 재원을 60조원 늘리고 일자리 창출 목표도 60만개 더 높아졌다. 한국판 뉴딜 2.0은 지난해 7월 발표한 1.0 버전의 업그레이드판이다. 정부는 기존에 부수 과제 수준으로 뒀던 고용·사회 안전망 분야에 사람 투자 개념을 더해 ‘휴먼 뉴딜’로 격상했다. 청년정책에 8조원, 교육·돌봄 격차 해소에 5조7천억원 등 총 50조원을 투입한다. 청년정책은 청년의 자산 형성과 주거 안정, 교육비 경감 등 청년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청년 세대의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해 소득 구간별로 청년내일 저축계좌, 청년희망적금, 소득공제 장기펀드 등 맞춤형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양극화 해소 완화 차원에서 교육·돌봄 격차 해소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기초 학력과 다문화·장애인, 사회성 함양, 저소득층 장학금 등 4대 교육 향상 패키지를 가동한다. 돌봄 격차 해소 차원에선 전국 시도에 사회서비스원을 만들고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 다함께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 등이 연계되는 온마을 아동돌봄체계를 구축한다.

또 디지털 뉴딜 분야에는 메타버스 등 초연결 신산업을 육성하는 신규 과제를 추가, 2조6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한 국민적 체감 효과가 미미한 데다 내년 대선을 거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어 이같은 양극화 해소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5년간 우리나라 민간부채 증가 폭은 33.2%포인트로 과거 미국의 금융위기 직전 5개년(2003~2007년) 증가 폭인 21.8%포인트를 상회할 만큼 그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며 “양질의 일자리 확충 등으로 소득을 부채보다 빠르게 증진시켜 민간부채 비율 완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